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나무연작시,8회, 나는 아직사과씨속에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천마리학 2013. 3. 3. 01:11

 

 

 

  

   <제8회>

 

 

        들리는 바에 의하면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동쪽의 그 숲엔 희망이 살아있다고 했다.

푸른 옷을 입은 시간들이

나무들의 관절을 야물게 키우고

보석세공을 하듯

잘 다듬어진 침엽수림 위에 내려와

햇볕 잔치를 벌이는

해의 살들이

나뭇잎들을 뾰족뾰족 빛나게 하고

가끔씩 훈훈한 안부를 전해주는 바람도 불어와

안개를 걷어내기도 한다고 했다.

 

들리는 바에 의할 뿐

어느 것 한 가지도 확실한 건 없지만

그 곳에 가면

푸른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난 길이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