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96-Where is Ari's wine? 집요함과 고집

천마리학 2009. 11. 12. 07:39

   할머니랑 아리랑 496

 

 

*10월 1일 목-Where is Ari's wine? 집요함과 고집

 

 

요즘 아리는 걸핏하면 집을 짓는다. 의자건 카드건, 혹은 장난감 인형들이건 심지어 할머니 다리까지 이용해서 구역을 만들고 그것이 아리의 집이라고 하면서 그 안에 들어가 재미있어한다.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일이 좋은가보다.

의자를 죽 늘어놓아서 화장실 입구나 할머니 방 입구를 막고 자기 방이라고 한다.

침대 위에서 할머니랑 놀면서도 할머니의 두 다리를 죽 펴서 벼개와 잇대어 구역이 되게 한 다음 그 안에 앉으며 자기 집이라고 한다.

그렇게 변화를 보이는 아리가 너무 귀엽다.

 

이제 낮에는 다이퍼를 하지 않지만 차차 저녁에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하지 않으려고 해서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쉽게 되리라 생각하고.

그런데 한 가지, 요즘 아리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 저녁에 자기 직전 침대 위에서 밀크에 씨리얼을 타서 먹고 밀크 한 컵을 마시고야 잠을 잔다.

저녁 식사시간에 밥을 잘 먹지 않고 있다가 잘 때 쯤 되면 출출한 모양이다.

데이케어에서 6시경에 돌아오면 배가 고픈 시간이어서 오자마자 밥을 먹곤 했는데 간혹 오는 길에 핏자 먹고 싶다고 해서 집 앞의 핏자핏자에 들어가서 핏자를 먹이기도 하고, 간혹 쿠키와 우유를 먹기도 한다.

그것이 곧 이른 저녁이 되어서 어른들이 저녁을 먹는 디너시간에는 음식을 잘 먹지 않고 놀다가 잘 무렵에 씨리얼을 우유에 타서 한 공기, 그리고 우유한잔을 거뜬히 마시고서야 잠을 잔다.

 

 

 

 

 

 

 

저녁식사 시간이나 티 타임엔 곧잘 헤프닝이 벌어진다.

저녁식사 시간엔 자주 포도주를 마시는데 그때마다 아리는 자신에게도 주기를 원한다. 그때마다 포도주는 어른들만 마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대신 주스나 다른 음료로 대체하는데 그래도 어른들과 똑같이 포도주가 먹고 싶어 안달인 아리. 어쩔 수 없이 할머니나 엄마아빠가 하는 말을 듣긴 하지만 아빠가 할머니와 엄마의 잔에 포도주를 따르는 동안에도 성에 안차서 포도주를 달라고 은근히 조른다. 분위기 상 할 수 없이 포기하면서, 어른들이 잔을 들고 치어스! 할 때 마지못해 주스 잔을 가져다 댄다. 어른들이 마시기 시작하면 갑자기 아리의 유도심문이 시작된다.

“Where is 할머니 wine?”

“여기있지.”

하고 할머니의 포도주잔을 들어 올려 보여준다. 이번엔

“Where is 아빠 wine?”

“여기” 아빠가 아빠의 잔을 들어 올려 보여주고

“Where is 엄마 wine?”

“여기”

하고 엄마가 들어 올려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아리의 질문이 계속된다.

“Where is Ari's wine?”

그제서야 우리모두 아리가 꾀를 썼다는 걸 눈치 채고 웃음을 터트린다. 실제로 처음엔 아리가 그렇게 유도심문하고 있다는 걸 생각 못 했었다.

 

 

 

 

 

 

 

 

그런 걸 보면 아리의 성격에 집요한 면이 있는 걸 알 수 있다. 자기 의견을 관철하려는 고집이기도 하고 어떤 땐 일종의 고집이기도 하다. 그런 성격을 엄마아빠를 닮은 듯하다. 특히 아빠. 뻔히 답이 있는데도 우기는.

예를 들면, 빨간 색을 ‘파랑’이라고 말 했거나, 브라운 말을 ‘화이트 홀쓰’라고 말해놓고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우긴다. 웃으면서 우긴다. 때로는 오른 쪽으로 가자!고 했을 때 왼쪽으로 가고 싶은 아리는 왼쪽으로 가자고 우긴다. 왜 오른 쪽으로 가야하는지 정당한 이유를 대면, 타당함을 인식하면서도 일단 왼쪽으로 할 걸음 옮긴 후 오른쪽으로 간다. 자신의 주장이 틀린 것을 고집부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스스로 알고 있어서 우기면서도 웃는다.

신발을 신을 때 왼발과 오른발을 잘못 짚어서 고쳐주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제 주장대로 일단 신었다가 고쳐 신는다.

아리의 어깃장은 또 있다.

할머니를 텃치하고 도망가는 아리를 잡는 시늉을 해서 텃치! 하면 화를 낸다. 결코 자기는 터치를 안 당해야 한다. 할머니를 터치! 하고 달아날 때 뒤에서 할머니가 자신을 터치! 하면 노우, 노우, 기어이 텃치 안 당할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이고, 어떤 땐 할머니가 끝까지 양보하지 않으면 떼를 쓰며 얼굴이 벌겋게 돼서 운다.

또 자기가 한 말을 할머니나 엄마아빠가 하면 싫어한다. 그 말은 자신만 해야 한다고 우긴다.

예를 들면, 책을 읽다가 호랑이가 어흥! 하는 대목에서 아리가 어흥! 한다. 할머니가 따라서 어흥! 하면 노우, 노우, 자기 혼자 하게 내버려둘 때까지 계속하며 고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