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49-입술은 터졌지만, 바베큐 파티에선 인기 쨩!

천마리학 2009. 7. 12. 11:07

  할머니랑 아리랑 449

 

 

 

*6월 7일 일-입술은 터졌지만, 바베큐 파티에선 인기 쨩!

 

 

 

지금 아리의 아랫입술이 거므틱틱하다.

왜?

오, 이 놀랍고 가슴 아픈 사연.

지난 금요일에 엄마랑 함께 데이케어에서 돌아온 아리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할머니 가슴이 부욱! 찢어졌다. 아리의 아랫입술이 터져서 검고 푸르고 붉은색으로 온통 부어올라있었기 때문이다.

데이케어에서 어떤 친구랑 자동차를 가지고 서로 당기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가 그 친구의 등 뒤에서 함께 잡아당겨 쓸려가면서 엎어졌다는 것이다. 얼음찜질이랑 했다고 하는 니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엄마의 가슴이 얼마나 아팠을까?

음식을 먹다가, 밀크를 빨다가, 웃다가… 통증 때문에 우는 아리, 입술의 느낌이 다르니까 자주 빨고, 빨다가도 운다. 하지만 우리 아리, 그럴 때마다 용감! 외치는 할머니, 그리고 울음을 그치는 아리!

자다가도 무의식중에 건드리고는 아파서 우는 아리!

아리야, 자라면서 그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단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서 그런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지.

그렇게 겨우 마음을 다스리는데, 착하고 건강한 아리라서 자고 일어났더니 많이 나아있는 모습이고, 이틀이 지난 오늘은 거의 다 가라앉고 나은 상태야. 얼마나 다행인지. 아기들은 삼신할미가 도와준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봐.

 

 

 

 

 

'향학열에 불타는 아리'

아리의 또 하나의 별명입니다.

책을 참 좋아합니다.

이렇게 밖에 나갈 때도 책을 가지고 가려고 해서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렸지만

기어이 가지고 가겠다고 떼를 써서 할머니가 졌습니다.

브릿지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늘어 놓습니다.

 

 

 

 

마침 오늘 신선생님 댁에서 여는 한국학관련 직원들 바비큐 파티에 초대되어 온가족이 함께 갔지. 한국에서 출장근무 나와 엄마랑 함께 일했던 직원이 6개월 기한을 마치고 돌아가게 돼서 송별기념파티야. 제이 형도 왔었지.

그런데 그 자리에서 우리 아리가 인기짱이었지.

잔디밭에서 공을 차며 놀기도 잘 하고, 얼마나 잘 뛰어다니는지 모든 사람들이 신기해했지. 그집 할머니(신선생님 어머니)가 주는대로 고기도 잘도 받아먹고, 이사람 저사람 낯도 가리지 않고 잘 놀아줘서 사람들이 모두들 아리를 좋아했지.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정말 신나게 놀더구나. 나중엔 또 밀크를 달라고 해서 그 집 냉장고에 있는 밀크를 먹고, 집에서 하는 버릇대로 할머니 무릎에 앉아 먹으면서 할머니 가슴에 손을 넣는 바람에 모두들 웃기도 했지. 처음보는 화투를 가지고도 놀고, 피아노도 치면서…

 

 

 

 

 

크로크 다일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아리는 밖에 나갔다오면 손을 씻는 습관을 들였답니다.

강에서 아기 크로크다일을 잡아온 아이가 매일 크로크다일을 끈으로 묶어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집에 돌아와서는 몸을 씻어주곤 하는데,

나중에 커져서 결국은 강으로 되돌려보낸다는 그림 이야기입니다.

"크로크 다일도 밖에 나갔다 오면 목욕을 했잖아, 그러니까 우리 아리도 손을 씻어야지"

했더니 손을 씻더라구요.

 

 

 

 

 

그런데 할머닌 또 놀랐단다. 요 며칠동안 할머니가 도,레,미,파,솔,라,시,도 하고 따라하게 했지만 너무 낯설어선지 그냥 바라보기만 하던 네가 피아노 앞에 앉더니 도, 예, 미, 야 야 야 도! 하며 건반을 누르는 거였다.

오늘 할머니를 놀라게 한 것이 또 있었지.

우리 식구 모두 로블로에 쇼핑갔었잖아. 내일이면 스위스에서 그랑마망이랑 따따 에디뜨가 오시니까 음식재료들을 사느라고. 쇼핑하기 전에 훗코드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지. 엄마가 물을 사러가고, 아빠가 핏자를 주문하러 갔는데 할머니가 너에게 핏자가게 간판을 읽어주었지.

"P, I, Z, Z, A, 피 아이 젯, 젯, 아이, 젯트가 두 개야, 그렇지?"

네가 끄덕끄덕하면서 따라 읽었지.

"저게 핏자야. 자, 따라해봐, 핏자, 핏자,"

따라서 말했지.

"아리가 읽어봐"

"피, 아이, 젯, 젯, 젯 투, 아이…"

그렇게 몇 번 했었지. 그리고 이층 로비에 올라가 아래층 쇼핑몰을 내려다보며 신나게 놀았었지.

그런데 신선생님 댁에서 피아노치고, 화투가지고 놀고, 낙서하고 놀고, 형들이 네가 불어랑 영어랑 한국어랑 섞어서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해하면서 말을 시키곤 했지. 그래서 할머니가 'PIZZA'라고 쓰고 이게 뭐야? 물었더니 '핏자'하고 대답하는 거야. 오, 스마트 아리!

형들도 놀라고 그집 할머니도 놀랐지만 할머닌 정말 정말 놀랐단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차례차례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비켜서 지나가며 귀엽다고 한 마디씩 합니다.

우리 콘도 사람들은 아리를 아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아기 때부터 아리는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와, 우리 아리가 ARI라고 써 놓고 물으면 '아리'라고 읽고 APPLE라고 써놓으면 '에플'이라고 읽는데 이제 'PIZZA' 한 가지가 더 늘었구나.

나중엔 '도도'하자고 해서 밀크를 다시 먹고 그집 이층에 올라가 할머니랑 함께 잠을 잤단다.

너를 재워놓고 살며시 나왔더니 그집 할머니가 할머니에게 네 칭찬을 하시더구나. 사람 낯가리지 않고, 음식 가리지 않고, 할머니만 있으면 잘 자고, 그러니까 건강하다고. 또 엄마아빠가 똑똑하니까 너도 똑똑하다고말야.

맞는 말씀이시지 호호호…

넌 잠든 채로 돌아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