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연재시31-죽을 자유, 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

천마리학 2013. 6. 26. 02:15

 

 연재 31회

 

죽을 자유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죽을 자유마저 빼앗긴 채

이데올로기의 폐품으로 버려진

부지깽이가

사그러드는 마지막 불길 속을 휘저었다

허옇게 탈색 되어가는

목숨의 재

죽음 같은 시간들을 파묻기 위해서

지하갱도의 어둠을 파들어갔다

 

파고 파고 또 파다가

막장 어디쯤

죽음마저 포기한 죽음을 향해

내려꽂은 곡괭이 날 끝에서

섬칫하게 일어서는 낌새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 무엇

오래 전에 잊혀진 고향의 냄새

!

그 곳까지 뻗어온 나무뿌리

잘린 자리에서 배어나오는 수액

상큼한 향기로움에 목이 메이는데

터진 혈관에서 쏟아내는 암호문

살아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기도문이

방울방울 적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