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일 ‘당신 참 명박스럽군요’ 라고 한다면?
권 천 학(시인)
'You so obama.(당신 정말 오바마스럽군요.)' 오바마의 대문자 O를 소문자 o로 바꾼 짤막한 이 한 마디. 무슨 말일까? 이 말은 지금 미국인들 사이에 ‘You are so cool.’ (당신 정말 멋지군요)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슬랭으로, UCLA가 발행예정인 여섯 번째의 속어 사전(UCLA Slang)에 정식으로 등재된다고 한다. 슬랭이므로 문법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은 불완전 문장이기도 하고, 또 시대적인 감각으로 생겨나는 것이므로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멋지다. 그리고 그런 말을 생기게 한 오바마도, 그런 대통령을 가진 미국 국민들도 참 부럽다.
Spiral Scarecrows by Dennis Oppeneinn -2009 09 Earth Art Exhibition of Botanical Garden(USA)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코미디언들이 대통령의 말투 흉내가 유행이었던 일이 있다. 그 중에서도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투를 흉내 낸 코미디언 엄용수씨의 성대 묘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의 성대 묘사를 듣고 나서 ‘정말 김대중 대통령보다 더 김대중 대통령스럽다’고 표현했었다. 어떻게 본인보다 더 본인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 논리적으로는 안 맞는 말이지만 그만큼 특징을 잘 살려 묘사했다는 의미이다. 서론이 길었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오바마나 코미디언의 성대 묘사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 말을 우리의 대통령에 적용시켜보자는 것이다. ‘당신 참 명박스럽군요.’ 만일 누가 이렇게 말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처럼 ‘당신 참 멋지군요’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확정할 순 없지만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행적과 관련한 내용으로 붙여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의 단어가 붙을까? 한번 붙여보시기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벌써 붙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를 붙이셨나요? 클린턴 전 대통령도 그의 이름에 수식어가 붙어있다. ‘능수능란한 윌리’라는 뜻의 ‘Slick Willy’이다. 그러나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이 통용되게 한 ‘루인스키’와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한 방에 평가절하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140일에 가깝도록 북한에 억류된 미국의 여기자를 무사히 데려왔다. 떠들썩하지 않게, 생색내지 않고, 조용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더 보기 좋았고 저력이 느껴졌다. 그 동안 미국정부가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서 석방을 시도했으나 뜨뜻미지근하게 끌어 왔던 문제다. 그 명쾌하지 못했던 일을 명쾌하게 해냄으로서 실추된 오명과 부적절한 평가를 단 한 방에 날려버리고 역시 ‘Slick Willy야' 라는 말을 국민들로 하여금 다시 쏟아내게 했다.
Spiral Scarecrows by Dennis Oppeneinn -2009 09 Earth Art Exhibition of Botanical Garden(USA)
최근 또 우리 대통령이 생활공감정책 주부 모니터 단 대표들과 찻잔을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소감은 얼마 전 브이를 그려 보이던 고속도로 휴게소 사진이나 이문동 주민들과 탁구를 치는 사진을 보면서 느꼈던 유치한 정치 쇼 같은 연속선상이다. 차라리 체력 단련하는 사진이 낫겠다는 생각도 여전하다. 같은 무렵, 비행기 안에서조차 국정에 관련된 서류를 훑어보며 머리를 짜는 오바마의 사진도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바마의 사진이 더 대통령스럽다고 느껴졌다. 선거철도 아닌 지금, 국민들이 살기 힘들다는 불평과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때에, 주민들을 찾아 나선다? 한가해서거나 아니면 뭔가가 그만큼 다급해서거나, 둘 중의 하나로 보인다. 아직도 국민들이 힘든 사실을 몰라서 민정시찰을 한단 말인가? 지금 찾아나서는 것은 입을 막자는 의도의 고단수 연출일수 있다.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런 미봉책의 연출보다는 국정에 고심하며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불평과 한숨의 원인부터 해결하고 아직도 불편한가 물으러 다녀야 하지 않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찾아 나서서 대면하면 누가 속마음을 이야기 할 것이며, 그런 겉치레 사진을 보고 거기 찍힌 사람들 빼고 누가 감동할 것인가? 국민들은 대통령의 진심을 알기 마련이다. 대통령은 연예인이 아니다. 공약이나 인기작전을 위한 사진보다는 생활에서 실감되는 좋은 정책으로 감동시켜야 한다. 우리 대통령에게 진정으로 말씀 드리고 싶다. 우리도 ‘당신 참 명박스럽군요.’하는 말이 마음에서 우러나게 해달라고. 그 말의 의미가 ‘당신 참 고맙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희망을 이루어주셨습니다’ 등이 되게 해달라고. 어떻게 해야 그런 마음이 생기게 되는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서든 알려드리고 싶다. 청와대로 가는 길이 막혔거나 대통령의 귀가 닫혔다면 고함이라도 쳐서 알리고 싶다. 세익스피어처럼 ‘당신의 귀를 빌려 주세요’하고는 귀에 대고 소곤소곤 부탁하고 싶다. 작은 목소리가 큰 소리이니까.
<2009년 8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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