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아침제사

천마리학 2014. 11. 11. 13:58

 

 

 

 

 

<시작노트>-인간과문학 2014 여름호특집

 

 

시를 갖고 논다!

 

 

왜 자꾸만 욕이 하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욕이 하고 싶어 죽을 지경일 때, 나는 시를 쓴다.

 

사는 일이 행복하고, 짜증나고, 너무나 무겁고, 너무나 가벼워서 콱, 가닥잡고 싶을 때, 누군가와 막 수다 한판 떨고 싶을 때,

지독한 배신을 당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배신 한번 못 당해서 화가 난다.

화가 날 때 나는 시를 쓴다.

 

누구는 고상하게, 누구는 근엄하게, 또 누구는 묵직하게 시를 쓴다. 짓는지 그리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나도 한때는 고상하게, 근엄하게, 묵직하게 쓰려고 한 시절이 있었다.

시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한때는 고상하고 근엄하고 묵직했으니까.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별거 아닌 것이 시고, 그보다 더 별거 아닌 것이 시인이라는 것도 눈치 챘을 때도 하릴없이 시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시를 낳는 시인이고 싶다 여전히.

 

어차피 모두가 제각각, 혼자인 세상.

못 믿을 건 머리 검은 짐승이라고 했던가. 벼라별 세상에서 나는 꾹 참고 시를 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낳은 시를 가지고 놀면서,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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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약력

*현대문학 데뷔, 진단시 동인 역임,

*문예가족 동인().

*한국전자문학도서관 웹진 불루노트발행(2000~2006)

*토론토 이주.

*하버드대학교 주최 번역대회([2H+O=2HO] 17편으로 우승.(2008)

*코리아타임즈 주최 한국현대문학번역대회([금동신발] 10) 시부문 우승(2010).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단편 [오이소박이], 2010)

*현재 토론토 캐나다한국일보캐나다뉴스 부동산 캐나다에 고정칼럼을 쓰며, 여전히 시와 잘 놀고 있다.

*저서: 첫시집[그물에 갇힌 은빛 물고기]9/ 편저[속담명언사전]/

 

 

 

 

아침제사 * 권 천 학

 -인간과문학 2014 여름호 특집 

 

 

 

 

 

 

              예측불허의 수수께끼가 가득한 문밖 세상

              때로 질퍽거리는 길을 하이웨이 어딘가에 숨겨두고

              안개너머로

              모질고 물컹한 함정을 펼쳐 놓은

              바다 또는 정글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지 모를 급류

              강풍에 휘날려 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야하는

              풍어제의 만장(輓章)

 

              아침마다

              문()을 사이에 둔 문간에서 대치 중인 팽팽한 전쟁

              피 튀기는 정글의 입구에서

              몸을 낮추어 총대를 잡는다

 

              허리를 구부리고, 한쪽 무릎까지 접고

              온몸의 피를 머리로 내려 보내는

              정중한 몸짓의 봉헌(奉獻)

              구부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척추가 한껏 견디며

              원에 가까운 곡선으로 굽혀 재배(再拜)

 

              뼈 아래 납작하게 숨죽여야 하는 뱃살은

              압박이 견디기 어려워 숨을 올려 밀며

              지은 죄를 토해내는 고해성사로 낯이 붉어진다

              세상의 문을 열기 직전

              무사귀환의 결의를 다짐하며

              최대한의 경의와 겸손을 표하는

              구두끈 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