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연재시42회-한그루 사과나무, 시집[나는 아직 사과씨속에 있다]에서

천마리학 2013. 8. 19. 23:55

 

연재42회

 

한 그루 사과나무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내가 한 그루 나무일 때

어린 시절 노오란 꿈이 매달린

탱자 울타리 안의

한 그루 사과나무일 때

고향이라는 단어는

봄마다 돋는 새싹이 되고

잊히지 않는 기억들은

새싹 위에 올라앉는

꽃으로 벙글었다.

 

안깐힘으로 버티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목숨에 잔뿌리 내리고

메마른 숨길 타고 오르는

줄기줄기 아픈 관절에

홍옥처럼 새빨간 등을 다는

조국은

밑둥 어디쯤에서

숨이나 쉬고있는지,

절망의 심지에

희망의 불을 붙이는

조국은

땅 속 어디쯤에서

물길이나 트고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