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나의 사랑은 * 權 千 鶴 고작 키스로 고백하다니 말도 안돼 영혼이어야 해 홑소리와 닿소리 혹은 가로와 세로 속에 갇힐 순 없어 자유야 사랑은 차라리 침묵이어야 해 빈 봉투 가득 채운 그리움으로 남는 한 잊지 못해 나의 사랑은 시(詩)일 수 없어 언제나 본론으로 살고자 하는 내 영혼의.. 권천학의 시마을 2012.12.01
시-가을꽃 * 權 千 鶴 가을꽃 * 權 千 鶴 색깔로만 남는 일은 더 생각해야 할 일 알고 있었지 생나무 가지 위 거만한 목덜미 다스리던 시절에도 때가 되면 피고 지고 때가 되면 떠나리라는 것을 헛된 나뭇잎 지우고 맨몸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꿈의 상의를 벗어버리면 빛 아닌 게 없거늘 나즉히 그늘로 밀려나 .. 권천학의 시마을 2012.11.23
가을 샹송 가을 샹송 * 권 천 학 사랑하는 이여 가을로 가는 마차를 타요 차마 말 못하고 얼굴만 붉히다가 알록달록 단풍 들어 단내 나는 마음 잎 잎마다 물들이는 가을 산으로 가서 색 고운 잎 새 사이로 스며들어 속속들이 붉어진 부끄러움 감추어요 추수가 넉넉한 마을을 지나 맑은 물 흐르는 계.. 권천학의 시마을 2012.11.06
2012, 이 가을엔 2012, 이 가을엔 * 權 千 鶴 -스무개의 가을 중 첫번째 기도 으레 한발 앞서 들이닥쳐 열정의 계절을 한바탕 흔들어대고 세상을 들었다 놓은, 청춘의 한 가운데를 긋고 지나간, 태풍 지나간 자리에 패인 상처에서 거듭 고개 숙이는 겸손을 배우게 하소서 마음 끝끝까지 펼쳐 모난 곳 덮는 보.. 권천학의 시마을 2012.10.05
시-개미지옥의 아침 개미지옥의 아침 * 권 천 학 쇠똥구리에겐 쇠똥이 우주이고 개미에겐 개미지옥이 지옥이다 커다란 우주가 내 몸 안에서 돌며 아침을 열고 깨알만 한 나는 우주 속에서 돌며 커튼을 젖힌다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풀잎 하나에 가장 맑은 창을 가진 투명한 우주들이 조롱조롱 매달린 아침 아.. 권천학의 시마을 2012.07.17
시-꽃샘감기 꽃샘감기 * 權 千 鶴 땅속줄기로부터 뽑아 올린 진액을 한 입 씩 품어물고 숨을 참던 봄꽃들 다투어가며 꽃봉지 트고 나오려는 순간 심한 재채기를 터트렸다 엷은 봄옷 한 벌 걸친 냉이도 먼 산 흰 눈 위에 얹힌 추위를 걷어내며 기관지에서 기침을 뽑아올린다 정신을 멀게 하는 어지럼증 .. 권천학의 시마을 2012.05.15
시-사랑은 꽃몸살 -헬렌님을 위하여 사랑은 꽃몸살 * 권 천 학 사랑은 아름다운 꽃몸살 무지개 빛깔의 말씀에 앓는 가슴 언저리 햇빛에 얼어 곪아터진 상처에 날아와 박힌 은화살 때로는 슬픔처럼 그 곳이 아파오는 사랑은 아름다운 꽃몸살 권천학의 시마을 2012.05.11
시-조간신문 조간신문 * 권 천 학 또아리를 튼 어둠의 끝을 밟고 오는 첫 발자국 가슴에 남은 마지막 줄을 당기며 성큼 다가서는 日常 날마다 새로운 만남으로 새벽의 빗장을 연다 흩어지는 안부를 모아 바람으로 엮은 예감 한 자락 결론을 재촉하며 머리맡에 놓이는 신선한 기다림 권천학의 시마을 2012.04.15
시-김달삼 김달삼 * 권 천 학 토론토 시내 욕 공동묘지(York Cemetery) 한국인 묘역 금빛 은빛 치장도 다양한 저승마을 길 한 켠에 확 머리채 휘어잡는 낯선 묘비 하나 KIM DAL SAM / 1899~1978 다녀간 해와 이름, 달랑 그 뿐인 가장 짧은 묘비의 텅 빈 공간에 묘비명(墓碑銘)으로 새겨진 십자가가 선연하.. 권천학의 시마을 201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