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연극무대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관측장교이면서 내 인생에 쌓인 어둠은 관측하지 못했다 그것은 내 실수가 아니었다 연출자의 장난이었다 갑자기 조명을 끄고 효과음을 죽이면서 무대는 암전 거기서부터 나의 직무유기는 시작되었다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더듬이는 두터운 어둠의 층을 뚫지 못하고 덧없이 흘러갈 수밖에 있으나마나 한 단역으로 전쟁놀이의 1막 1장에서 무대 뒤 어둠 속 그 허망한 망각 속으로 밀려나버렸다 밀려나있는 동안 비극의 역사드라마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내가 어둠의 궁창을 헤매고 있었을 때 적당히 막을 내린 무대 위에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이 관을 쓰고 조명을 받았다 죽은 자들은 적당히 애도를 받고 나처럼 죽지 못한 자들은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모두의 기억에서 지우기 위해 위패로 모셔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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