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449-무슨 말일까?...썬데먼데튜웃데웻데써데프라이세터데...

천마리학 2009. 7. 11. 09:55

 

 

  할머니랑 아리랑 448

 

   

*6월 4일 목-썬데먼데튜웃데웻데써데프라이세터데... 무슨 말일까?

 

 

 

 

아리는 오줌싸개. 요즘 아리가 밀크를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이면 물 타서 먹이는데 한 차례에 2 버틀을 먹어대니 어떻게 되겠니?

저녁마다 다이퍼가 다 젖고 파자마만이 아니라 윗옷까지 젖지. 침대시트는 물론이고. 그래서 시트위에 블랑켓 한 장을 더 깔잖아. 자정무렵이면 한번씩 다이퍼를 갈아야하고…

게다가 어제오늘은 잠은커녕 더 말똥말똥해져서 자꾸만 놀자고 하는 바람에 할머니 침대 위가 난장판이 되었잖아. 모자이크 판이랑 책을 갖다놓으니까 그렇지.

"할머니, 하나, 토마스기차, 둘, 펭귄북, 셋, 도도"

(1, 토마스 기차 모자이크판 한번 하고, 2, 펭귄북 읽고, 3, 잠자기)

둘째 손가락을 세우고, 두 눈을 반짝반짝 애원하는 너의 청을 어떻게 안 들어 줄 수가 있겠니.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샤방샤방(이닦기)이지.

네 엄마는 오며가며 이 닦으라고 강요하지만 네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이닦기이니 할머니가 제일 난감하단다. 네 엄만 할머니를 원망하고 있거든. 이를 닦게 하지 않는다고.

 

 

 

 

 

 

 

오늘도 마찬가지. 물먹은 하마가 된 다이퍼를 갈아내고, 토마스, 펭귄북, 다하고도 미련이 남아있지만 약속 때문에 아쉽게 자리에 누웠지. 자신이 한 약속 때문에 아쉽지만 떼를 쓰지 않고 참는 네 모습이 측은해보이기도 하고 기특해보이기도 한단다.

자리에 누워서 네가 무슨 말인가를 빠르게 하고는 할머니 손을 끌어가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 시늉을 하는 거야.

"썬데먼데튜웃데웻데써데프라이세터데"

잘 들어보니 '썬데이, 먼데이. 튜스데이… 였어.

"와, 우리 아리가 썬데이 먼데이를 하는구나? 미쓰 케런이 가르쳐줬어?"

대답도 않고 그저 신나서 잠잘 생각은 하지도 않는 거야.

할머니가 엎드려있는 아리 등판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면서 썬데이 먼데이…하면 까르르 웃고, '아리 턴'하고는 이번엔 아리가 할머니 등에 손가락 글씨를 쓰면서 썬데먼데튜웃데웻데써데프라이세터데…

11시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지만 할머니 또 1시 반경에 잠을 깼단다. 네 다이퍼와 젖은 파자마 때문이지. 다이퍼를 갈고 파자마도 갈아입히고. 곤하게 잠이 든 너는 몸을 심하게 뒤척이고, 참, 그저깨 밤엔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했잖아.

 

 

 

거리에서도 봉만 보면 매달리는 아리!

 

 

 

암튼 그길로 할머닌 잠이 오지 않아서 한시간 가량 부대끼다가 결국 일어나고 말았단다. 아침녘까지 컴 앞에 앉아서 메일 체크도 하고, 브로그 정리도 하고, 그리고 읽고 있던 장길산의 개밥바라기를 21회~33회까지 읽고…

원고도 보내고… 아, KOREAN이라는 잡지에 이번 여름 호 부터 <권천학의 시가 있는 풍경>이라는 타이틀로 시를 주제로 한 글을 매호 실리기로 했거든. 이미 하고있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에 매주 내보내는 일 외에 일이 더 생긴 거지. 글을 발표하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지금 할머닌 그 것 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어서 늘 쫒기는 마음인 거, 알지? 새 시집출판과 소설 쓰기말야. 휴우!

 

아침 7시반경, 쫑알대는 네 목소리가 들려서 얼른 네 곁에 누웠지. 8시가 되어서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너, 설잠이긴 하지만 그래도 곤해서 일어나기 싫은가봐. 결국 8시 반에 엄마가 와서 억지로 깨워 억지로 옷 입히고, 대충 준비해서… 그러는 사이 정신이 맑아지고, '할머니 담다'(다녀오겠습니다)하고 프리스쿨로 출발했지.

그런데 아리야, 너 아니? 요즘 할머니 브로그 방문자가 2천 명 정도 된다는 거.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

 

어떻튼 오늘도 많이 놀고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