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킬러들의 도시

천마리학 2014. 11. 25. 07:44

 

 

 

 

킬러들의 도시 * 권 천 학

-인간과문학 2014 여름호 특집 

 

 

 

 

 

 

           도시의 콘크리트 숲에 야생동물들이 우글거린다

           곰, , 여우, 독수리, 늑대와 뱀도 있다

           숲에 사는 그냥 야생동물과는 달리 모두 별종들이다

           영장류의 인간 목()에 속하는 짐승들로

           돌연변이도 있고 악성코드도 있고 진화된 변이종도 있다

           허물렁한 벽과 단단한 어둠과 하릴없는 틈 속에 스며 산다

 

           별종 암컷과 수컷들도 우글거린다

           온몸에 침을 발라 온몸을 성기로 만들고

           럭셔리한 치장으로 털을 감싸고

           윤활유 바른 혀로 매끄럽게 말을 굴려내고

           벌건 눈을 가리는 팻션으로 선글라스를 이용한다

 

           콘크리트 숲이 늘어남에 따라

           별종 야생동물들의 종수가 늘어났다

           콘크리트 벽에 근육을 문질러 키우거나

           어둠속에서 이빨과 손톱을 뾰족하게 갈아대거나

           그림자가 되어 소리 없이 웃는 표정연습을 한다

           먹이를 만나면 손톱발톱을 세우고 으르렁대며

           무서운 얼굴로 달려드는 산속 야생동물과는 달리

           별종들은 가시와 이빨과 손톱과 꼬리를 감추고

           달콤하게 웃는 얼굴로 다가선다

 

           가볍게 저질러진 살인들은 추억이 되고

           그럴듯한 말 뒤엔 으레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밤낮 가리지 않는 성폭행이 취미가 되는 킬러들의 도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쫒고 쫒기는 숨바꼭질

           몰이꾼과 저격수의 스릴 넘치는 게임이 계속 된다

 

           힘겹게 양심의 귀퉁이를 지키기 위하여

           도시의 골목마다 서있는 신호등은

           늘어나는 별종야생동물들, 그놈들 때문에 늘

           날이면 날마다 빨갛게 충혈 된 채 서 있다

           허수아비로 서 있다

 

 

 

'권천학의 시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나는 삭제되고있다  (0) 2014.12.14
시-키보드에서 배우다  (0) 2014.12.05
시;궁금증 꼬리를 물고…  (0) 2014.11.18
시;아침제사  (0) 2014.11.11
시 [안개]-마리아님을 위하여!  (0)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