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시인
식탁보와 냅킨이 더 새하얗게 보이고 나이프며 포크가 유난히 반짝여 보이는 아침, 그 아침에 스치는 어떤 예감에 멈칫, 커튼을 열었다 갈색 톤의 버버리코트를 걸친 그가 가득, 창밖에 서 있었다 막 당도한 듯, 그의 등 뒤에서 밟고 온 낙엽들이 숨을 바스락 거리고 가을비 끝자락에 젖은 나뭇잎들이 혼곤히 지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안으로 모셨다 치즈 얹어 녹인 병아리콩, 아보카드 기름에 익혀 후추를 뿌린 방울토마토, 노릇노릇 구운 통곡 식빵 한 조각과 곁들여진 산딸기 잼, 벗겨먹는 막대치즈, 블랙베리가 들어간 요구르트 그리고 크리스털 물 한 잔 소찬이지만… 조촐하나 풍성한 저의 아침식단입니다 드시지요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없이 짧게 흐르는 심상찮은 침묵, 혹시 입에 맞지 않으신지……? 모신손님의 기색을 조심스럽게 살피다가 숙연히 식탁을 둘러보는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아, 그렇군요, 모두 다 손수 지어 보내주신 것들이지요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올리지 못했네요 민망하여 크리스털 물 한잔을 들이켰다 목 줄기가 처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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