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삼 * 권 천 학
토론토 시내 욕 공동묘지(York Cemetery) 한국인 묘역 금빛 은빛 치장도 다양한 저승마을 길 한 켠에 확 머리채 휘어잡는 낯선 묘비 하나
KIM DAL SAM / 1899~1978
다녀간 해와 이름, 달랑 그 뿐인 가장 짧은 묘비의 텅 빈 공간에 묘비명(墓碑銘)으로 새겨진 십자가가 선연하다
누구보다도 일찍 밟아왔을 낯선 땅 팔십 평생을 사무쳤을 사연들 말해 무엇 하랴 굳게 입 다물어버리고 모든 것 털어내어 공(空)으로 간 그에게는 이름마저 무거운 짐이었을지 모른다
이름 무거울수록 죄 짓는 일도 많은 법 지우고 싶은 이름 되지 않도록 깨끗이 간수하라고, 이름 하나로 한 생애를 말할 수 있도록 주저리주저리 이름 더럽히지 말라고, 핏물보다 진하게 번지는 침묵의 도끼 날이 섬칫하다
살아생전 온갖 짐 지느라고 휘어졌을 이름을 말뚝 삼아 날리는 가장 짧으나 가장 강한 펀치로 가슴을 텅!
‘이름 한 자면 충분해, 그게 인생이야,’
<메모> 해가 저문다. 우리의 한해살이 삶도 저문다. 여러 해 살이 같으나 한해살이이기도 하다. 한해살이를 마칠 때마다 거듭나서 여러 해 살이가 된다. 거듭나기 위해서 또 죽자. 묘역의 간단한 묘비명처럼 말없이 죽자. 거듭 태어나기 위하여 거듭 죽자.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기 위하여 많이 죽자. 그리하여 새 모습으로 태어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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