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연재시59회-화장지가 된 나무,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에서

천마리학 2013. 11. 5. 22:39

 

 

 

 

연재59회

 

 

화장지가 된 나무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한 무리의 나무들이 화장지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별 쓸모 없는 잡목으로 태어나서 잡목 숲을 이루고 쓰레기처럼 엉켜 살면서 쓰레기는 아름답다고 작은 목소리로 부르짖어가며 재생철학을 하던 친구들이었다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닦아주고 씻어주는 휴지가 되어 찢겨지고 밟히고 버려지면서 더러운 쓰레기로 말없이 뭉개지더니 물에 녹고 땅에 묻혀 흔적도 없이 스며서 얼마간의 세월동안 삭고 삭아서 티눈 같은 자존심마저 삭혀낸 보살이 되더니 우리들 뿌리 아래 보드라운 흙으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