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연재7회,나는 아직사과씨속에 있다-연극무대

천마리학 2013. 3. 1. 12:03

 

 

 

   <제7회>

 

            연극무대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관측장교이면서

내 인생에 쌓인 어둠은 관측하지 못했다

그것은 내 실수가 아니었다

연출자의 장난이었다

갑자기 조명을 끄고

효과음을 죽이면서

무대는 암전

거기서부터 나의 직무유기는 시작되었다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더듬이는

두터운 어둠의 층을 뚫지 못하고

덧없이 흘러갈 수밖에

있으나마나 한 단역으로

전쟁놀이의 11장에서

무대 뒤 어둠 속

그 허망한 망각 속으로 밀려나버렸다

밀려나있는 동안

비극의 역사드라마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내가 어둠의 궁창을 헤매고 있었을 때

적당히 막을 내린 무대 위에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이

관을 쓰고 조명을 받았다

죽은 자들은 적당히 애도를 받고

나처럼 죽지 못한 자들은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모두의 기억에서 지우기 위해

위패로 모셔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