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설 오래된 시다. 1976년엔가? 전국주부백일장에서 장원한 시다. 지난 주에 한국일보의 고정칼럼난에 발표한 [연후에,然後에 ]를 읽은 몇몇 독자들이 그 글 중에 나오는 시 [전설]을 보고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뒤져서 실었다. 전설 * 권 천 학 1 털실로 무늬를 넣어 세월을 엮는 여인의 손가락 사.. 권천학의 시마을 2018.03.29
2018,썩은 봄의 최신패션 * 권 천 학 2018, 썩은 봄의 최신 패션 * 권 천 학 시인 •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2018구찌가을겨울남성과여성컬렉션런웨이룩 구찌(Gucci)가 새로운 최신유행패션을 보내왔다 ‘미투(me too)’가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2018년의 썩은 새봄에, 괴물이거나 악령이거나 음습한 권력의 뒷골목에서 어슬렁거리.. 권천학의 시마을 2018.03.07
시-아버지 돌아오시다 아버지 돌아오시다 * 권 천 학 아버지가 깨끗하게 돌아오셨다 몸에 붙어있던 온갖 세균과 잡다한 티끌, 생애를 더디게 했던 갖가지 더러움들을 몽땅 태워버리고 가뿐하게, 빨강, 파랑, 노랑, ...의 유채색들을 벗어버리고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무채색의 혼으로 우주 삼라만상의 기운으.. 권천학의 시마을 2018.02.27
시-아버지의 흔적 아버지의 흔적 * 권 천 학 무적함대였던 등판과 막강했던 어깨가 아버지였다힘없는 두 다리 사이,습하고 냄새나는 아버지의 부자지를 주물럭거려가며내가 태어난 DNA의 통로가 되어준 흔적과씨앗주머니의 주름 사이사이를 닦는다퀴퀴한 역사의 어두운 길을 더듬어 들어간다초점 없는 시.. 권천학의 시마을 2018.02.14
아버지의 그물 아버지의 그물 * 權 千 鶴 바다는 늘 끝으로만 물러서는데 뭍으로, 뭍으로 기어오르는 살붙이들 여린 식솔들의 벼리를 움켜쥔 손아귀에 지천으로 꿈틀대는 실핏줄 퍼렇게 살아 눈뜨는 목숨 투망질로 굳어진 근육 흰 뼈마디에 고인 짭짤한 눈물 뭍으로 떠난 자식들은 그물코를 벗어난 금.. 권천학의 시마을 2018.02.06
시-대한민국 바다 대한민국 바다 * 權 千 鶴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 시인 동해는 꿈꾸게 하고, 남해는 그립게 하고, 서해는 삶을 경작한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그것은 거느림이며 에워쌈이다 솟구치는 힘이며 드넓은 가슴이다 길이며 마당이다 닫고 여는 문이다 도착하고 출발하는 시작점이.. 권천학의 시마을 2018.01.29
단풍-류흥모님의그림과함께 * 이 시는 시인들이 '좋은시'로 뽑은 작품이기도 한데요. 화가 류흥모님께서 보내주신그림 이미지가 맞아서 꾸며봤습니다. 류흥모님, 고맙습니다! 단풍 * 권 천 학 백혈병이 차마 아름다운 줄 가을산에 가서 알았다 빈혈 앓는 잎이 너무나 창백해서 한 생애가 다 들여다 보였다 류흥모 50호.. 권천학의 시마을 2018.01.12
새해맞이시-뿌리의 시간 새해 새 마음으로 !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엔 웃는 일이 많으시기 바랍니다! 뿌리의 시간 * 권 천 학 -새해맞이 시 눈보라 휘몰아치는 대관령의 황태덕장에서, 켜켜이 쌓인 눈 깊어지는 나이아가라 언더레이크의 포도밭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혹한의 어둠 속에서 터진 껍질 .. 권천학의 시마을 2018.01.01
명사들의유머 ◆카네기의 유머^^ 카네기가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그가 어머니 손을 붙잡고 과일가게에 갔다. 가만히 서서 뚫어져라 딸기를 쳐다보자, 주인 할아버지가 한 움큼 집어 먹어도 된다고 했다. 카네기는 계속 쳐다만 보았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자기 손으로 딸기를 한 움큼 덥석 집어서 주었.. 권천학의 시마을 2017.12.27
가을겸상 가을겸상 * 권 천 학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시인 식탁보와 냅킨이 더 새하얗게 보이고 나이프며 포크가 유난히 반짝여 보이는 아침, 그 아침에 스치는 어떤 예감에 멈칫, 커튼을 열었다 갈색 톤의 버버리코트를 걸친 그가 가득, 창밖에 서 있었다 막 당도한 듯, 그의 등 뒤에서 밟고 온 낙.. 권천학의 시마을 2017.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