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아버지의 흔적

천마리학 2018. 2. 14. 10:30








아버지의 흔적   *   권 천 학






무적함대였던 등판과 막강했던 어깨가 아버지였다
힘없는 두 다리 사이,
습하고 냄새나는 아버지의 부자지를 주물럭거려가며
내가 태어난 DNA의 통로가 되어준 흔적과
씨앗주머니의 주름 사이사이를 닦는다
퀴퀴한 역사의 어두운 길을 더듬어 들어간다
초점 없는 시선으로 그윽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아버지, 부끄러움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는 지금
생명의 시원을 찾아 바이칼 어디쯤을
고비사막의 모래언덕 어디쯤을
원시 이전의 시간이 고여 있는 웅덩이를
응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회로의 어디쯤에서 우린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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