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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등골

나라를 위하여 건강합시다! 오늘은 캐나다의 '아버지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버이날'로 통합하였습니다. 아버지! 그 거룩한 이름을 기념하기 위하여! 오늘 하루, 가슴 뜨겁게 불러봅시다. 아 버 지 ! 친구가 보내준 해바라기 이미지를 모든 아버지께 바칩니다. 우리들에게 아버지는 해바라기 같은 존재이니까요. 우리집의 젊은 아버지, 패트릭, Patrick을 위하여! 아버지의 등골 * 권 천 학 아버지 등골은 산맥이다! 들어갈수록 깊어지고, 들어갈수록 우뚝해지는 산맥이다 그 산맥 오르내리며 살고 또 살았다 살고 또 살며 우뚝우뚝, 넘어진 자리마다 세워놓은 돌 표지석 움푹진푹 피해가며 걷던 벼랑길, 아슬아슬 줄 타던 아버지의 그 산맥에서 아버지의 등골은 깊은 강이다! 흐르고 또 흐르면서 낮은 곳 후미진 곳 ..

개미지옥의 아침-한일시집

나라를 위해 건강합시다 ! 잠시 걱정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주변을 돌아봅시다. 우리 사는 모습이 개미사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잠시 걱정 내려놓기도 어렵고, 숨을 고를 여유도 사라집니다. 그렇지만, 생각하기 나름! 아시죠? 생각을 바꾸면,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있으니 지금 천국에 있는 것입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잖아요. 할일없는 신선놀음보다 무언가 부대끼며 사는 우리들이 훨씬 보람있지요. 우리 모두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적의 개미들이니까요. 오케이? 개미지옥의 아침 * 권 천 학 쇠똥구리에겐 쇠똥이 우주이고 개미에겐 개미지옥이 지옥이다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풀잎 하나에 가장 맑은 창을 가진 투명한 우주들이 조롱조롱 매달려서 아침을 연다 커다란 우주가 내 몸 안..

허수아비-철원평야1

나라를 위해 건강합시다 ! 오늘도 하루가 밝았습니다. 하루가 이어져서 역사가 됩니다. 이어진 역사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서 얼룩이 진 채 머물러 있습니다. 역사는 얼룩이 졌다고해서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품어 안아야 합니다. 그 안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 우리의 선조들이 계시듯, 우리의 아들 딸들의 역사도 깃들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의 기억에 있는 역사. 현존하는 현실의 역사를 지켜봐야합니다. 거절해서도 안되고, 건성이어서도 안됩니다. 허수아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말없이 살아서, 죽은듯 살아서, 힘없는 듯 살아서 두 눈 뜨고 불끈, 돌이켜보고 직시해야 합니다. 허수아비 -철원평야 1 권 천 학 텅 비어 있었다 다만 기다림에 야윈 억새풀과 매서운 북풍..

625-동작동에서

나라를 위하여 건강합시다 ! 6월... 감회가 깊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보국과 안보입니다. 떠나와 살고 있더라도, 오히려 떠나와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간절한 것이 조국입니다. 눈앞의 일만 생각하지 마시고 좀더 멀리, 좀더 넚게, 멀리 있는 조국과 조국의 역사를 잊지말아야겠습니다. 잠시 잊었다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마음을 여며야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는 절대로 공짜가 아닙니다. 수많은 목숨과 수많은 피로 얻은 고귀한 결과입니다. 우리 아들들과 남편들과 아버지들이 일구어놓은 고귀한 나라입니다. 모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대 한 민 국 ! 부디 강건하라!! 부디 영원하라!! 잠시 대한민국을 위해 마음을 여미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동..

현충일-6월의시

6월의 시 -현충일에 부쳐 권 천 학 아들아! 호박꽃 초롱에 개똥불 밝히고 남몰래 외로움을 키우던 아들아! 청보리 익히는 바람결에 역사의 늪은 깊어만 가는데 꽃다운 너희들의 순결한 피와 흰 뼈 묻힌 6월의 산야에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소리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뼈를 깎는 그 소리 오장이 떨려 말할 수 없어 보릿고개 허기를 샘물에 동동 타 마시고 청올치 질긴 가닥으로 살았던 우리네 목숨 삐비꽃 피는 언덕에서 속절없이 바람만 불어온다 해도 누구라도, 그 누구라도 풀꾹새 우는 뜻을 눈물로 새겨 듣지 않으랴 아들아! 초여름 보리누름에 오금이 쑤셔 밭둑길 내닫던 아들아! 개구리 논배미 물꼬 터놓고 피멍 고인 목울대 씻어내어도 아물 길 없는 그날의 아픔 아카시아 꽃자리 메꾸며 차오르는 나이..

낙엽칙서

낙엽칙서 권천학(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Facebook Twitter Email More 오피니언 관리자 (opinion@koreatimes.net) -- 11 Nov 2019 한국일보 낙엽칙서 * 권천학 -시인 •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이 계절의 아침산책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시시각각 붉어지고 노랗게 물들어가면서 눈물겹게 황홀해지는 나무들의 모습을 보는 일도 예사롭지 않고, 나뭇잎 비늘들을 밟고 지나가는 가을바람도 예사롭지 않다. 간밤에 조곤조곤 다녀간 가을비조차 예사롭지 않은 아침, 앞뒤 뜰에 날아와 앉은 낙엽들이 마음을 붙든다. 나날이 가을색으로 짙어지고 있는 울타리주변의 풍경을 보면서 강가의 나무들은 얼마나 달라지고 있을까. 자주 다니는 험버강의 산책길에 서 있는 가을 나무의 안부가 궁..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 권 천 학 내 안에 있는 여러 개의 방 여닫힘도 모르면서 삐그덕 삐그덕 들락거리고 까탈스런 내 선잠 위에 자리를 펴고도 늘어지게 잠을 자는 나를 뽑아 감고 다니면서도 닫힌 문 안에 고이는 쓸쓸함 같은 건 알 바 없어 쓸쓸함을 더해주는 내 구덩이에 똥 퍼부어가며 넝쿨 뻗는 두루뭉실 호박 같은 헐거우면 헐거운 대로 조이면 조이는 대로 조석으로 내 게으름을 탓하며 챙겨주는 양말목 같은 아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가정의 달 5월, '부부의 날'에 부부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어린이날에--이루거라 아리야!

이루거라 아리야 ! * 할머니 권 천 학 한 걸음 한 걸음 서툰 발걸음으로! 걷고, 달리고, 뛰고, 높이뛰고… 그 힘으로 세상의 굴헝을 건너고 솟구쳐 올라서 끝내 이루거라 한 자, 한 자, 자음과 모음으로 깨우쳐서 네 마음을 읽고 쓰고, 사랑을 읽고 쓰고, 세상을 읽고 쓰고, 세계를 읽고 써서, 모두가 네 뜻을 베껴 쓰도록 크게 이루거라 아리 !! * 아리: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