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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악수(握手)

빼앗긴 악수(握手) * 권 천 학 시인 •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기원 전 고대 바빌론에서는 통치자의 손에 대단한 권위를 부여했다. 즉위식이나 중요한 국가의식(儀式)을 행할 때, 오른 손으로 성상(聖像)의 손을 잡았다고 한다. 통치자는 하늘로부터 신성한 신의 힘을 전달 받는다는 상징이다. 로마의 카이사르 장군은 그 의미를 살려 악수하는 인사법을 만들어 군대에게 가르쳤고 그것을 전통으로 삼았다. 악수는 신뢰와 다짐을 뜻하는 몸짓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전쟁으로 점철되어있다.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의 어느 곳인가는 전쟁으로 평화가 불타고 있다. 겉으로는 전쟁이 없는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평화의 시기라고 할 수 없다. 서로를 견제하고 뺏고 빼앗기는 욕망..

광야교회와 야단법석

광야교회와 야단법석 * 권 천 학 시인 •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815광복절을 맞은 서울의 광화문광장이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로 펄펄 끓었다고 한다. 비가 내렸다는데도 인근의 이면도로까지 가득가득 메운 보도를 접하면서 가슴이 아리다.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작년 6월경 민중집회가 시작되면서부터 광장은 뜨거웠다. 그러다가 10월부터 청와대 사랑채 옆에 천막을 친 ‘광야교회’가 등장했다. 일부 기독교도들이 주축이 되어 구국의 기도와 찬송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예배는 영하의 추위를 무릎 쓴 채 계속되었다. 그러자 당국에선 집회중지, 계고장과 철거명령, 구속 등의 조처를 취했고, ‘순교하겠다...’는 맞대응으로 버티며 겨울을 났고 드디어 금년 2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강제 철거되면서 멈추었다. 그..

조금만 더 참아요

조금만 더 참아요 * 권 천 학 시인 •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날씨 화창한 지난 주 어느 날 인파로 가득차서 붐볐던 트리니티 벨우드공원이 오늘은 텅 비었다고 한다. 소풍 나온 두어 가족의 모습이 되레 짠해 보인다. 벌써 넉 달째, 학교에도 못가는 손주들도 수시로 밖으로 나가자고 보채지만 고작 앞뜰 뒤뜰행차로 끝을 내는 나의 심정이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느라고 힘들었던 시민들이 모처럼 햇볕이 좋았던 그 날,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수긍하면서도 어쩌려고 저럴까. 걱정되기도 했다. 노상방뇨와 자잘한 소란으로 인근주민을 불편하게 한 시민의식의 허점도 보였다고 한다. 오랜만에 맛보는 한 줌의 자유, 한줌의 해방감을 참을 수 없었으리라. 그 다음 날, 뉴스는 갑자기 더 많아진 확..

오이소박이 -5회 끝

안녕하세요? 오늘이 연재 마지막회입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 감사합니다. 아직 COVID-19의 위협이 끝나지 않았으니 계속해서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오이소박이 * 권 천 학 -시인 •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약속한 목요일. 부축하듯 입구를 들어서는 두 남자. 손님들이 성글게 차 있는 초저녁부터 문이 여닫힐 때마다 시선을 모으던 한씨아줌마가 달려 나가 맞이한다. 마침 지하의 화장실 계단에서 올라오던 경애가 힐끗 그 광경을 바라본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는 것을 돕고 있었고 한씨아줌마도 거들고 있다. 돕는 남자가 한씨아줌마의 남편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다가가서 인사라도 할까 하다가 그냥 주방으로 들어가 유리문을 통해서 바라본다. 구부정한 허리를 부축 받으며 겨..

오이소박이-4회

안녕하세요? 고국엔 폭우가 내려서 피해를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친지들에게 안부 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수목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비피해 없는지 연략했더니 오히려 기다리던 비ㅡ 흠뻑 젖어서 좋다고 합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 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힘들어하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COVID-19, 역시 머지않았습니다. 잘 이용하시면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저역시, 요즘 ZOOM MEETING과 ONLINE 강의로 소통을 해가면서 또 다른 삶의 방법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지혜롭게 마지막까지 잘 견뎌내시기 바랍니다. 입추! ........................................... 오이소박이 * 권 천 학 -시인 • 국..

시조-산수국

산수국(山水菊) * 權 千 鶴 산수국(山水菊) * 權 千 鶴 물결 진 그리움에 아슴한 들녘 저 편 보랏빛 꽃등 켜고 손짓하는 그 사람 시큰한 눈두덩 위로 산자락이 환하다 Hydrangea Cheonhak Kwon Translated by Hana Kim and John Mokrynskyj In my waves of longing, Is that someone beckoning to me from the far side of that field carrying a purple flower lantern? The base of the mountain is dazzlingly bright to my swollen eyes.

오이소박이 -3회

안녕하십니까 회원여러분! 7월의 마지막날, 여름의 한 가운데입니다. 걷기도 하시고, 매일 스트레칭도 빼놓지 마시고... 몸의 건강만이 아니라 마음의 건강, 정신의 근육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닙니다. 몸을 받쳐주는 것이 곧 정신이지요. 몸도 정신도 모두 강건하셔서, 뽀송뽀송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번엔 소담님의 그림과 '하늘텃밭'의 풍경입니다. 오이소박이 * 권 천 학 -시인 •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진수는 어렸을 때부터 오이소박이를 좋아했다. 갓 버무린 것부터 시작해서 익은 것까지 다 좋아했다. 오이소박이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녀석이었다. 경애의 귀에 입을 대고 사각사각 씹는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시어진 오이소박이 벌건 국물에 밥을 비벼 먹기도..

꽃의 자서전

페북에서 꽃의 자서전 권천학 정류재 문학관의 소나무 열 서너 살쯤엔 레이스 달린 드레스가 입고 싶었어요 스무 서너 살 땐 흑진주가 박힌 관을 쓰고 싶었어요 시른 서너 살 무렵엔 활활 타고오르고 싶더군요 그러다 마흔 서너 살이 되니까 빨간 인주의 낙관이 갖고 싶었어요 쉰 서너 살쯤엔 서리에도 지워지지 않는 시 한 편 갖고 싶었어요 그리고나서 또 다시 긴 꿈을 꾸며 당신의 꽃밭에서 목숨 곱게 용수 내리고 싶어요 -시집에서 *권천학 시인은 소박한 소년의 꿈에서 서서히 시인의 향을 느끼고 유명한 시인으로 거듭 났다. 안동에서 일본 다시 김제 거쳐 익산에서 전주, 서울로... 국내에서 을 자처하며 천 마리 학 떼를 몰고 다닌다. 그는 캐나다에서도 알라스카로 갔다가... 밴쿠버에서 온타리오로... 세계적 청정지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