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연제제13회-굴절

천마리학 2013. 3. 21. 23:39

 

    <제13회>

 

 

              굴절

──나는 아직 사과 씨 속에 있다

 

 

 

 

 

 

어떤 어둠보다도 더 짙은 어둠

별은 더욱 참담하게 빛나고

죽음처럼 엎디어있는 바다는

한바탕 난리를 치룰 작정이었다

 

나는 안다

가장 무서운 전투는

눈에 보이지 않게 치루어지고

가장 매서운 감시는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운명의 휘몰이

휘몰이의 바다 한 가운데서

피를 바트게 하는 적막에 기가 질려

빛보다 먼저 꺾어지려는 마음을

곧추 세우며 숨을 죽였다.

 

멀리, 조국의 이름을 밝히는 신호탄이

희망이라는 이름의 낯선 신호탄이

어둠 속에서 굴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