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94-아리 하우스

천마리학 2009. 11. 6. 09:44

   할머니랑 아리랑 494

 

 

*9월 21일 월-아리 하우스

 

 

오늘 저녁에도 또 불러댄다. 할머니가 내일 있을 ‘스펠링 비’ 때문에 단어공부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불러댄다. 이번엔 ‘할머니 빨리 와보세요’ 제 엄마까지 불러댄다.

할머니가 안방으로 갔더니 제 엄마의 옷방의 문틈으로 제 엄마가 ‘여기예요오 빨리 들어오세요’하고 속사긴다.

옷이 주렁주렁 가득한 옷방의 좁은 공간에 덩치 큰 아빠와 엄마와 아리가 쪼그리고 들어 앉아서 할머니를 부른 것이다.

그곳이 아리네 집이라는 것이다.

아리네 집에 가족 모두를 초대한 것이다. 비좁은 곳에 겨우 비비고 앉아서 ‘차 좀 주세요’하면 옆에 있는 서랍에서 차를 꺼내어 타는 시늉을 해서 한 잔씩 돌린다. ‘쿠키도 주세요’ 하면 또 쿠키도 돌리는 흉내를 내고, 먹는 시늉까지 해야 한다. ‘우리 잘 까요?’했더니 마냥 재미있어하는 아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서 자요?’ 했더니 구 좁은 공간에 시늉으로 침대라고 하면서 가리킨다.

 

 

한참을 어른 세 사람이 꼬마 아리의 집에 초대받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

 

 

 

 해밀턴의 로얄보타니컬 가든에서 할머니와 함께

 

 

 

어떻게 이렇게 조그만 녀석이 상상으로 온갖 짓을 하는지 평소에도 너무 신기하고 즐겁다. 없는 음식을 먹는 시늉도 하고, 만드는 시늉도 하고…, 제 아빠가 없을 때도 현관 쪽을 가리키면서 제 아빠와 이야기 하는 시늉도 한다.

요즘 아리는 공간 활용을 하여 곧잘 집을 짓는다고 한다.

책으로 칸을 막으면서 집이라고도 하고, 블록을 줄 지어 막아놓고 집이라고 한다.

오늘 저녁에도 제 아빠가 할머니 책상 옆에 메모꽂이용 보드를 붙여주는데 못을 치는 동안 그 보드를 들고 ‘할머니 집 짓자’고 하면서 벤치 위에 올려놓고 공간을 만들었다.

아리에게 공간개념이 생기는 것일까? 소유개념이 생기는 것일까? 할머니는 생각한단다.

 

아리야,

나중에 크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살려므나.

그때도 크고 아름다운 아리 집에 할머니랑 엄마랑 아빠랑 모두 함께 살자꾸나.

알았지 아리?

 

요즘 아리가 정말 부쩍부쩍 자라는 걸 느낀단다.

며칠 전에 아빠게 쟀는데 키도 96cm. 몸무게도 는 것을 느끼거든.

생각하는 것도 자랐다는 것을 아리와 대화하면서 알게 되지. 제법 차원 있는 대화가 이루어진다니까…^*^

무슨 차원이냐고?

음식을 먹을 때 싫고 좋은 것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싫은 이유까지 표현하지.

어떤 땐 또 제겁 아빠와의 대화를 길게 대 여섯 번까지 이끌고 나가기도 하고.

날로 늘어나는 네 어휘력과 표현력에 우리 모두 감탄하곤 한단다.

 

 

 

로얄 보타니컬 가든의 수부니에 스토어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또 요즘은 낮 시간에 다이퍼를 착용 안 하지.

피피! 하고 서너 번씩 말하고 토일렛에 가니까.

지난 며칠 간 훈련시키느라고 신경을 꽤 썼는데 그땐 잘 안되더니. 채 한 달도 안돼서 스스로 이렇게 잘 하잖아. 그렇게 쉽게 될 줄이야.

며칠 전에 미쓰 캐런이 하루 결근을 하고 다음 날 출근했더니, 아리 네가 단 하루 안 보았을 뿐인데 보이가 된 것 같다고 엄마에게 말하더라는 거야.

생각도 자라고 몸도 자라고… 잘 한다 아리야.

요즘은 쿠키야. 밀크야, 먹는 것도 왕성한 거 보니까 자라는 타임인가 봐.

생선도 잘 먹고 과일도 잘 먹고… 먹으면서 아리 스스로 어깨를 으쓱으쓱하면서 자란다고 표현하기도 해서 우리 모두를 웃겨주기도 하지.

아무튼 좋다!

부쩍부쩍 자라거라.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