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순망치한(脣亡齒寒)

천마리학 2013. 4. 21. 04:56

 

 

인용한 사진은 2013년 기상·기후사진전` 작품공모최우수상인 김태용 '우련'입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 權 千 鶴

 

 

북한이 자꾸만 핵을 들먹이며 불끈거려 대한민국이 불편하다. 떠나와 사는 나도 불편하다. 뢴트겐은 왜 X선을 발견해가지고 애물단지를 만들었을까 쯧! 아니지. 베크렐이나 톰슨 그리고 퀴리부처와 러더포드를 거쳐 아인슈타인까지. 하긴 그러라고 발견하고 실험하고 발전시킨 것은 아닌 건 알지만.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서로 이웃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망하면 결국 남아있는 이웃도 위태로워진다는 말이다. 목적을 도모하기 위하여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이치. 일종의 도미노 이론이다.

 

북한의 비핵화 운동에 협조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에 시진핑 주석이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통화내용을 들으면서 불쑥 떠오른 단어가 바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이었다.

 

 

얼핏 들으면 협력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꼼꼼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의 여러 가지 행태로 미루어봐서 중국은 결코 우리에게 수월하게 어깨를 내줄 친구이거나 도움 되게 해줄 나라가 아니다. 그들 역시 일본과 같이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고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내세워 우리의 영토와 문화와 역사를 갉아대고 있다.

우리의 노력으로 작년에 아리랑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 비로소 안심하게 되었지만, 심지어 그 아리랑까지 차지하려고 조선족을 등에 업고 작업한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우리를 우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우린들 그럴까.

 

기회만 있으면 영토를 넓히고 역사를 확보하려고하는 것이 국가들의 본능이라면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더 처절한 본능이다.

 

지금 당장 우리로서는 비핵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평화와 안정이 올 수 있다. 평화와 안정이 이루어진다 해도 비핵화가 되지 않으면 언제나 송곳방석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진핑은 비핵화보다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말을 앞세운 우회적 대답을 했다. ‘비핵화가 제재에 해당하는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임에 비하여 평화와 안정은 애매하고 개괄적이다. 여차하면 바꿔치기 할 수도 있는 이현령비현령식의 대답이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비핵화로 인한 북한의 급변사태를 초래할 제재나 압박에 나설 생각이 없다 즉 우리 대통령이 요청한 비핵화에는 협력하고 싶지 않다는 외교적 표현이다. 정말 협력할 의지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비핵화 실현을 강하게 막아서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게 하겠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의 비핵화는 꼭 우리의 실정만이 아니라 세계평화의 조건으로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은 지리적인 이웃일 뿐, 우리의 우방은 아니다. 겉으로야 적당히 상황에 따라 완곡한 표현으로 넘어가지만 결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적들이다.

미국? 과연 끝까지 믿고만 있을 것인가. 과민한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 현재 상황에서 어느 순간 미국이 손을 떼어버리면?

아직도 우리의 국토의 한 가운데, 우리 가슴의 한 가운데 긋고 있는 삼팔선을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삼팔선은 결코 우리의 뜻이 아니었다. 국가 간의 파워게임 즉 잇속을 따지는 강대국들의 계산 하에서 그어진 과정의 꼼수를 속속들이 안다면 무작정 믿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도 명약관화하다. 판세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을 떠올린 것은 마우저뚱에 대한 짤막한 기억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 마우저뚱은 순망치한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북한을 도왔다. 그는 아들 마오안잉을 중공군으로 참전 시켰고, 미군비행기의 폭격으로 북한 땅에서 전사(戰死)하였다. 그렇게 까지 한 마오저뚱의 정신을 노블레스 오블리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가끔 마오안잉의 참전을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거론하는 경우가 있어서 하는 말이다.

영국의 앤드류왕자가 포크랜드의 소유권을 놓고 벌어진 알젠틴과의 전쟁에 헬리콥터 조종사로 참전한 것과는 다르다. 앤드류의 참전은 영토를 지키려는 단호한 영국국민의 의지를 귀족이 앞장서서 참여함으로서 다른 참전군인들의 사기를 북돋고,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는 진정한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우저뚱의 경우는 그가 표현했듯이 순망치한, 그대로다. 지금도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것은 북한이 예뻐서가 아니라 필요해서라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기회만 있으면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이 성립되는 국제간의 힘겨루기. 힘의 안배와 관리는 궁극의 목적이 실익(實益)에 있기 때문이다. 동물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생관계도 순망치한의 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공생관계를 유지함으로서 서로의 존재를 지키며 생존하는 실익을 챙기니까.

북한이 자꾸만 핵실험을 들먹이며 깐족거리는 이 판국에, 우리로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해야 하는 이 판국에, 새정치를 시작한 대통령의 협조요청에 그렇게 두루뭉술한 대답을 들어야 하다니. 국제문제란 보이지 않게 치러지는 피 튀기는 전쟁의 연속임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순망치한을 이 시절의 화두(話頭)로 던진다.

우리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 그리고 들어먹지 않겠지만 북한에게도.

 

천방지축으로 보이는 북한의 들썩임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이 무너진다고 해서 중국이 무너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을 도와줌으로서 우리를 먹으려는 것이 중국의 더 깊은 속셈이다. 중국은 세계를 향한 패권국((覇權國)의 야망을 실현하는 목적으로 북한을 디딤돌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눈의 가시 같이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하는 짓이 곱지 않지만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곁에 두고 옹호하는 것은 장래를 대비하는 의도. 이것이 중국의 순망치한이다.

 

자주 불면증을 앓는 것도 힘든데, 요즘은 싱숭거리는 봄 때문이 아니라 나라 일 때문에 잠이 또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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