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도 * 權 千 鶴
사랑 하나에 목숨 내걸고 반짝이는 깃 펼쳐들면 무성한 잎마다 엽록소 풍부한 바람 몰려와 뜨겁게 달구던 심장
한 계절 시름없이 보내고 나면 겨울강 잔물결 소리 넘실대던 이부자리
지울 수 없는 눈물 한 방울도 못다 부른 노래도 그대 이름 다시 부를 수 없는 슬픔만 못해
말씀 하나에 온 생애 내걸고 땟국 흐르는 일상(日常) 남루한 목숨일지라도 늦과일 몇 개 익히고자 잎을 지우는 가을나무가 되면 가지 끝마다 가물가물 매달리는 부활의 소식
아픈 잠자리 푸새 반듯한 당신의 말씀 안에 자리를 펴고 누우면 어느 새 품안으로 파고들어 이불깃 여미는 그대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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