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57회
목판본 경전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죄요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모두 죄가 되어 돌아오니 주체할 수 없는 번뇌 때문에 사는 게 지옥 같다는 친구, 제 손으로 몽둥이 하나 깎아들고 찾아와서는 생각날 때마다 제 몸을 때려 정신 차리게 해달라는 눈물겨운 청을 하더니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 애린 속 다 파내 버리고 비워낸 자리 염불소리로 채우는 목탁이 되어 돌아온 그 친구가 여전히 깎아든 몽둥이로 온갖 번뇌 망상 다 쫒아내어가면서 티없이 맑은 목소리로 내게 권했다. 그 동안 남다르게 겪은 모진 시련 다 뛰어넘어 살 속에 음각된 아픔들까지도 모두 걸러내고나면 득도의 길 갈 수 있을 것이니 획마다 깊은 뜻 품어 안는 목판본 경전이나 되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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