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DMZ ―휴전선․1 權 千 鶴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눈물도 없는 마른 슬픔은 아직도 목에 걸려 꺼억 꺼억 흐느끼는데 그 기막힘을 새들도 아는지 무시로 쫑알대고 얼레에 감긴 채 목 졸린 기다림은 줄 떨어진 연(鳶)에 매달려 하염없이 빈 하늘에서 떠돌고 그 막막함을 시냇물은 누워서도 아는지 155.. 권천학의 시마을 2009.11.04
493-존 아저씨 할머니랑 아리랑 493 *9월 19일 토-존 아저씨 존 아저씨가 엄마와 함께 할머니 시를 번역하는 작업 때문에 왔다. 금년 초부터 시작한 일이라서 이제는 마무리 단계이다. 여름 내내 못 만났으니 오랜만이다. 존 아저씨는 아리만 만나면 아리보다 더 아기처럼 놀아준다. 그래선지 아리는 평소에도 가족.. 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2009.11.03
492-다녀오씨다. 고마씨다아… 달력공부 할머니랑 아리랑 492 *9월 17일 목-다녀오씨다. 고마씨다아… 달력공부 요즘 아리에게 한국말연습과 인사하기를 가르치는데, 한국말이 매우 어려운가봐. 현관을 나설 때마다 ‘다녀 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왔을 때도 ‘다녀 왔습니다’ 하기. 물건을 받으면 ‘고맙습니다’ 하기 등. 밀크를 달.. 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2009.11.02
시-쓰레기는 아름답다 쓰레기는 아름답다 權 千 鶴 (시인) 섣달그믐 무렵 일 년 내내 모아진 각종 영수증을 정리할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곧 빚지는 일이고 쓰레기를 만드는 서글픈 노동이고 나도 세상을 더럽히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통증 때문에 일어나는 스파크 100볼트의 전류가 일으키는 심장발작 해마다 섣달은 오고.. 권천학의 시마을 2009.10.28
꽃의 자서전 <시> 꽃의 자서전 -맨드라미 권 천 학(시인) 열 서너 살 쯤엔 레이스 달린 드레스가 입고 싶었어요 스무 서너 살 땐 흑진주가 박힌 관을 쓰고 싶었구요 서른 서너 살 무렵엔 활활 타오르고 싶더군요 그러다 마흔 서너 살이 되니까 빨간 인주의 낙관이 갖고 싶어졌어요 쉰 서너 살 쯤엔 서리에도 지워.. 권천학의 시마을 2009.10.21
누가 만일 ‘당신 참 명박스럽군요’ 라고 한다면? 누가 만일 ‘당신 참 명박스럽군요’ 라고 한다면? 권 천 학(시인) 'You so obama.(당신 정말 오바마스럽군요.)' 오바마의 대문자 O를 소문자 o로 바꾼 짤막한 이 한 마디. 무슨 말일까? 이 말은 지금 미국인들 사이에 ‘You are so cool.’ (당신 정말 멋지군요)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슬랭으로, UCLA가 .. 권천학의 수필방 2009.10.17
시-동작동에서 <시> 동작동에서 권 천 학(시인) 만날 때마다 깊어지는 어둠 푸른 잔디 이엉 아래 무수히 창을 만들어도 밝히지 못하는 등불 가슴앓이로 시작된 그대 꿈 없는 잠보다 잠 없는 숱한 밤을 기억해야 하는 내 생애의 묘비명 몇 구(軀)의 안식으로 얻어진 한 웅큼의 휴식 죽음을 팔아 사들인 텃밭에 경작.. 권천학의 시마을 2009.10.16
시-그리운 섬 홍도 <시> 그리운 섬 홍도 권 천 학(시인) 난 갈 테야 몸살 앓아 끓는 피 데리고 가서 들썩이는 파도 앞에 수줍음 깔아 펼치는 붉은 돌로 살 테야 난 갈 테야 가슴 두근거리는 곳이면 어디든 갈 테야 출렁 출렁 흔들리는 곳이면 어디든 갈 테야 그리움으로 안 받치며 한 그루 섬 동백 되어 짓붉게 살 테야 .. 권천학의 시마을 2009.10.14
491-엄마랑 축구게임 할머니랑 아리랑 491 <사진토크> 엄마랑 축구게임 때 ; 2009년 9월 5일 토요일 장소 ; 몬트리올 집 뒷 정원 참가선수 ; 엄마와 아리 아리와 엄마가 축구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바베큐기 앞에서 아리가 볼을 잡았습니다. 볼을 잡은 아리가 라이락 나무 뒤로 숨었습니다. 할머니가 몰래카메라고 잡았습니.. 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2009.10.12
탈모 탈모 權 千 鶴 (시인) 낙엽이 진다 11월, 한 살이 마치고 때가 되어 돌아가는 길목 한 계절 때늦어 돌아 못 가는 발길 눈물겹다 활활 타올라 하늘에 이르고 싶은 시간의 심지에 이루지 못한 꿈들이 뽑혀 나와 제 몸에 불 지르며 소신 공양하는 해거름 한 웅큼의 꿈도 이루지 못해 앓다 지친 잎 거울 속 .. 권천학의 시마을 200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