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92-다녀오씨다. 고마씨다아… 달력공부

천마리학 2009. 11. 2. 10:45

 

   할머니랑 아리랑 492

 

 

*9월 17일 목-다녀오씨다. 고마씨다아… 달력공부

 

 

요즘 아리에게 한국말연습과 인사하기를 가르치는데, 한국말이 매우 어려운가봐.

현관을 나설 때마다 ‘다녀 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왔을 때도 ‘다녀 왔습니다’ 하기.

물건을 받으면 ‘고맙습니다’ 하기 등.

밀크를 달라고 할 때 아리는 밀크! 하는데,

“할머니, 아리가 우유 먹고 싶어요. 우유 주세요.”

“할머니, 아리가 우우 먹고 시피오. 우우 주세요.”

 

“고맙습니다.”

“고마씨인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허리 굽혀 절하기는

“다녀오씨다.” 꾸뻑.

그리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전엔 제가 누르려고 쏜살같이 달려가거나, 어쩌다 다른 사람이 누르면 앙앙 울더니 요즘은 꾀가 늘어서 바뀌었다.

“할머니 컴 컴!”

할머니를 와서 누르라고 손짓까지 하며 불러놓고는 누르려고 하는 순간에 제가 누르고는 쾌재를 부른다. 일부러 ‘ 할머니가 눌러야지’ 하고 서둘러 가서 누르려다가 간발의 차이로 아리에게 기회를 놓친 것처럼 연기를 해주면 아주 좋아하며 으시댄다. 아유 귀염뎅이.

 

저녁때 데이케어에서 돌아왔을 때는 ‘할머니, 할머니!’하고 문을 두드리며 소리친다. ‘누구세요?’하면서 문을 열어주고 ‘오우, 우리 아리구나아’ 하면, 무엇이 그리 성급한지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하고 숨넘어가게 부르면서 손에 든 것을 보이며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얼마나 마음이 급한지 발음이 제대로 안 될 뿐만 아니라 얼굴이 상기되기까지 한다. 곁에 섰던 제 엄마가 ‘할머니 다녀왔습니다’하고 인사를 하면 제 이야기를 하는 중에 ‘할머니 다녀씨다’ 꾸뻑하고는 제 이야기에 바쁘다.

집을 나설 때나 밖에서 돌아왔을 때 습관들이게 하려고 제 엄마와 할머니가 항상 정중하게 인사를 주고받지만 아리는 기분 좋으면 먼저 하기도 하고, 아니면 따라서 흉내 내듯 한다.

 

저녁에 침대에서 자기 직전에 으레 우유를 달라고 하는데, 제가 아쉬우니까 ‘할머니 밀크!’ 했다가 할머니가 ‘어떻게 해야지?’ 하면 ‘고마씨다아’ ‘주세요오’ 하곤 한다.

 

 

 

 

 

 

 

또 요즘은 아리랑을 아리노래라고 하면서 불러주는데 처음엔 듣는 둥 마는 둥, 어떤 땐 찬찬이 듣기도하고… 그러면서 따라 부르라고 하면 따라 부르질 않는다. 두어번 따라 부르라고 강요하면 느닷없이 ‘올드멕도날도 해드어팜…’을 하거나 ‘에비씨티이에프지…’를 부르면서 어긋장을 부린다.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해주었기 때문에 그 노래가 ‘아리 노래’라는 것은 안다.

어떤 땐 낮에 놀다가 불쑥 ‘넘어 간다아~’ 하고 그 마디만을 저도 모르는 사이에 흥얼대기도 한다. 좀 더 연습이 필요하다.

저녁이면 침대 위에 벽에 걸린 커다란 한국달력을 내려놓고 등긁게로 짚어가면서 읽게 하는데, 일 이 삼 사 오 육구 칠 팔 국 십… 까지는 잘 한다.

11일 가리키면 일일 이라고 읽기 때문에 십일 십이 십삼… 이십일 이십이 이십삼…을 연습시킨다. 24개월 때 쯤에 뽀로로 카드를 놓고 가르쳤을 때는 곧잘 했었는데 한동안 멈췄더니 다시 약간 어색해졌다. 그래도 두세 번만 해주면 곧잘 이해하고 따라 하는 편이다.

문제는 요일이다. 진즉부터 아리가 ‘선데이 먼데이 튜스데에 웬즈데이…’ 하고 영어로만 익숙하게 해왔는데,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하고 가르쳤더니 영 따라하려고 하질 않았다. 그런데 이제 다시 시작하면서 ‘일 월 화 수 목 금 토’하고 읽어주면, ‘일’과 ‘1’ 때문에 혼선이 오는 모양이어서 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은 계속 달력공부하기에 관심을 보여서 열심이다.

 

한국말이 발음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스쿨에서 온종일 영어로만 통하니까 한국말이 귀와 혀에 어색할 밖에. 그러나 한국말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같은 발음이 많으니 개념파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가르치기도 배우기도 힘이 들 것이다.

 

요즘은 소견이 더 분명해지고 언어구사력도 많이 늘고 어휘도 많아져서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할머니나 제 엄마아빠가 생각지 않았던 분별력을 보여주곤 한다. 대화가 아주 진지하고 자연스럽다. 제 엄마 아빠는 그런 아리의 모습을 너무나 대견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할머니도 마찬가지지만.^*^

 

아리야.

다 잘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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