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68-할머니가 아리, 도리 픽업.

천마리학 2013. 1. 22. 20:47

 

 

*2012110()-할머니가 아리, 도리 픽업.

968

Celsius 3°~-1°, 3:00am 현재 3°, Cloudy.

 

730분에 겨우 일어나다, 또 늦잠. 아리가 더욱 문제다. 아침이면 잠이 부족하면서도 저녁이면 잠자는 시간을 어기고 놀려고만 하니 아침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거기다 할머니 또한 요사이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어제밤엔 서울 정형외과에서 지어온 오래된 관절약을 먹고 잤다. 신기하게도 그 약만 먹으면 직효다.

서둘러서 준비를 한다 해도 아리의 꾸물댐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양말 신는 것, 옷 입는 것을 비롯하여 아침 먹는 것, 이 닦는 것··· 모두가 난감하다. 꾸물대다가 독촉하면 옷입는 것, 양말 신는 것 모두를 할머니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서툴더라도 저 스스로 하도록 유도하면 어느 날은 잘 되는데 그런 날은 가믐에 콩 나듯 하고 안 되는 날이 더 많다. 그럴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진 않지만 속은 끓는다.

 

 

 

 

 

점심 먹고 나서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밥을 앉히, 볶음밥과 족발. 족발은 이미 엄마가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뒀으니까 데울 준비만 하면 되고, 야채볶음밥 용 야채들을 준비했다. 셀러리, 당근, 양파, 파를 다져서 볶아두었다.

정말 시간이 없다. 아침에 아리를 보내고 나면 그럭저럭 9시가 10시가 된다. 그 시간에 아침에 못했던 운동을 하면 금방 점심시간이 된다. 아니면 잠깐 컴 작업을 시작하면 메일 정리부터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점심 먹고 나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면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꼬박 픽업하러 나갈 때까지 걸린다. 그러다보니 정말 할머니 자신의 시간이 없다. 오늘도 저녁식사 예비준비를 끝내고 보니 430, 픽업하러 집을 나서야 할 시간인 45분까지는 겨우 15분의 여유가 있다. 그 시간에 컴 작업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괜히 끄고 켜는 걸로 시간을 보내야하는 것 때문에 그냥 식탁에 앉아 아직도 끝내지 못한 최문희의 소설집 크리스탈 속의 도요새중에서 마지막인 중편 크리스탈 속의 도요새를 읽기 시작했다. 겨우 몇 페이지. 언제쯤 마칠지 모른다.

 

 

 

 

 

오늘부터 매주 화요일엔 엄마가 새로 시작되는 강의가 있어서 아빠가 도리를 515분경에 픽업하고, 혹시 할 수 없는 상황이 바뀌면 할머니에게 전화할 테니 핸폰을 꼭 지니고 있으라고 했었다. 할머니가 아리의 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에 일이 생겨서 그제야 출발하므로 할머니가 도리를 픽업해달라고.

(사실 매주 화요일 도리를 픽업하는 일도 굳이 아빠까지 동원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아빠가 회사에서 오는 데 걸리는 시간만 해도 한 시간이 넘고, 할머니가 아리를 픽업하는 길에 약간 힘이 들더라고 도리 픽업까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만한 일로 아빠의 회사일 까지 지장 줄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엄마는 할머니를 생각해서 아빠에게 하도록 부탁한 것이긴 하지만 지나치다. 엄마의 마음이 그런 걸, 누가 말려.)

 

 

 

 

도리는 할머니를 보더니 반가워 손을 들고 안기려고 한다.

도리, 오늘 잘 놀았어?”

도리가 할머니에게 안겨 좋아하는데 미셀선생님이 말했다. 도리가 오늘 매우 행복해했고, 점심도 잘 먹었단다.

, 그랬어 도리? 잘 했구나. 도리야, 우리 집에 가서 맘마 먹자.”

맘마? 맘마?”

도리가 이젠 맘마라는 말을 알아듣는다. 먹는 걸 아주 즐긴다. 배가 고프면 먹는 일에 정신없는 모습이 정말 얼마나 신기하고 예쁜지 모른다.

할머니는 스트롤러 버튼 구멍이 맞지 않아서 애를 먹다가 스카프를 벗어 묶었다. 발치부분의 끈을 채우는 것도 뒤쪽에 얼기설기 막대가 있어서 불편했다. 서툴고 멍청한 탓도 있겠지만, 물건은 일단 초심자가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진 것이 잘 만들어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트롤러가 바뀌니까 서툴다.

 

 

 

 

 

아리와 도리를 데리고 집에 돌아올 무렵엔 도리는 스트롤러 안에서 잠이 들었다. 집에 와서 막 저녁식탁을 준비하는데, 엄마가 강의 끝나고 스트릿 카를 타는 중이라는 전화가 왔고, 아빠가 퇴근해왔다. 얼마 되지 않아서 아빠는 아리를 데리고 잠간 집 앞에 메이플 콘도의 세입자를 만나러 나갔다 온다고 하고 나간 뒤에 엄마가 돌아왔다. 그 얘기를 했더니 엄마, 비웃듯이 채워 보이면서 구멍을 잘못 맞춰서 그렇죠 한다. 그렇다. 할머니가 바보 멍충이다.

 

야채 볶음밥과 돼지 족발을 먹는 일도 어렵다. 아빠와 아리가 예상 외로 늦게 왔고, 엄마가 도착하자마자 도리는 응까도 하고, 잠틋도 하니까 먼저 재워야하기 때문. 엄마가 재빨리 먹고 도리를 안고 올라간 후에 아빠와 아리가 돌아와서 식탁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