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65-아리는 벽화그리기 시작, 도리는 전화놀이, 지글지글 짝짝!

천마리학 2013. 1. 19. 02:42

 

 

 

*201217()-아리는 벽화그리기 시작, 도리는 전화놀이, 지글지글 짝짝!

 965

 

아침 7, 아리가 잠이 깨더니 놀자고 한다. 할머니가 아침준비하자고 했지만 들을 리 만무하다. 결국 옷을 먼저 입을 것을 조건으로 건 다음, 며칠 전에 잘라놓은 기다란 종이를 펼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차 놀이에 빠진 아리를 위해서 할머니가 차 길을 그려주겠다고 했던 것인데, 아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 미뤄왔던 것.

아리가 거실 바닥에 차른 잽싸게 굴려 소리가 요란할 뿐만 아니라 상처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리에게 그림을 그려서 교통의 흐름이나 상상력을 심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할머니가 커다란 종이에 길을 직접 그려줄 생각을 했던 것.

가로 50cm, 세로 250cm,

 

 

 

 

 

종이의 끝 부분에 색칠로 낙서가 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뒤집어 사용하면 되니까 괜찮다고 해도 아리는 기어이 가위로 잘라내었다. 고집도 세지만 지나친 깔끔주의, 지나친 완벽주의 제 엄마를 보는 것 같아서 막고 싶었다. 깔끔이나 완벽이나 지나치면 타인에게도 물론이지만 자신에게도 힘들기 때문에 성격을 좀 넉넉하고 느긋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그런데도 기어이 잘라내는 것이다. 또 도리가 지나다니며 찢어진 부분도 세 곳이 있다. 긴 것이 7cm 정도. 그 부분 때문에 짜증을 내었다. 할머니가 봐라, 이렇게 하면 된다. 하고 스카치 테잎으로 붙여주고 뒤집어서 펼쳤다. 이렇게 하면 되잖아. 그런데 너, 며칠 전에 가위로 잘라내었지?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듯, 배시시 웃는다.

그 미안함 때문에 테이블 위에 놓고 그리자는 할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계속 그냥 거실 바닥에서 그리자고 했던 아리다. 할머니에겐 거실바닥에 엎드려 그리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 내내 거실바닥에서 아리 도리랑 노는 일, 장난치는 일, 등 모두가 할머니에겐 힘든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5, 페미리 닥터로부터 척추 모두가 디스크 초기현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보니 내심 심란하기도 하다. 이제 앞으로도 그래야 하고, 아리가 자라니까 힘이 세져서 놀이상대하기도 몹시 힘이 들고 근래엔 허리 아픈 일이 잦은데, 또 동생도 생길 텐데··· 매우 심란한 심정이다.

 

 

 

 

 

 

도리는 전화기를 뒷 꼭지에 대고 야앙야앙 으으음?···’ 하며 할머니를 바라본다. 전화통화를 하는 모양이다. 또 두 팔을 번쩍 들어 안아달라고 하고나서 안아주면 손가락으로 으응? 으응! 하면서 이것저것을 가리킨다. 할머니에게 가자는 표시다. 가까이 가서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나가게 하면 좋아한다. 천정에 매달린 전등을 가리키기도 해서 할머니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뭔가를 떨어트리거나 실수했다 싶으면 얼른 할머니를 바라본다. 할머니가 안 돼요오~’하면서 말리는 동작을 크게 해보이면 재미있어하면서 그 행동을 하곤 한다. 예를 들어 손에 스픈을 들고 있으면서 으응? 으응? 해서 보며 스푼을 떨어트리려고 한다. 할머니가 노우! 안돼요! 하면 빙긋이 웃으면서 떨어트린다. 놀다가 재채기를 할 때 블래스 유, 도리! 하면 좋아서 들썩인다. ‘이프 유 해피 노우 잇!’하고 노래하면 손뼉을 짝짝 맞춰서 친다. ‘반짝 반짝 작은 별~’하고 노래하면 두 손을 쥐었다 폈다 반짝의 흉내를 내고, ‘지글지글 짝짝 보글보글 짝짝···’ 손뼉 치며 너울너울 움직이며 좋아한다.

 

 

 

 

음악을 몹시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고 나서 나중에 흉내내곤 한다.

식탁 아래나 소파 귀퉁이에서 까꿍!’하고 숨바꼭질을 즐기는가 하면, 할머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할머니 없다!’ 해도 얼른 제 손으로 제 얼굴 반을 가리며 따따!’ ‘따따!’한다.

잠시 눈을 떼면 어느 사이 계단 대여섯 층을 올라간다. 아무도 안보고 있을 때 올라가서도 음음!’하고 소리를 내어 계단에 올라간 표시를 한다. 식구들이 계단에 오르는 것을 막는다는 것을 도리자신이 인식하고 있다.

스푼질도 혼자서 한다. 흘리긴 하지만 먹여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도 갈아먹이거나 떠먹여주는 것보다 잘게 잘라서 놓아주면 그걸 제 손으로 직접 집어먹기를 좋아한다. 사과도 통째로 들고 입을 대어 쥐처럼 이 자국을 내기도 하고 잘게 조각을 내주면 집어먹는다. 오늘도 할머니가 한 입 베어서 흔적을 만들어주었더니 반 이상을 갉아먹었다. 할머니가 도리와 이야기 하면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도리가 으응? 으응? 하기에 봤더니 제 앞에 놓인 쟁반에서 음식을 집어 할머니에게 먹으라고 내밀고 있다. 제가 먹다 남은 족발과 시리얼. 엄마가 잘게 잘라놓은 돼지족발의 살코기조각들이다. 아음, 맛있다, 하면서 받아먹었더니 다 먹을 때까지 좋아하며 계속 내민다.

 

 

 

 

 

만세! 하고 두 손을 번쩍 들면 따라하고, 노래를 합창하면 저도 따라 몸짓을 해가며 함께 끝까지 싱글벌글, 동참한다. 아리가 일부러 거실을 기다가 엎어지면 재미있어 깔깔대며 저도 따라 엎어진다.

여러 가지 행동하는 것으로 봐서 나이에 비해서 말이 빠른 건 아닌데 생각하는 것은 스마트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