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바지선 <시조> 바지선 * 권 천 학 땟국 낀 손금 사이 바다는 출렁이고 희망과 절망사이 오가는 눈 먼 짐승 오늘도 바닷길 천리 꿈만 꾸는 바지선 권천학의 시마을 2017.03.23
요통 요통 * 權 千 鶴 나는 오늘 혁명을 앓고 있다 짐을 싸는 내내 허리가 몹시 아프다 이사가 쉽지 않은 일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매일 쓸고 닦는 현관의 못 하나가 천정에 매달려있는 전등 한 개가 딴지를 걸어올 때도 있는데, 터전을 옮기는 일이 어디 쉬우랴 보따리들의 무게만으로도 지.. 권천학의 시마을 2017.03.10
화엄사홍매 화엄사 홍매 * 권 천 학 붉다! 참 붉다! 풍경소리 염불소리 바람소리 붉다붉어! 환장하게 붉어! 소승, 언제 저처럼 붉어질까요 환장할 때마다 붉어진 피 세세연년 쏟아내었더니 피가 꽃되더라 권천학의 시마을 2017.02.25
달빛파병 달빛 파병 * 權 千 鶴 괴괴하다! 밤도 잠도 심상찮은 자정 넘은 시간, 불길함 떨치고 살금살금 괴괴한 적막 속으로 나서는데 배시시 열린 화장실 문틈을 비집고 쳐들어와 마룻바닥에 내리꽂힌 빛살, 머리끝이 쭈뼛! 숨을 멎고 소리 죽여 문을 밀다가 앗! 남쪽 환기창에 박힌 섬칫한 눈매, .. 권천학의 시마을 2017.02.17
시조-찬바람 찬바람 권천학 토론토· 시인 돌 응달 이끼 되어 터 잡은 슬픔 한 올 철 이른 계절 맞이 숨겨진 무쇠 칼날 가슴속 옹이로 굳어 날 벼리는 바람결 -Jan 24, 2017 -토론토 한국일보 권천학의 시마을 2017.02.01
안양사지(安養寺址)에서 안양사지(安養寺址)에서 * 權 千 鶴 安養, 그 이름만으로도 극락에 들었노니, 왕들이시여! 오늘은 제가 그 자리에 잠시 금동아미타좌상으로 앉았습니다 왕이시여! 아버지 산소 다녀오시는 길에 민정 살피고자 다리를 건너시던 당신처럼 만안교를 건너서, 또 한 왕이시여! 온천욕 마치고 .. 권천학의 시마을 2017.01.12
깊고깊은 밤 깊고깊은 밤 * 권 천 학 그리움 몇 타래 시누대 밭에 풀어놓고 난(蘭) 두어 포기 심어 가꾸는 수묵화 알몸으로 부셔놓은 백자 항아리에 고여 넘치는 달빛 쑥국새 울음소리 휘감기는 달밤 어딘가에서 산목련, 꽃잎 지우고 있다 권천학의 시마을 2016.12.31
대한민국에게 차려내는 밥상 대한민국에게 차려내는 눈밥 한 상 * 權 千 鶴 눈이 눈답게 쏟아졌다 순식간에 앞뜰 뒤뜰, 길이 덮이고 건너편 집 지붕들이 덮이고..... 아마 지금쯤 광장 전체가 덮혔으리라 그 사이 밤도 하얗게 덮여 새 세상을 여는 경건한 이른 아침에 뒤뜰 발코니, 침엽수 아래 눈 한 상 잘 차려놓기까.. 권천학의 시마을 2016.12.17
가자, 참민주의 광장으로 가자, 참민주의 광장으로! * 權 千 鶴 어둠을 뚫고 바람에 흔들려가며 타오르는 마음에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불 밝히고, 오체투지로 간다 참자유, 참민주를 향해서 종로네거리, 을지로, 청계천, 퇴계로, 한강다리를 건너 온 용산길까지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다 열어젖히고 문이라는 문.. 권천학의 시마을 2016.12.05
시조-손들어봐 잠깐, 오래 집을 비웠다. 한국에 석달가량 머물다가 이제 돌아왔다. 많은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이제 차분히 원점에 서서 비워둔 공간들을 정리해나가야겠다. 천천히. 손 들어봐 * 권천학 행복이 대체 뭘까 헛짚어 헤매다가 고단한 여정 끝에 비로소 닿은 .. 권천학의 시마을 2016.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