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53-6월 21일 일-두 살 반 된 아리의 총정리, 드디어 거짓말을 시작했다!

천마리학 2009. 7. 23. 09:20

      할머니랑 아리랑 453

 

*6월 21일 일-두 살 반 된 아리의 총정리, 드디어 거짓말을 시작했다!

 

 

오늘은 아리가 두 살 반 되는 날.

갓태어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만큼 자란 것이 고맙고 신기하단다.

키만 커진 게 아니라 생각도 커졌어.

오늘은 아리의 현재를 모두 결산해볼게.

 

 

1>아리의 키가 94cm, 몸무게 18kg

안아주기가 어려워 요즘은 데이케어에 픽업하러 갈 때나 외출할 때 스트롤러를 사용한다.

 

2>말은 영어 불어 한국어를 혼용하여 기본적인 의사표시를 거의 다 한다.

표현욕구가 강해서 때때로 긴 문장을 몸짓과 서툰 발음 그리고 아리나라 말로 열심히 구사한다. 영 불 한국어 세 가지 말 중에서 한국어를 가장 어려워한다. 그래서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왜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못했는지가 어렴풋이 감지되기도 한다.3>거짓말을 시작했다.-자기가 물건을 흐트러놓고 제 아빠가 누가 했느냐고 물으면 할머니가 했다고 한다.

 

 

 

 토마스 기차그림 퍼즐을 맞추고 있는 아리,

오리공주와 필루아저씨가 지켜보고 있다.

 

 

 

 

4>반대표현을 한다.-초록색을 가리키며 빨강이라고 하고, V를 가리키며 S라고 한다. 억지로 우기면서 씨익 웃는다.

 

5>운동신경이 매우 발달한 편이다.-철봉에 매달리기, 높이뛰기. 거꾸로 매달리기, 뛰어올라 그대로 주저않기 등 매우 잘 하며, TV나 공원에서 운동선수들의 동작을 보거나, 큰 어린이들이 하는 덤블링 같은 것을 보면 그것을 따라 흉내 내곤 한다. 위험할 때가 많다.

공놀이도 아주 좋아하는데 아직 스킬은 서툴다.

 

 

 

존아저씨와 볼차기 놀이 하는 아리.

아리의 운동신경이 제법 좋다.

 

 

 

 

 

6>이야기를 꾸미기 시작했다.-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혼자서 이야기를 꾸며 대어가며 열중한다. 또 할머니에게 유튜브에서 본 대로 ‘화이브 리틀 멍키즈’를 해 보인다. 한 손에 인형들을 다섯 개 움켜쥐고, ‘파이브 리틀 멍키즈 점핑언더 뱃, 원 펠다운 범터해드, 마마콜 앤 닥터 세드 노모어 멍키즈 점핑 언더뱃’하고 생략발음으로 그러나 제법 잘, 노래를 부르며 한 개씩 떨어트린다. 점점 노래를 생략해가며 속도가 빨라진다.

‘올드 맥도널드 해드 어 팜 이야이야오,

올드 맥도널드 해드 어 에이, 이야이야오,

올드맥도널드 해드 어 비, 이야이야오,

올드맥도널드 해드어 씨...’

이런식으로 가서 맨 끝에서는

‘올드 맥도널드 해드 어 올’ 이라고 마무리 한다.

 

7>기억력이 좋다.-한동안 슬럼프 같은 현상도 보인다. 알던 단어들을 잊어버려서 물어보면 한참 생각하기도 하는데, 생각날 때도 있지만 오래 전에 알았던 것들을 잊어버린 것이 발견된다. 영어, 불어, 한국어를 동시에 하게 되는데서 오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데이케어에서 선생님들이 일일이 신경써주지 않으니까 아리 입장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어 싫증도 나고 흥미도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 집에서 할머니만큼 소통을 잘 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고비라고 생각한다.

 

 

 

 

베낭을 메고 밖에 나가자고 조르는 아리
신발은 할머니 신발을 신고,
할머니 키를 들고 빨리 나가자고 조르고 있다.
 
