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좀 참지! 김종훈씨!

천마리학 2013. 6. 18. 01:49

 

 

좀 참지! 김종훈씨! * 권 천 학

-김종훈마녀사냥

 

 

 

바로 한 달 전쯤 뉴스의 중심에 섰던 재미 동포 김종훈씨. 그가 이번엔 마녀사냥이라는 제하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그 무렵에 희비쌍곡선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그의 사임에 대해서 좋다 만 아쉬운 소식이라고 발표한 나로서는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으로 지명되었다가 분분한 여론에 전격사퇴하고 미국으로 울며 되돌아갔다. 떠나는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그 안타까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파장을 달갑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워싱턴 포스트에 발표한 기고문 때문이다.

다음은 '다음(DAUM)의 아고라 마이피플실시간투표'로 나와 있는 내용이다.

 

김종훈 마녀사냥,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그들은) 내 국적을 문제 삼았다. 마녀사냥에 비유할 수밖에 없는 독기서린 공격은 인터넷이나 언론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스파이였고, 내 아내는 매매춘에 연루됐다는 중상모략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어 기고문에 대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쏟아져 나온 댓글들은 거의 모두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타당한 일리도 있고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적도 있지만, 게 중에는 덩달아서 해대는 내용도 있었다. 유감스럽지만 들쥐를 또 다시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들쥐’, 이것은 꼭 이번 댓글에서만이 아니라 그동안 인터넷상에서 무례하고 근거 없이 쏟아지는 댓글들을 보면서 하는 생각이다. ‘들쥐’, 이 이야기의 언급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기고문 전문이 아니어서 전체적인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정확히 모른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거론하는 데 별로 지장이 없을 듯하다.

모처럼 고국의 부름을 받은 그가 외국에 나가 사는 동포들에게 희망의 촛불을 밝힌 것도 사실이다. 그는 고국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그동안 미국에서 일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포부를 펼치려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정적 견해와 검증 안 된 인신공격형 여론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되돌아서야 했던 그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한다. 듣는 우리들에겐 안타깝지만 당사자인 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억울함이다. 정말 안타깝다. 덩달아 덧대는 댓글들도 안타깝지만 정작으로 많이 안타까운 것은 뉴스의 핵심이고 당사자인 김종훈 씨, 그 분에 대한 것이다.

좀 참지!

안타까움의 표현으로 딱 그 한 마디, 사후약방문 격으로 날린다.

 

일부만 발췌해서 선정적인 꼭지기사를 제목으로 삼은 언론의 보도태도도 문제다.

 

부름을 받았을 때 온갖 칭찬을 쏟아낸 언론들이 이번엔 졸지에 그를 마녀로 둔갑시켜서 질 낮은 화제의 중심에 세웠으니 이래저래 찜찜한 일이다.

기고문의 내용이 자신이 억울함을 토로한 것만이 아니라 재벌독점체제의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창조경제과학부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그런 식으로 앞부분만 잘라 퍼뜨려서 네티즌들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그가 후보자로 지명되었을 때에 추켜세운 것도 언론이다. 그렇다면 사후(事後)에도 비록 여론이 중구난방으로 들끓는다 해도 언론은 핵심을 파악하고 건전한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여 중심을 잡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언론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가?

그런 의미에서 그쪽에도 해주고 싶은 말이 좀 참지!.

 

하긴 그에게 참을 것을 바라는 나의 생각조차도 아파하는 사람에게 더 아파보라고, 이해를 받아야할 사람에게 오히려 이해하라고,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더 큰 가슴을 가지라고 하는 막연하고 귀 안 맞는 충고와 같아서 마음이 쌉싸롬하다.

 

어찌됐건 그는 억울하다. 그의 말대로 스파이에 매매춘까지 연결시켜가며 윽박질렀던 여론이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 얼마나 억울한지가 짤막한 그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러나,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했더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진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클 뿐이다. 워싱턴 포스트가 아니라 국내의 언로(言路)를 통해서 얼마든지 개진했어야 할 일 아닌가.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과적으로 누워 침 뱉는 식이 되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하고 세상에 못 이룰 것이 없다는 훈계를 들으며 자랐다. 바로 명심보감 계성편(戒性篇)에 나오는 가르침이었다. 한 때의 분함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한다.(忍一時之忿이면 免百日之憂).

참고 또 참아라. 여자니까 참고, 맏이니까 참고, 엄마니까 참고, 드디어 이젠 어른이니까 어른노릇으로 참아야 한다. 심지어 참아낸 김에 더 참아라 하는 예도 있다. 내가 지금 그에게 참으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예에 속할지 모른다.

 

참는다는 것이 또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도 안다. 더불어 세상은 또 얼마나 어지럽고 지저분한가도 안다. 한 사람이 입 하나면, 백인 백입이다. 거기다 좋게 보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쁘게 보고 꼬아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도 안다. 나만이 아니라 다들 익히 경험하면서 실감했을 것이다.

가끔 발표되는 나의 시에 대해서도 감동받았다 혹은 좋다고 하는 독자들이 있어 다행스럽긴 하지만 어느 한 구석에는 꼬누어 보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사람에게는 나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가 많다는 것조차 꼬누어 보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도 안다. 개인의 취향이나 지적 수준이나 문화적 감각의 차이 등이 작용하는 것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 그것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그것은 그 작품이 나쁨을 떠나서 좋아하고 안하고의 차이일 뿐이다. 자기 취향이 아니라서 혹은 자기 수준이 미달이어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까닭 없이, 특별한 꺼리 없이 자신에 대한 생각은 못하고 남을 폄하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다. 이런 경우 그것을 일일이 대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 가치조차 없다. 그것이 세상의 또 다른 얼굴이다.

 

어쨌거나, 참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막상 그게 나라면 나는 더 어지러웠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기 때문에 그저 뒷소리로 좀 참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뇌까릴 뿐이다.

이번 김종훈 씨의 일로 내가 늘 생각하는 뒷모습이 아름답기, 또는 뒷모습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한 번 새기게 되었다.

<201341> <17>

'권천학의 수필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부도  (0) 2013.06.22
떠나라!  (0) 2013.06.20
순망치한(脣亡齒寒)  (0) 2013.04.21
희비쌍곡선 봄소식-김종훈과 김연아  (0) 2013.04.19
늘 혼자인 우리 대통령 얼마나 외로울까?  (0) 201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