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62-도리 꽝! 에미는 에미다! 

천마리학 2012. 7. 12. 13:26

 

 

 

*2011910()-도리 꽝! 에미는 에미다!

862.

 

22~16, 6am현재 20. Clear,

오전 9시경에 엄마, 아빠, 아리, 도리가 엄마의 구두를 반환하고 코리아타운의 다니엘 안경점에 가서 엄마의 안경을 픽업하고 간 김에 쇼핑까지 하고 11시경에 돌아왔다. 그동안 할머니는 혼자 집에 남아서 할머니의 작업을 했다.

엄마가 물건정리를 하고 아빠가 아리와 놀고··· 할머니가 도리를 보고 있는데, 사건이 터졌다. 움직이려고 하는 도리가 스트롤러를 붙들고 서는 것을 보며 신기해서 엄마아빠와 아리에게 보라고 외쳤다. 모두들 와아~ 했다. 그런데 아리가 다가와서 도리를 붙잡으려고 해서 아리의 과격한 행동을 제지하려는 순간 도리가 옆으로 넘어져 마루바닥으로 쾅!

 

 

그러거나 말거나 도리는 할머니 모자를 쓰고 장난이다.

내가 누구게요?

 

 

 

 

그 순간 싱크대 앞에서 달려온 엄마, 버럭.

어떻게 한 거예요?”

할머니를 향해 악을 쓰듯 비명을 지르며 도리를 끌어안고 운다.

그 소리가 평소에 듣지 못하던 소리.

 

에미?

붙잡고 있었어

변명처럼 하는 할머니의 소리는 분위기에 스며 낮았다.

할머니가 뒤 옷자락을 잡고 있었지만 쓰러질때 옷자락이 늘어져서 팽팽하게 당겨지지 않았을 뿐. 충격이 심하진 않지만 도리는 놀라고 아파서 우는 것이다.

엄마는 도리를 챙겨 안고 소파에 돌아앉아서 울며 도리에게 젖을 물렸다. 아빠는 엄마 등을 어루만지며 진정시키고 있다. 보고 있던 아리는 물끄러미 할머니가 했어!’ 했다.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 리가 없다. 말 할 수도 없다.

 

 

 

내 얼굴이 보이나요?

내가 누군지 알겠어요?

알아맞춰보세요!

 

 

 

졸지에 일어난 일, 할머니는 그저 너무나 황당하고 무안할 뿐.

그 순간을 견디면서 엄마아빠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아리가 할머니에게 다시 말했다.

세이 소리 투 도리!”

미안해!”

그냥 그러고 말았다.

할머니는 완전 죄인이다. 철없는 아리 앞에서까지.

이래서 아기 봐주는 일은 공()이 없는 허사인 모양이다.

얹혀사는 객, 필요할 땐 부리고 실수하면 원망의 대상. 결국 짐일 뿐이다. 입맛 참 더럽다! 죽을 맛이다.

그 바람에 코리아 타운에서 사온 송편이랑 곁들여 먹으려던 점심식사 분위기가 꽝이 되어버렸다.

 

 

 

이래도 모르겠어요?

 

 

 

오후 4시경, 자고 일어난 도리가 방긋거리며 아빠 품에 안겨 할머니에게 왔다.

아빠가 조금 전의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일부러 할머니에게 도리가 아무렇지도 않다

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임을 안다.

 

아리의 주장으로 테리팍스 공원으로 온가족이 산책을 나갔다. 아리가 축구공을 들고 아빠에게 졸랐지만 아빠가 선듯 대답을 하지 않고 엄마에게 말해라 했다. 아리가 엄마에게 공원에 나가자고 할 때 시큰둥, 무관심한 말투로 엄마가 모두 함께 가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아리가 그런 것을 의식하거나 눈치채지 못한다.

 

 

깍꿍!

나, 도리잖아요!

 

 

 

 

엄마도 아리에게 저기압이다. 아리가 아빠의 말만 듣고, 엄마의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아리가 통통통 할머니방으로 올라와서 드유 원트 고우 아웃, 테리팍스 파크?’하고 물었다. 할머니도 대충 분위기 파악도 하지만 아직도 도리의 일로 겪은 기분도 있어서 그냥 끄덕끄덕 했다. 흔쾌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리는 안심을 하면서 다시 내려가더니 아빠에게 할머니도 간다면서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 더 이상 분위기를 늘어뜨리면 안 될 것 같아서 할머니가 내려갔다. 모두 함께 테리팍스 공원으로 나갔다. 평소와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인데도 아리는 그저 아빠에게 놀자고 조르고, 아빠는 시들하고 엄마역시 시들, 아리가 놀자고 할 때마다 엄마는 몰라서 안해하고 대답한다. 이런 방법을 좋지 않은데··· 생각하면서 자꾸만 아리가 가엾어지는 할머니의 마음은 무슨 마음일까.

 

 

 

엄마 아빠, 걱정마세요. 나 안아파요.

보세요, 나 멀쩡하잖아요.

나, 예쁘죠?

 

 

 

결국 할머니에게 놀자고 하고, 그런 아리가 가엾어서 할머니가 잠시 공차기의 상대가 되어주었다.

잠시 후 아리가 공을 버리고 아빠에게로 가는 것으로 할머니와의 놀이는 끝났다. 할머니가 도리를 잔디위에 앉혔다. 도리가 방긋방긋 너무 좋아한다. 풀을 뜯어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은 막으면서 장난을 쳤다. 앞에다 놓아준 축구공을 만지면서 몸을 들썩거리기도 한다.

아리와 아빠는 잔디밭에 엎드려 무슨 얘긴가를 하고 있고, 엄마와 할머니는 도리를 다시 스트롤러에 태우고 공원주변을 산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