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떠나라!

천마리학 2013. 6. 20. 04:51

 

 

 

떠나라! * 權 千 鶴

 

 

떠나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때 유행했던 광고 카피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잠시 일로부터 떠나서 쉴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무뎌진 머리를 일깨워서 새로운 창의성을 찾아보라는 뜻이다. 열심히 일했으니 당신에겐 그럴만한 권리가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달콤하다.

떠나라!

다람쥐 채 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접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보며 생활에 찌든 피로를 회복하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여행을 떠나보라는 이야기다. 여행이라고 해서 꼭 먼 길을 가는 것만이 아니다. 낯선 길로 나서지 않더라도 해보지 않던 취미를 시작하거나 낯설게 느껴지던 일을 시작해봄으로써 지치기 쉬운, 지쳐버린 상황을 벗어나 새롭게 살며 생활의 활기를 되찾고 일상의 다른 의미를 깨닫고 돌아오라는 뜻이다. 매력적이다.

 

 

 

 

떠나라! 부모의 슬하를 떠나라!

나의 이 세 번째 떠나라!’라는 아직 취업을 못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동거하는 자식들, 미혼이라는 이유로 부모님과 동거하는 자식들이여, 하루 빨리 용기 내어 둥지탈출을 시도하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성년의 자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이 좋은 계절 5월에 부모님 허리를 좀 쉬게 하라. 부모님이 더 이상 그대들의 보금자리는 될 수 없다. 쓴 맛일 것이다.

 

최근 발표된 기사를 보면 은퇴를 맞는 노령의 어른들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리스크 첫 번 째가 은퇴창업, 두 번째가 중대질병, 세 번째가 백수자녀 부양이었다. 은퇴창업의 50%3년 이내에 파산을 맞게 되고, 백수자녀를 부양해야하는 부모도 노후 파산을 11년이나 앞당겨진다고 한다. 늙어서도 자식부양이라니, 그냥 있을 수 없어 던진다. 떠나라!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 결혼을 못했다는 이유는 더 이상 지금까지 그대들을 키워온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 때는 바야흐로 백세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중대질병이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대들을 그만큼이나마 키우느라고 튼튼하던 뼈도 심장도 삭아져 이젠 그대들이 돌봐드려야 할 때다. 떠나지 못한 성인자녀들이여 그대들이 지금 무거운 짐이 되어 늙은 부모님의 마지막 쇠잔한 기운을 긁어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가슴 아플 것이다. 알면서도 못 떠나고 있으면 더욱 가슴 아플 것이다. 그렇다면,

시도하라. 용기를 내어 죽을 각오를 하며 세상으로 나가라. 맨땅에 머리 찧기를 할지언정 일단 떠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진정한 성인(成人)이 되고, 비로소 한 사람의 온전한 사회인이 되어 설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겉으로 별 어려움 없어 보인다고 안심하지 마라. 지금 부모님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평화롭다고? 그것은 가장된 평화며 그대들의 위선이다. 가정의 평화는 모름지기 안충(安衷)이 이루어져야 한다. 안충은 마음속까지 편안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화평함이다. 진부한 소리라고 하겠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 그대들은 지금 부모님들의 속마음을 편안케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떠나지 못하는 처지를 짐작 못하는 것도 아니다. 취업이 안 되니 어떻게 하느냐고? 결혼상대를 못 만났으니 어떻게 하느냐고? 그 책임을 사회로 돌리지 마라. 그 짐을 나이 든 부모님께 지우지 말라. ‘청년실업률이란 사회이론에 함몰되지 마라. ‘백수라는 농담조의 낭만으로 희석하지 마라. 그 조차도 그대들의 나약함이다. 사회 환경 탓으로만 돌리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잘못된 사회 환경이나 구조를 깨트릴 의무가 그대들에게 있다. 용감해야 한다. 꼭 원하는 일만 하려고 하지 말고, 무슨 일이든 가리지 말고 시작하면 그 끝에 연결고리가 생겨 새로운 길이 열리고 노하우가 쌓인다. 툭툭 털고 일어서서 그대 자신들이 방법을 스스로 강구하라.

 

 

백마 탄 기사는 동화 속에나 존재한다. 백마 탄 기사를 만나고 싶으면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레이첼의 머리카락을 타고 성 밖으로 탈출했듯이 탈출하라. 필요하면 머리칼을 잘라 팔아서라도 일어서라. 머리칼은 또 자란다. 툭툭 털고 나가서 그대 자신이 스스로 구하라.

부디, 떠나라!

야속한 말로 들리겠지만,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더 이상 부모의 짐이 되지 말고 과감히 일어서서 짐 싸들고 하루 빨리 부모의 집을 떠나라. 5월은 짐 싸기도 좋은 계절이다. 떠나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자신의 힘으로 세상과 한 판 씨름을 걸어보라. 시도하지 않고는 결과가 없다. 고생해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부모에게 감사할 줄도 모른다. 바닥에 딩굴어보지 않고는 삶이 높은 가치를 알지 못한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모르는 삶이야말로 가장 불쌍하다. 경험만큼 중요한 교육은 없다. 부모님께 의탁한 그대들의 삶을 과감히 벗어나라. 그것이 효도의 시작이다. 그것이 어버이날에 부모님의 옷깃에 진심으로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이다. 안충을 이뤄내는 일이다. , 떠나는 그대들에게 박수를!

 

<20135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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