 

 

 

 

8>말의 개념파악이 조금씩 늘어난다.-예를 들면 간다. 온다. 섰다를 구별하고, 인식하는 단어들도 날마다 늘어나는데, 특히 영어의 표현이 눈에 띈다. 집에선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 편인데 불쑥불쑥, ‘아이 라이크 디스’. ‘아이 라이트 잇’, ‘디스 이즈 마인’, ‘하이, 하오 아 유?’, ‘노, 노우, 이츠 테이크 아웃’ 등을 구사한다.

 

9>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도 세다.-예를 들어 맘에 안 들어서거나 장난으로라도 할머니를 탁 치고 도망칠 때 그 반응으로 할머니가 저를 치면 기어코 할머니가 못 칠 때까지 반복하는데 그것이 안 되면 짜증내며 운다. 또 옷의 색깔이나 무늬의 선택이나, 다이퍼의 그림에 대한 취향도 달라지는데 예를 들면 엘모를 한동안 좋아하다가 옐로우 덕으로 바뀌었으며, 옐로우 덕이 그려진 다이퍼가 아니면 절대로 차지 않는다.

 

10>겁이 많고 부끄럼을 많이 탄다. 가장 무서워하는 것-도깨비와 모스키토. 얼마 전 퀘백에 다녀온 후로 브라운 베어를 무서워해서 ‘브라운 베어, 나빠’ 하고 말하곤 했다. 메이플 시럽 농장에 갔을 때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려고 브라운 베어로 가장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아리는 그걸 무섭게 느끼고 질겁을 하더니 그 후로 ‘브라운 베어, 나빠’ 라고 말했었다. 그런 생각을 없애주려고 얼마 전 씨엔 타워의 관광기념품 샾에 가서 커다란 브라운 베어, 폴라베어, 돌고래 등의 장식용 인형들을 보면서 설명하고 놀게 해주었더니 그 뒤로는 ‘브라운 베어, 안 나빠’로 바뀌었다. 요즘은 유리창 밖에 붙어있는 모스키토, 파리를 무서워하고, 도깨비는 할머니의 이야기로만 듣고 무서워한다. 특히 아리가 잠투정을 할 때 재우느라고 도깨비를 몇 번 이용했다.

밤늦게까지 더 놀자고 조를 때 도깨비나 모스키도가 온다고하면 얼른 눕는다. 그러나 이제 가능한 한 중지하고 있다.

 

11>다이퍼 갈기를 아주 싫어한다.-응까를 싸서 무겁고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을 알면서도, 또 쉬를 많이 해서 물기가 새어나와도 갈지않으려고 한다. 심지어 다리를 벌리고 어기적 어기적 걸으면서도 바꾸자고 하면 노우. 이유를 알 수 없다. 할머니는 짐작은 하고 있지만.

 

 

 

 

 

요즘 생긴 취미!

침대 머리맡에 그림을 오려붙여놓고 즐긴다.

아리의 오른쪽엔 엄마 어릴적 갖고놀았던 노란 오리공주 인형,

 왼쪽엔 아빠 어리적에 갖고놀았던 필루아저씨.

할머니와 그랑마망이 간직해두었던 것을 아리에게 선물로 주셨다.

 

 

 

 

12>아직도 밀크만 먹으려하고 밀크를 젖병에 먹는다. 데이케어에서는 컵을 사용한다지만 집에서는 컵으로 먹기 연습이 안 된다.

 

13>인내심이 없다.-자기가 싫어하는 것이나 모르는 것을 계속하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모르는 단어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얼른 다른 행동으로 바꿔버린다. 또 자신이 없는 동작은 바로 중단해 버리고 딴전을 부린다. 아기로서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14>편식이다.-이상하게 더 어렸을 땐 아무거나 잘 먹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치도 먹고 된장도 먹고 쌈도 먹을 정도였는데 작년 11월 내가 한국에 갔다 금년 2월에 온 이후에 보니까 식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만 매워도 먹지 않고, 색다른 음식을 먹으려들지 않는다. 전엔 주는대로 먹고 또 할머니가 먹어 보이면 먹곤 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고치려고 해보지만 잘 안 된다.

15>결론은 건강하다. 요즘은 마구 뛰고 구르고 해서 다리 여기저기에 작은 멍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프지 않고 잘 놀아서 고맙다.

파이팅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