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무물 (身外無物) 신외무물 (身外無物) * 權 千 鶴 어젯밤에 한국의 어머님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이곳의 날씨도 연일 무덥고, 엊그제 물폭탄으로 쏟아진 비 때문에 토론토 도심에서도 피해가 속출한 상황이었지만, 먼저 한국에 장마가 든다고 들으며 연일 염려가 되던 차였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모두 9.. 권천학의 수필방 2013.11.15
연재시60회-첼로가 된 나무,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에서 연재60회 첼로가 된 나무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아제신의 죽음」을 연주할 때마다 내 목숨의 장송곡을 듣는 듯 목숨 베이던 기억 새롭다 톱질과 대패질·········· 함께 고통받는 전나무를 보면서도 동반의 아픔을 확인할 뿐 서로가 아무런 도움도 위.. 권천학의 시마을 2013.11.12
‘뻔’의 운명 * 권 천 학 ‘뻔’의 운명 * 권 천 학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리는 동안 펼쳐 든 신문, 식탁에 기대어서 굵은 제목부터 훑어가며 페이지를 넘기는데 다이애나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다 내린 커피 잔을 들고 창가 자리로 가면서 ‘다이애나, 파예드 만나기 전 파키스탄 의사와 결혼할 뻔’이란 제목.. 권천학의 수필방 2013.11.08
연재시59회-화장지가 된 나무,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에서 연재59회 화장지가 된 나무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한 무리의 나무들이 화장지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별 쓸모 없는 잡목으로 태어나서 잡목 숲을 이루고 쓰레기처럼 엉켜 살면서 ‘쓰레기는 아름답다’고 작은 목소리로 부르짖어가며 재생철학을 하던 친구들이었다.. 권천학의 시마을 2013.11.05
창작활동은 병(病)도 이긴다 창작활동은 병(病)도 이긴다 * 權 千 鶴 나는 지금 루느와르의 ‘누워있는 누드’ 앞에 서 있다. 찬찬히 그녀의 몸매를 훑어내면서 루느와르와 속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 부턴가 손가락의 중간 마디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른 손의 셋째와 넷째 손가락의 중간마디가 쏘삭쏘삭 근지.. 권천학의 수필방 2013.11.01
연재시58회-보석이 되는 상처,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에서 연재58회 보석이 되는 상처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상처에서 흘러내린 송진이 아픔으로 누렇게 떴다 한 세월쯤 흙 속에 묻혀 다져지고 끈적거리는 연민마저 삭혀버리고나서 호박으로 다시 태어나면 아픔이나 송진 따위는 생각하는 이 아무도 없다 상처를 보석이라 말하는 .. 권천학의 시마을 2013.10.29
허물벗기 허물벗기 * 權 千 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 뱀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해야겠다. 정신세계 속에 잠재되어있는 관념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 없이 끔찍하게 싫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아는 한 모 기자의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다지만. 그건 순수.. 권천학의 수필방 2013.10.25
연재시57회-목판본 경전,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에서 연재57회 목판본 경전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죄요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모두 죄가 되어 돌아오니 주체할 수 없는 번뇌 때문에 사는 게 지옥 같다는 친구, 제 손으로 몽둥이 하나 깎아들고 찾아와서는 생각날 때마다 제 몸을 때려 정신 차리게 해달라는 눈.. 권천학의 시마을 2013.10.22
층간소음, 한생각만 바꾸면 한 생각만 바꾸면 * 權 千 鶴 -이웃, 이웃사촌 드디어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사건이 났다. 참 안타깝다. 딸깍! 한 생각이면 되는데. 건영아파트에 살 때였다. 갑자기 귀를 찢는 굉음이 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원고를 쓰려고 막 책상에 앉아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워서 .. 권천학의 수필방 2013.10.18
연재시56회-목탁이 된 나무,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에서 연재56회 목탁이 된 나무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껍질도 벗고 깎이고 두드려 맞아도 목이 컬컬했다 똥물을 마셔야 청이 틘다더니 내 속에 든 똥 찌꺼기 비워내라 하여 파내고 후볐다 조금씩 목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아하! 속을 다 비워내고서야 득음 할 수 있구나 권천학의 시마을 201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