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연재시60회-첼로가 된 나무,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에서

천마리학 2013. 11. 12. 22:36

 

 

 

 

연재60회

 

 

첼로가 된 나무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아제신의 죽음을 연주할 때마다

내 목숨의 장송곡을 듣는 듯

목숨 베이던 기억 새롭다

 

톱질과 대패질··········

함께 고통받는 전나무를 보면서도

동반의 아픔을 확인할 뿐

 

서로가 아무런 도움도 위로도 되지 못하는

속수무책의 나, 단풍나무는 사라졌다

 

계속되는 끌질과 칼질

죽음을 희롱하는 담금질

수많은 아픔 끝에 우리는 결합했고

첼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는 가끔씩

우리가 겪은 고통을 말하듯

온몸으로 무반주 첼로곡을 연주한다

 

온 산을 물들이던 내 붉은 끼와

수려한 모습을 자랑하던 전나무의 녹색끼가

소리로 일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