봄병을 앓다 봄병을 앓다 * 권 천 학 (시인) 봄인 듯, 겨울인 듯… 요즘이 그렇다. 이미 봄의 향기를 맡은 지 오래지만 아직도 날이 선 추위가 바람 속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이미 입춘을 보내고, 곳곳에서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꽃샘추위도 따라와서 옷깃을 여민다고 하지만 이곳에선 아직 이른 .. 권천학의 수필방 2009.03.12
가을물 흠뻑 들어 온 Spencer Valley 하이킹 가을물 흠뻑 들어 온 Spencer Valley 아침 7시, 억지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요즘 또다시 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서 간밤에 또 잠을 설쳐 일어나는 일이 힘들었다. 도시락은 또 어떻게 싸야하나 행장은 어떻게 차려야하나... 모두가 부담스러운 가운데 별러오던 하이킹을 꼭 실현.. 권천학의 수필방 2008.11.07
놀이문화로 살아있는 Halloween Day Culture_Halloween.doc 놀이문화로 살아있는 할로윈 데이 축제의 계절 여름이 갔다. 10월이면 어느 새 가을냄새가 물씬, 사람들은 벌써 다음 여름을 기약하며 아쉬움에 잠긴다. 겨울이 긴 북미지역의 봄과 가을은 짧다. 봄은 늦게 와서 금방 여름으로 가고 가을은 빨리와서 금방 겨울로 가버리는 것이 이곳 계.. 권천학의 수필방 2007.11.02
닫힘공포증 닫힘공포증 權 千 鶴 나는 닫혀있는 모든 것들이 두렵다. '닫힘공포증'이란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흔히 들어본 '고소공포증'이라든지 '폐쇄공포증' '모서리공포증', '공간공포증'… 하여튼 공포증을 느끼는 대상도 가지각색이고 그에 대한 이름도 많다. 그런데 나에게는 '닫힘공포증'이 있다. 내가 지.. 권천학의 수필방 2007.09.14
승희들아 나와라-우리도 로라스탠리처럼 <버지니아 공대의 총격사건> 승희들아 나오너라 -우리도 로라 스탠리처럼. 그날, 4월 16일 나는 프론트 스트리트를 걷고 있었다. 길가에 서 있는 신문 좌판대에 꽃힌 신문에서 커다란 얼굴 사진을 보았다. 'The Face of Death(죽음의 얼굴)'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인물사진이 붙어있었는데 얼.. 권천학의 수필방 2007.09.07
88세, 왕할아버지의 춤 88세,왕할아버지의 춤 딸아이와 함께 6개월 된 손자 '아리'를 데리고 부모님 댁을 방문한 날은 6월 21일. 이미 장마가 시작되어 여름의 첫 들머리가 후텁지근할 때였다. 부모님을 다시 뵙는 것이 작년 11월 23일, 토론토로 출국하기 전에 뵈었으니까 딱 일곱 달만의 일이다. 그때 출산을 앞둔 딸을 보.. 권천학의 수필방 2007.09.02
봄에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 파종 봄에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 파종 權 千 鶴 봄이면 눈이 없어도 눈 뜰 줄 아는 나무처럼 땅심 깊숙이 물관부를 열고 투명한 물길을 여는 나무처럼 초록 잎새 끝까지 밝히는 마음의 눈을 가진 나무처럼 눈 감고 있으면서 속눈 틔우는 나무처럼 실버들 가지 연두 빛으로 몸 트기 시작하는 춘분 때 .. 권천학의 수필방 2006.03.27
입춘에 묵은지 어때요? 묵언기도 중인 겨울산에서 나무들이 모두 발가벗은 채 깊은 명상에 잠겨있었다 여름내내 들끓어 댄 근육 위에 흰 눈을 얹어놓고 피를 식히는 침묵의 계절 잔 가지에 이는 바람소리랄지 발밑에서 바스라지는 시간의 숨소리랄지 한사코 길을 막는 겨울 산 그 적막 속에서 부활의 숲을 날아오르는 새는 .. 권천학의 수필방 2006.03.22
지팡이 사던 날 * 권천학 지팡이 사던 날 * 권천학 지팡이를 사기 위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맞잡은 손바닥에서 아버지의 온기가 나지막하게 전해져왔다. 전처럼 뜨겁지가 않고 그저 예릿한 정도여서 가슴이 또다시 먹먹해졌다. 아버지의 손가락 끝 부분이 서늘하게 느껴져서 내 손으로 아버지의 손가락 끝 부분을.. 권천학의 수필방 200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