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70-할머니의 생일축하 깜짝쇼, 콩찰떡 케잌. 뮤지디엄

천마리학 2013. 1. 25. 18:39

 

*2012112()-할머니의 생일축하 깜짝쇼, 콩찰떡 케잌.

970

Celsius 4°~3°, 9:00am 현재 3°, Partly Cloudy.

 

허리가 계속 아프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리를 스쿨버스에 겨우 태워 보내고, 미리 떠난 엄마와 도리에 이어, 840분 경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서서 집 앞에서 헤어졌다. 아빠는 오늘 치과 예약이 있고 은행 볼일이 있어서 일을 본 다음 회사로 출근했다.

프론트 스트리트에서 헤어질 수 있으니까 짧은 거리지만 아빠와 함께 걷고 싶었는데 할머니의 허리가 안 좋아서 스트릿 카를 탔다. 비가 조금씩 내렸는데 아빠는 그냥 후드를 쓰고 갔다.

로바츠 도서관에 도착, Book Room에서 엄마가 내려온 커피와 신문을 정리하고 12시에 출발 카이로 프락터로 갔다. 엄마는 10시부터 회의라고 했는데 할머니가 Harberd St에서 스트릿 카를 탈 때 전화가 왔다. 회의가 끝나서 혹시나 할머니가 출발했나 싶어서.

 

 

 

 

예약시간인 120분 보다 빨리 1시경에 진료를 시작, Kity는 다음번엔 Revaluation 을 하고 난 다음 주 1회 혹은 주 2회를 결정한다고 하고, 새로운 복근운동법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누워서 배에 힘을 준 다음 근육이 단단해진 상태에서 평상적으로 호흡을 하는 것.

다음번 Revaluation 때 통역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없다고 하니까 그럼 우리 둘이서 그냥 해보자고 했다. 사실 대충 다 알아듣긴 하지만 의학적인 전문용어가 있을 때 좀 곤란하다. 그래도 심각한 상태는 아니니까 우리 둘이 해도 될 듯하다. 지난번 페미리 닥터로부터 받은 허리와 무릎의 X-ray Ultra Sound 의 결과보고서를 주었다.

 

 

 

 

 

3시 경,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 준비하고 잠시 컴작업을 한 후 아리를 픽업하러 갔다.

같이 스쿨버스를 타는 우리 콘도의 아리 친구들에게 지난번 콘서트때의 사진을 이메일로 보냈다. Rana, Reem, Shouq 에게. 개운하다.

바람이 차고 비가 조금씩 내려서 스쿠터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도리 데이케어에 도착, 아리가 안으로 들어가더니 엄마가 와 있다고 알려주고 다시 들어갔다. 엄마가 도리 젖을 먹이고 옷을 입혀 나오는 동안 할머니는 복도 맞은편의 Musideum 입구에 놓인 징을 두어 번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돌아보았다. 허리가 아파서 도리를 돌보는데 거드는 일이 어려워서이다.

Musideum 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입구의 징을 비롯해서 안에는 오만 잡동사니들이 즐비하다. 주로 악기류가 많지만 돌로 만든 보살도 있고, 요지경, 각종 기타류, 스틸 드럼,··· 동서양의 고물들을 수집해놓았다. 일종의 소리 고물상 같다. 옛날 이것저것 컬렉션으로 모아 어머니에게 구질구질하다고 지청구 듣던 시절이 떠오른다. 게중에는 사고 싶은 물건들도 있는데 그런 것은 용케도 팔지 않고 그냥 진열만 한다고 되어있어 아쉽다.(only for display)

 

 

 

 

 

문 앞에 징을 내놓을 때면 늘 서너 번씩 처 본다. 아리에게도 처 보게 한다.

지잉~

징소리가 은은하고 좋다. 소리의 맥놀음이 오래 동안 이어지며 우웅~ 우웅~ 하는 것을 복도 끝까지 가면서 느낄 수 있다.

 

저녁을 먹는데 아리가 뭔가 설레발이를 친다. 도리 데이케어에서 나와 걸어올 때도 엄마에게 주고받으며 할머니에겐 씨크릿! 해가며 웃게 만들더니 아빠가 퇴근해오자 아빠에게까지 씨크릿!을 주지시키며 설레발이다. 엄마와 소곤소곤, 하고나서 할머니에게 와서 할머니, Today is your real Birthday. but···’ 엄마가 아리야 말하면 안 되지.’ 아리가 다시 할머니, 노 깜짝!’ 한다. 그래서 웃는다. 마치 최불암 빼고, 하는 코미디 같다.

 

 

 

 

아리의 설레발이 속에서 겨우 저녁식사를 마치고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아빠와 아리가 아리 방을 들락날락 하는 듯 하더니 아리가 갑자기 전등을 껐다. 엄마가 아직! 했지만 소용이 없다. 아리는 왕이니까. 왕 중에서도 작은폭군이다.^*^

아리의 독촉을 받으며 아빠가 아리 방에서 나오며 노래가 시작되었다.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dear 할머니, Happy birthday!"

아빠가 콩찰떡 접시 가운데 작은 촛불 한 개를 켜들고 나와 식탁에 모두 둘러앉았다.

콩찰떡은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떡이다.

 

 

 

 

아리의 지시대로 모두가 다시 Happy birthday 노래를 부르고, 이어서 아리가 한국말로, 프랑스말로, 중국말로 부르고 할머니에게 blowing을 하라고 한다. 아리랑 함께 끄자고 하자마자 아리가 훅 불어 끈다. 전등이 켜지고 나서 보니까 도리가 전화기 옆에 서서 혼자 좋아하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이번엔 할머니가 다시 불을 끄게 했다.

자 이번에 도리가 하는 걸로 해보자.”

다시 노래가 시작되었다. 도리랑 아리랑 할머니랑 셋이서 함께 끄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도 아리가 껐다.

불을 켜고 아리의 재촉을 받으며 아빠가 다시 아리방으로 가더니 빨간 쇼핑백을 들고 나온다. 할머니의 체크무늬 잠옷이다. , 참 예쁘다.

할머닌 이번에도 받은 선물이 많아. 아침에 축하카드 받았지. 이 잠옷 받았지. 맥북도 받았지. 아이맥스 영화도 봤지. 땡큐! 땡큐!”

 

 

 

 

모두가 손뼉 치며 즐겁다. 아리, 도리의 설침이 더 좋다. 할머닌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고맙다 우리 가족! 고맙다 엄마아빠! 고맙다 아리 도리!

할머니가 한 마디 했다.

하지만 생일 축하 받는 일이 미안해져. 나이 먹는 일로 축하를 받을 순 없기 때문이야. 뭔가 전보다는 나아진 것에 대해서 축하받아야하지. 나이야 그냥 먹어지는 거니까.”

좋아진 것 많잖아요.” 엄마가 말했다.

글쎄···, 이젠 나이 먹어갈수록 여기저기 아픈 데가 늘어나니 늙어간다는 표시만 날 뿐이야. 그러니 뭔가 발전된 모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깊이 느끼고 반성이 돼.”

어찌됐건 지금 할머니는 행복하다. 하지만 얘들아, 할머닌 속으로 많이 생각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