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전설

천마리학 2018. 3. 29. 10:16




오래된 시다. 1976년엔가? 전국주부백일장에서 장원한 시다.

지난 주에 한국일보의 고정칼럼난에 발표한 [연후에,然後에 ]를 읽은 몇몇 독자들이

그 글 중에 나오는 시 [전설]을 보고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뒤져서 실었다. 





전설   *   권 천 학 

 


 

 


1

털실로 무늬를 넣어

세월을 엮는 여인의 손가락 사이에서

새실 새실 피어오르는

아릿한 날들

 

해묵은 초롱에 전설을 밝히면

鶴의 날개를 짜던

내 사유의 실 끝은

강물이 되고

비단 수건에 들여진 얼룩을

밤새도록 비누질하여

헹구어낸

새벽

 

그렇지

그는

이렇게 외로운 이야기를

두고 갔지

서러운 입김이 서린 비단수건을

남겨두고 갔지


 

2

눈길 주는 곳마다 윤이 흐르고

강물의 회귀로 열려오는 뜨락에서

풍성한 식탁에 초대된 바람

바람결에 이우는 꽃잎을 띄워

건배하는 술잔에 떠도는

신기한 구름

구름 속에서

문득 당신의 귀한 웃음을 보는

여인의 속눈섭에

이슬도 맺히는

내일

 

그렇지

찬란한 해후의 약속을

그는

내 뜨락에

묻어두고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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