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놀이문화로 살아있는 Halloween Day

천마리학 2007. 11. 2. 10:57
 

Culture_Halloween.doc

 

    놀이문화로 살아있는 할로윈 데이



축제의 계절 여름이 갔다. 10월이면 어느 새 가을냄새가 물씬, 사람들은 벌써 다음 여름을 기약하며 아쉬움에 잠긴다. 겨울이 긴 북미지역의 봄과 가을은 짧다. 봄은 늦게 와서 금방 여름으로 가고 가을은 빨리와서 금방 겨울로 가버리는 것이 이곳 계절의 특징이다. 벌써 곳에 따라 영하의 기온이 나타나고 어느 새 사람들의 옷차림은 들쭉날쭉 겨울차림이 되며, 겨울채비를 서두르게 된다.

 

거리에 귀신으로 분장한 모습들을 쉽게 만난다.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바르고  눈가를 검게 피가 흐르듯 칠하고 머리는 쭈뼛쭈뼛, 검은 망토를 입고있다. 머리에 뿔을 단 사람도 있고 무서운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다.
TV의 고정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이나 리포터들도 특이한 분장을 하고 진행을 한다. 일기예보를 진행하는 진행자는 파라오분장을 했고 매일 아침 뉴스시간에 나오는 고정 아나운서중의 한 사람인 푸자 한다는 영화 '킹콩'에서처럼 커다란 킹콩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모양으로 분장하고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바로 '할로윈 데이'의 풍경이다.  

 
겨울을 맞이하는 첫 번째 관문이랄까? 그게 바로 10월의 마지막 날인 할로윈 데이다.
할로윈 데이는 원래 영국사람들의 풍속이다.
영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에 의해서 북미지역으로 배달된 여러 가지 풍속 중의 하나다.
그런 연유로 캐나다에서도 영어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지켜지는 행사이다. 프랑스계 사람들이 많은 퀘백에서는 그다지 성행하지 않는다.

 


10월 중순이 되면 벌써부터 할로윈데이가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여기 저기 가게들은 물론 대형 수퍼마켓이나  전문용품 가게에는 노란 호박이 수북수북 쌓여있고 검은 옷을 입은 각종 마귀장식이나 인형들, 캔디 초컬릿, 사탕 들으로 데코레이션이 바뀌어져 있다. 꽃가게에서도 할로윈을 상징하는 꽃꽂이 장식을 하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백와점도 할로윈의 분위기가 풍기는 모습으로 디스플레이를 바꾼다.
일반 가정에서도 집앞이나 정원에 할로윈 데이의 장식을 한다. 그리고 캔디나 초컬릿, 캔디 같은 것을 준비해 둔다.

 요즘은 '할로윈 데이' 때문에 아이들의 충치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할로윈데이는 기독교가 전래되기 이전인 1세기 중반에 영국의 켈트족 사이에서 생겨난 풍속이라고 한다.
신학자들에 의하면 영국의 켈트족 정신적 지주였던 승려 드루이드(Druid)에 의해 전파되었다고 하지만 그 확실한 근원을 알수없다.

켈트족은 인간이 죽으면 그 영혼이 샘해인(Samhain)이라는 신에 의해서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죽은사람들은 길고 긴 겨울밤에 활동하기 위하여 깨어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될 수 있는대로 일찍 집으로 돌아가고 집안에서도 자기집이 초라하게 보여 망령들의 눈에 띄는 것을 막기 위하여 벽난로의 끄고 지내기도 하며 밤외출을 삼가했다. 밤에 활동하는 유령들이나 마귀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다.

동지때가 되면 잡귀들을 물리치기 위하여 팥죽을 쑤어서 벽이나 집 주변에 뿌리는 우리의 풍속과도 비슷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춥고 긴 겨울밤이 역시 귀신들이 활동하기 좋은가보다.

 

 

 

 

그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의 하루 전인 10월의 마지막 밤을 이용하여 죽은이들의 영혼을 구원받게 해달라고 신에게 제물을 받치는 의식을 거행했다. 의식에 쓰이는 제물로는 동물들을 사용하였는데 때로 사람을 받치기도 했다고 한다.이러한 삼하인을 위한 축제가 오늘 날의 할로인 데이의 기원이다.


켈트족을 포함한 유럽인들은 11 1일을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지켜왔는데 바로 전날 의 삼하인 축제를 ‘할로인 이브(All HalloweenEve)’라고 불러오던것이 차차 오늘날의 명칭 할로윈 데이로 바뀌었다.

 

 

 

 



할로윈 데이의 상징은 노란 호박등과 고깔모자를 쓰고 검은색 망또자락을 펄럭이는 마귀이다.
노란 호박등은 망령의 길을 밝혀주는 등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잭 오 랜턴(Jack-O Lantern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먼옛날 잭 오 랜턴(Jack O Lantern)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주 꾀많고 짓궂은 사람이었다.
그는 마귀들을 골탕먹이기를 즐겼다. 화가 난 마귀들은 복수하기 위하여 그가 죽자 그의 영혼이 천당으로도 지옥으로도 못가게 방해를 했다. 길고 긴 암흑 속에서 겨울밤을 추위에 떨며 허공을 떠다니는 잭 오 랜턴의 영혼은 견디다못해 마귀들에게 잘못을 빌며 사정하여 숯을 얻는다. 그 숯에 불을 밝혀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커다란 호박의 속을 파내고 구멍을 뚫어 등을

 만들어 불을 밝혔다고 한다.
그것이 오늘 날 할로윈 데이가 되면 켜는 도깨비 모양의 호박등 장식을 하는 유래가 되었다.


