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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땅굴에서

북한의 땅굴은 모두 남침용입니다. 1997년 미국의 해병대에서 발간한 '북한 핸드북'에 따르면 20여개로 추정된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땅굴은 4개입니다. 제1땅굴은 1974년 연천에서, 제2땅굴은 1975년 철원에서, 제3땅굴은 1978년 파주에서, 제4땅굴은 1990년 양구에서입니다 제가 제2땅굴을 방문한 것은 발견된 얼마 후였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 1,2km 떨어진 곳이었고, 2명이 동시에 총검을 매고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시간당 구보로 2만4천명의 군인이 남한 즉 발견된 철원으로 쏟아져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6.25남침 70주년이 되는 오늘, 다시한번 새겨보시기 바랍니다. 그 날, 땅굴의 막장까지 갔다나오면서 들었던 물방울 소리와 음습한 습기가 지금도 느껴집니다. 제2땅..

노동당사에서

ㅇ 지난 6월16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년9개월만에 폭파되었습니다. 우리의 자존심과 540조가 넘는 세금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노동당사에서 * 권 천 학 온몸이 통째로 슬픔의 귀가 되는 약속의 땅 사지가 찢겨나간 자유의 토막들이 아직도 채워진 수갑을 못 푼 채 조국을 부르는 소리 노동당사의 지하실에 갇힌 피울음을 하늘로, 하늘로 퍼내는 죽지 찢긴 솔개미 탱크 바퀴에 깔렸던 플잎들은 소리 없이 일어서고 참호마다 싸늘하게 내려앉은 어둠은 병사의 가슴을 관통시킨다 북녘의 바람은 좌표를 잃는 채 정처 없이 떠돌다가 마른나무 가지에 걸려 연(鳶)이 되고 족쇄 채워진 소망을 두른 채 떨고 서 있는 겨울 나무의 숨소리 오래 전, 제가 방문했을때의 노동당사입..

아버지의 흔적

아버지의 흔적 * 권 천 학 사부곡 1 무적함대였던 등판과 막강했던 어깨가 아버지였다 힘없는 두 다리 사이, 습하고 냄새나는 아버지의 부자지를 주물럭거려가며 내가 태어난 DNA의 통로가 되어준 흔적과 씨앗주머니의 주름 사이사이를 닦는다 퀴퀴한 역사의 어두운 길을 더듬어 들어간다 초점 없는 시선으로 그윽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아버지, 부끄러움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는 지금 생명의 근원이 되는 바이칼 어디쯤을, 고비사막의 모래언덕 어디쯤을 찾아 헤매며, 원시 이전의 시간이 고여 있는 웅덩이를 응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회로의 어디쯤에서 우린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돌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