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93-존 아저씨

천마리학 2009. 11. 3. 21:26

   할머니랑 아리랑 493

 

 

*9월 19일 토-존 아저씨

 

 

 

존 아저씨가 엄마와 함께 할머니 시를 번역하는 작업 때문에 왔다. 금년 초부터 시작한 일이라서 이제는 마무리 단계이다. 여름 내내 못 만났으니 오랜만이다.

존 아저씨는 아리만 만나면 아리보다 더 아기처럼 놀아준다. 그래선지 아리는 평소에도 가족들 이름을 대거나 외출할 때 멤버로 꼭 ‘존 아저씨’를 거론하곤 한다.

오늘도 비즈니스 룸에서 번역작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얼마나 신나게 놀아주는지 아리는 얼굴이 빨갛게 되고 몸이 후끈거리도록 신이 났다.

 

풍선을 날리기도 하고, 종이비행기도 만들어 올리고, 인형놀이도 하고, 담요를 뒤집어쓰고 숨바꼭질도 하고, 볼 놀이도 하고… 한바탕 집안이 난리다.

그래도 잘 노는 아리가 얼마나 좋은지. 놀아주는 존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아리가 좋아하는 놀이 중에는 담요를 뒤집어쓰고 그 안에서 할머니, 엄마, 아빠를 불러대는 것이다. 할머니 침대의 씨트 속에 들어가기도 한다. 제 딴엔 그 속에 숨었다고 생각한다. 숨어 있다가 할머니나 엄마나 아빠가 와서 더듬더듬 못 찾는 척하다가 담요나 침대 씨트를 들치면 자지러지게 놀라면서 웃어 제킨다.

할머니 옷장 속에도 들어가 숨고, 침대 옆 바닥에 이불이나 담요들을 쌓아놓고 그 속으로 할머니를 불러다가 좁은 공간에 함께 쪼그리고 앉아서 낄낄거리며 좋아한다. 비좁은 공간에 누워서 할머니 목을 끌어안고는 마냥 재미있어한다.

삐까푸~

아리를 보면 아이들은 좁은 공간이 좋은 모양이다.

 

 

 

존아저씨의 포토샾 강의를 위해서 찍은 사진.

 

 

 

 

어느 구석에 숨어서 ‘할머니, 할머니이~’ 찾으라고 불러댄다.

‘아리가 어디 있지이? 이상하다 어디 있을까?’ 하면서 엉뚱한 곳을 더듬거리는 시늉을 하면 숨어있는 녀석이 ‘노우~’하고 그 곳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이런 엉터리 같으니라구, 그런 숨바꼭질이 어디 있니?쿡쿡!

‘어? 어디서 아리 소리가 났는데…’ 하고 주변에서 기척을 해주면 빤히 보이는 현관 구석에 조그만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어있는 녀석이 저 있는 곳을 말해주다니… 요렇게 귀여울 수가 있나.^*^

또 씨트나 담요 속에 숨어있을 땐 주변에서 더듬거리는 동안 긴장해서 깔깔 거리며 발사슴을 하다가 씨트 위로 제 몸을 만지면 와~ 소리를 치며 못 참고 솟아나오곤 한다.

정말 아리하고 있으면 완전히 딴 세상이다.

 

요사이 아리는 쿠키를 매우 좋아한다.

될 수 있으면 쿠키 대신 자연식으로 먹이려고 노력하지만 요즘은 왠일인지 쿠키를 많이 찾는다.

잠자리에서 또 쿠키를 찾았다.

“도도 하고 내일 사 줄게. 내일 할머니랑 함께 라바에 가자. 알았지?”

하면서 달래었더니

“노우 노우, 할머니 학교, 할머니 친구 피터”

한다.

지난 금요일에 학교에서 내 친구 피터가 쿠키와 캔디를 주기에 그걸 아리에게 주면서 할머니 학교 친구 피터 아저씨가 아리 주라고 하더구나 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 라바에 가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 할머니 학교에서 가져오는 것으로 안다.

“그래 알았어. 할머니 학교에 가서 피터아저씨에게 쿠키 받아올게”

끄덕끄덕 하고는 눕는다.

얼마나 귀여운지…

“불 끄자, 불빛보고 도깨비랑 모스키토랑 올지 모르니까”

끄덕끄덕. 그러나 불을 끈지 일분도 안 되어서

“할머니 밀크”

“어떻게 해야지?”

“주세요오, 고마씨다아”

요렇게 예쁜 녀석에게 아무리 잠자리라지만 어떻게 밀크를 안 줄 수 있나요?

그치 아리야!^*^

“앉아야지?”

아리가 일어나 앉는다.

 

 

 

 

 

 

 

 

희미하게 스미는 속에서 우유를 큰 컵에서 작은 컵에 따른다. 작은 컵은 작년 여름 퀘백에 갔을 때 엄마가 할머니에게 선물로 사준 유럽의 역사가 조각되어있는 주석컵인데 아리 차지가 되었다. 컵 말고도 할머니 물건은 모두가 아리 차지다.^*^

아리가 찬 우유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미리 따라놓았다가 달라고 할 때 조금씩 나누어 주곤 한다.

“두 손으로”

두 손으로 컵을 받아 든 아리가 마시기 시작한다. 지난 번 몬트리올에 갔을 때부터 밀크 버틀을 사용하지 않고 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홀짝홀짝 마시는 것을 보며 옆에 누우면 아리는 밀크를 마시면서도 할머니 ‘씻, 씻’ 하고 제 옆에 꼭 앉게 한다.

다 마시고 나서 빈 컵을 주고 나서야 함께 자리에 눕는다.

이그, 깍쟁이 같은 녀석.

 

아리야,

부디 건강하게, 그렇게 티 없이 잘 자라거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