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72-1월13일(금)-눈, 우리집엔 천사 둘이 있다

천마리학 2013. 1. 28. 03:14

 

 

*2012113()-, 우리집엔 천사 둘이 있다.

972

Celsius -1C°~-8°C, 10:30am 현재 -4°C, Snow.

 

눈이 오니 어렵긴하지만 기분은 좋다.

아침에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서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눈 내리는 아침의 아리 등교모습은 담았다. 돌아와서도 엄마는 극구 말렸지만 도리를 데리고 가는 엄마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동행하며 엄마와 도리의 모습도 담았다. 그러다가 앗!

브램너 블러버드 다리 위에서 한 번 할머니가 눈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도로의 씨멘트 바닥 이음매자리에 깔린 철판위에 눈이 쌓여 미끄러웠다. 엄마가 그것 보라면서 들어가라고 극구 말렸지만 도리 데이케어까지 갔다. 데이케어에서의 도리의 모습도 담았다. 미쓰바 선생님이 할머니와 엄마를 찍기에 할머니는 재빨리 미쓰바선생님을 찍었다. 미쓰바선생님은 우리 엄마와 할머니 사진을 데이케어 벽에다 붙여놓고 도리와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미쓰바선생님의 사진을 블로그의 육아일기에 올리겠다고 했다.

 

 

 

 

도리는 이제 정말 잘 논다. 헤어질 때도 벌써 책상을 딛고 서서 친구와 놀고 있다가 돌아보며 할머니와 엄마에게 바이바이 손을 흔든다. 정말 예쁘다. 울며불며 떼를 쓰고 안 떨어지려고 하던 때가 채 두 달도 안 됐는데 이젠 완전히 적응이 되었다. 요사이 두 아기가 새로 들어왔는데 그 아기들이 도리처럼 부모를 안 떨어지려고 우는 모습을 보며 도리가 웃는다고 한다. 재미있어 보이는 웃음이기도 하고 비웃는 듯한, 매롱! 하는 것 같은 웃음이어서 아주 재미있다고 한다. 개구리 올챙이적 모르는 식이다.^*^

도리, 두 달 전엔 너도 그랬잖아!

 

 

 

 

도리는 아리 때보다 적응이 매우 수월한 편이다. 아리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는데도 감기도 안 걸리고 귀앓이도 아직은 안 한다. 건강하고 강한 편이다. 말은 못하는데도 표현이 분명하고 벌써 샘도 부리고, 어리광도 한다. 애교도 많고, 하는 동작마다 귀엽다. 선생님들이 도리는 특별하다고 한다.

집에서도 그런다. 함께 노래하면 손뼉 치며 출렁이고, 놀라면 두 손을 번쩍 들고 놀란 표정을 짓고, 오빠가 하는 것을 자세히 보고 있다가 그대로 따라하는데 빠짐없이 잘 한다. 온 가족을 웃긴다. 할머니가 아리와 함께 있으면 응! ! 소리치며 우는 시늉을 하다가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면 그 자리에 엎드리면서 삐지기도 하고, 두 손을 들고 흔들면서 안아가라는 표현을 한다. 할머니가 두 손을 벌려 어서 오라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기어온다. 또 엄마아빠 할머니 아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저 혼자 저만큼에서 놀다가도 돌아보며 끼어들려고 아! ! 소리를 질러댄다. 아무도 안보면 더욱 큰소리를 질어대며 울다가 할머니가 바라보며 이리와 도리!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기어와 푹 안기면서 좋아한다. 정말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요사이는 화장실이나 세탁장 안에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리고 안에서 소리친다. 아무도 반응을 안보이면 문을 똑똑똑 노크하며 아앙! 아앙! 하고 열어달라고, 자기가 거기 있다고 알리곤 한다.

때로는 전화기를 머리 뒤로 돌려 들고는 으응? 으응? 전화 받는 시늉을 하면서 할머니를 바라본다. 할머니가 도리니? 하고 말하면 방실방실 하다가 수화기를 올려놓기도 한다.

오늘도 할머니가 데이케어에서 헤어질 때 바이바이 하기에, 핼로우! 하고 전화 거는 시늉을 했더니 도리도 전화 받는 시늉을 하며 으응? 으응? 해서 선생님들까지 웃었다.

할머니는 참 행복하다. 두 천사와 함께 살고 있으니.

 

 

 

 

 

천천히 눈을 맞으며 돌아오는 길에 Clearance Square Park, Go Railroad 등 카메라에 담으면서 TD Bank로 가서 수표 2장을 입금시키고, Sobeys에 들려서 꽃들을 근접촬영하고··· 느긋하게 돌아왔다.

 

11시에 들린다고 하던 미미로부터 눈때문에 1115~30분 사이에 오겠다더니 12시가 다 되는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오지 않는다. 역시 챠이니즈 타임!

1220분에 왔다.

 

 

 

 

, 이를 어쩌나?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을 정리하고 글을 쓰다 보니 55, 큰일 났다. 아리를 픽업하기 위해서 늦어도 440분엔 나가야하는데··· 부랴부랴 뛰어나가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도리의 데이케어에 있다는 것, 할머니가 늦어서 그러니 아리도 픽업해달라고 부탁하고, 지금 걸어서 가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아리픽업까지 할 테니 나오지 말라고 한다. 할머닌 컴퓨터에만 앉으면 안 된다니까··· !

생각해보니 엄마말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된장두부찌게를 하고, 밥이 약간 적을 듯하기도 하고 또 국수가 먹고 싶기도 해서 국수도 삶아 준비했다.

610분경, 딩동~

엄마랑 아리 도리가 왔다.

누구세요?”

할머니가 반갑게, 또 아리가 장난 칠 것을 예상하면서 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할머니의 예상을 뒤엎고 아리가 쓰러지듯 들어오며 할머니를 안는다.

 

 

 

 

 

할머니, , 펠 다운?”(할머니 길에서 넘어졌다면서요?)

“?··· 응 그래,···?”

엄마가 보충설명을 했다. 아침에 갈 때 엄마랑 함께 도리 데이케어까지 동행할 때 할머니가 넘어진 자리를 지나오면서 할머니가 아침에 여기에서 넘어지셨다고 했더니 아리가 금방 글썽이면서 그 시간에 자기는 킨더가든에 있었기 때문에 도와주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더라는 것, 그러더니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할머니를 허그해주며 물었던 것이다.

, 이 감동! 그런데,

저녁을 먹기 위해서 아빠 지금 어디쯤 오시는지 전화해봐라, 했더니 수화기를 들고 토일렛에 앉아 피피를 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Daddy, Where are you now?”

아빠가 오고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어봐, 할머니가 말했다.

“How long time come back home?”

 

 

 

 

 

 

15분쯤 후에 도착한다고 대답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리가 아빠에게 말했다.

“You have hug 할머니, because 할머니 fell down on the street!”

, 그래? 아빠의 목소리가 모기소리처럼 흘러나오고 통화가 끝났다.

, 감동에 감동! 감동 더불!

아빠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 허그부터 하라는 눈짓을 보내는 아리, 아빠가 할머니를 허그하는 것을 보고서야 활짝 웃음이 번진다.

사뭇 걱정하는 아리를 보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빠에게 할머니를 허그해줘야 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할머니를 허그하더니 다리를 보자고 하면서 할머니의 바지를 걷어 올리고 살펴보는 아리. 정말 이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까?

말썽부리고 귀찮게 하고 고집부리고 떼쓰고··· 늘 할머니를 힘들게만 하는 아리의 어느 구석에 이런 갸륵한 마음이 들어있었을까?

할머니가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