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연재시54회-평와주의자,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속에 있다]에서

천마리학 2013. 10. 1. 22:52

 

 

연재54회

 

 

평화주의자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햇빛은 나무를 키웠다

추위도 함께 나무를 키웠다

 

햇빛이 나무의 키를 자라게 하는 동안

추위는 나무의 살을 야무지게 올렸다

엽록소 풍부한 바람 속에서

시간의 테를 둘러가며

근육 사이 물길도 내고

마디마디 텅 빈 여백을

초록 비타민으로 가득 채웠다

 

평화주의자로 자란 나무는

굳이 성분을 따지지 않는다

추위는 추위대로

더위는 더위대로 다

보약 삼아 녹여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