할로윈데이의 밤이 되면 집집마다 현관에 불을 환하게 밝혀두고 어린 귀신들을 기다린다. 각종 마귀로 분장을 한 어린이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어린귀신들은 ‘Trick or Treat!(‘대접하지않으면 못살게 군다’)을 외치고 다닌다
그들이 몰려오면 집주인은 그들의 주머니에 준비해 둔 캔디나 초컬릿을 넣어준다.
어린이들은 각종 마귀, 요정, 해적, 귀신 등으로 분장을 하는데 최근에는 공포영화의 스크럼을 본딴 분장이 유행하며 최근에 히트한 배트맨 분장도 나타나는 걸 보면 전통의식이나 놀이 문화 역시 시대따라 변하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할로윈 데이'가 되면 어린이들이 즐겁다. 길고 지루한 겨울을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기 위한 어른들의 마음 씀씀이가 배어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을 챙겨주며 다가올 겨울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하는 여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 또한 즐겁다.
처음 시작이야 종교적인 의식에서 시작되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놀이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할로윈 데이' 무렵에는 몇몇 TV방송국에서는 유령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방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여름이면 더위를 잊게 하기 위해서 “전설의 고향”을 방영하듯이.  

   

 

 

카페나 전문술집 같은 영업장소에서는 써빙하는 종업원들이 마귀나 유령 등 '할로윈 데이'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손님들을 접대하는가 하면 길에서도 간단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어른들이나 머리에 깃털장식을 비롯한 갖가지 장식을 하거나 몸에 문신이나 색칠을 한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할로윈 분위기를 낸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총총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그들이 할오윈 파티에 참석하거 가는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있다.

 

 

 

 



10
월 초순, 미국의 버몬트 주에 갔을 때 벌써 집 앞 현관이나 통로에 노랗고 커다란 호박들을 내어다 놓고있었고 어떤 집은 테라스에 호박등과 함께 캔디들을 매달아놓기도 했고 어떤 집은 조그마한 정원에 기타를 치는 모습으로 계속 움직이는 마귀를 세워놓고 그 주위에 크고 작은 갖가지 모양의 마귀들과 호박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나는 키타를 치는 그 마귀의 모습이 하도 귀여워서 한동안 서서 지켜보기도 했다.

장식에 따라 그 집주인이 영어문화권의 사람인지 프랑스문화권의 사람인지를 알 수 있기도 하지만 또다른 면도 느낄 수 있었다. 꼭이 영어권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서는 그저 즐거움을 위한 한 행사로 즐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독교인이 아니면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불교인이 아니라도 초파일이 되면 사찰을 찾아가 마음의 정화를 꾀해보듯이. 또 장식에 따라 집주인이 얼마나 낭만적인 사람인가 혹은 얼마나 여유롭게 사는 사람인가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찾아간 ‘사운드 어브 뮤직’의 트랩대령 가족의 호텔 옆 기념품 가게에 딸린 앞마당에도 이미 할로윈 데이의 장식이 꾸며져 있었다.


 '할로윈 데이'를 통하여 본 사후관(死後觀)은 동양과 서양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죽은 후 일정기간동안 구천(九天)에 머물다가 심판을 받아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게되는데 그 기간이 49일 걸린다는 믿음에서 나온 우리의 49, 그리고 천도되지 못한 혼령들, 주인없는 혼령들을 천도시키기 위하여 제를 올리는 백중제가 바로 북미지역의 할로윈데이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백중제가 어떤 이유로든 천당도 못가고 지옥으로도 못가고 구천을 떠도는 중음신들, 원많고 한많아 지옥도 천당도 못가고 살아있는 인연 주위를 떠도는 귀신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살아있는 사람들이 지내주는 제사인 것처럼 이곳 사람들도 사후에 길고 천당도 지옥도 가지 못하고 긴 겨울밤 돌아다니는 마귀나 유령, 요정 들이 바로 우리의 중음신이나 귀신들이고, 그들이 구원받아 천당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올리는 의식이 바로 할로윈데이이다.
잭 오 랜턴도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살아생전 마귀들을 골탕먹인 죄로 마귀들이 미움을 사서 지옥으로도 천당으로도 못가고 구천을 떠돌게 된 귀신으로 남게 된 것이다.



우리는 많은 부분이 유교관과 접목된 불교의 사상이나 의식에서 차용되고 있는데 비해서 북미사람들은 기후와 관련하여 풀이된다고 할 수 있다. 춥고 긴 겨울철이 그들에겐 음산하고 지루한 계절임에는 틀림이 없고 그 음산하고 지루한 겨울 분위기에 맞는 죽음의 이미지가 접속되어 상상력이 발동되었을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문화나 관습이 발생했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곧 내가  생각하는 글로발 풍수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

 

2004 10 15일 토론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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