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에 묵은지 어때요? 묵언기도 중인 겨울산에서 나무들이 모두 발가벗은 채 깊은 명상에 잠겨있었다 여름내내 들끓어 댄 근육 위에 흰 눈을 얹어놓고 피를 식히는 침묵의 계절 잔 가지에 이는 바람소리랄지 발밑에서 바스라지는 시간의 숨소리랄지 한사코 길을 막는 겨울 산 그 적막 속에서 부활의 숲을 날아오르는 새는 .. 권천학의 수필방 2006.03.22
춘분*권천학 춘분 * 권 천 학 봄이면 눈이 없어도 눈 뜰 줄 아는 나무처럼 땅심 깊숙이 물관부를 열고 투명한 물길을 여는 나무처럼 초록 잎새 끝까지 밝히는 마음의 눈을 가진 나무처럼 눈감고 있으면서 속눈 틔우는 나무처럼 실버들 가지 연두 빛으로 몸 트기 시작하는 춘분 때쯤 환절기의 몸살감기를 앓는 내 삶.. 권천학의 시마을 2006.03.22
사소하지 않은 사소한 일 * 권천학 사소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 * 권천학 가령, 손가락으로 개미를 누르는 일은 아주 사소하다 그러나 손가락의 힘에 눌려 죽은 개미에겐 절대로 사소하지 않다 저의가 없는 사소한 행동이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절대로 힘을 생각없이 쓰지 않는 일만큼이나 사소하지 않다 손가락을 가시에 찔.. 권천학의 시마을 2006.03.18
열정 * 권천학 열정 * 권천학 - 몸이야기1 빛알갱이들이 하늘로 퍼져 오르는 섭지코지의 바람불던 새벽 같아요 하얀 날개 위에 뿌려진 피자욱들 아 - 떠오르는 햇덩이를 내 몸에서 꺼내 주세요 꽃잎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던 어영 앞바다 그 저녁답 일몰로 환생하여 잔 비워들고 다가서는 실겁달 그대에게 몸으로 뭉갠 .. 권천학의 시마을 2006.03.18
지팡이 사던 날 * 권천학 지팡이 사던 날 * 권천학 지팡이를 사기 위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맞잡은 손바닥에서 아버지의 온기가 나지막하게 전해져왔다. 전처럼 뜨겁지가 않고 그저 예릿한 정도여서 가슴이 또다시 먹먹해졌다. 아버지의 손가락 끝 부분이 서늘하게 느껴져서 내 손으로 아버지의 손가락 끝 부분을.. 권천학의 수필방 2006.03.14
봄 유죄 * 권천학 제204회 수향시낭송회 모시는 글입니다 봄 유죄 * 권천학 무슨 일인가 있는 게 분명해 누군가 마그마 가슴 가까스로 누르며 살고 있을 저 담장 안에 골목 안 술렁거림에 오금이 저린 그가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그만 비밀스런 일을 저질러 놓고 바람 타는 담장과 녹슨 가시철망을 뛰어넘고 .. 권천학의 시마을 200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