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57-몬트리올 피터네집

천마리학 2013. 1. 6. 19:49

 

 

 

*2011년1227()-몬트리올 피터네집

957

 

모니카 아줌마네 집, 피터형.

12시 반에 나서서 모니카네 집으로.

아리는 어제 밤에도 내일이면 피터를 만나러 간다고 잔뜩 부풀어 있었다.

모니카네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운전하는 아빠에게 아직도 멀었느냐? 얼마나 더 가야하느냐? ·· 서너 번의 질문을 하곤 했다.

지난 봄, 부활절 휴가 때에도 방문해서 함께 놀았는데 피터가 아리에게 마치 형처럼 아주 잘 놀아주었기 때문에 아리는 피터를 아주 좋아하며 그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여름, 함께 보낸 K에 대한 기억과는 완전 딴판이다.

 

 

 

 

 

 

엄마친구인 모니카의 아들 피터는 아홉 살로 영어와 독일어, 그리고 엄마의 나라인 체코말까지 안다. 할머니는 피터가 한 살 때부터 만났었다. 아리의 표현대로 숲이 많은 마을에 살고 있다. 캐나다는 토론토처럼 대도시의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푸른 자연 속에 살지만 도시를 한 발짝만 벗어나면 집집마다 숲속에 사는 것처럼 나무들 속에 있는 집에서 산다. 번화가라 해도 곳곳에 공원이나 휴식공간이 있다.

할머니, 유노우? 피터 하우스 이즈 인더 포레스트, 포레스트.”하면서 숲을 강조했다. 숲속에 쌓여있는 집이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그린, 초록, 나무들··· 하고 덧붙여가며 신이 났다.

그래 맞어. 숲이 많았어. 그런데 지금은 그 나무들이 하얗게 눈을 쓰고 있을 거야.”

 

 

 

 

 

벽난로가 활활, 따뜻하게 타고 있는 실내. 나무로 지어진 집, 천연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식탁과 창문, 거실 중앙에 있는 뱅뱅이계단, 모두가 반들반들 나무 살결빛깔의 윤이 나는 나무로 된 실내,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할머니는 이 집을 좋아했다. 거기다 정리정돈 끝내주는 정갈스런 모니카의 손길이 곳곳에서 보인다. 또 생나무로 만들어진 X-mas 트리와 장식들, 정말 아, 하고 입이 벌어진다.

일곱 살짜리 고양이 피지타 단은 뱅뱅이 계단의 이층에서 주무시고···

피터가 많이 컸다. 할머닌 지난봄엔 오지 않았기 때문에 작년에 보고 지금 보는 것인데 훌쩍 키도 크고 모습 어딘가가 보이쉬한 느낌까지 들었다. 모니카도 피터가 벌써 사춘기 때처럼 구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면서 어쩌면 사춘기가 빨리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모니카를 엄마의 노발티스 시절의 동료로 알고 있었는데 맥길 대학원의 선배라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늘 엄마의 정리정돈에 입을 벌리곤 하는 할머니에게 엄마는 지하실이며 복도며 모니카의 정리정돈 상태를 보여주며 자신보다 더 철저한 정리정돈의 고수라고, 문헌정보 전공자답다고, 자랑처럼 말해서 웃겼다. 정말 여기저기 놓여있는 옷장마다 문을 열면 맨 아래에서 위까지 옷이며 침구들이 귀를 맞춰 정연하게 쌓여있고, 생활도구나 집기들 또한 보기 좋게 정돈되어 있다. 창틀마다, 벽에 걸린 그림마다, 심지어 화장실의 세면기 주변에 천사도자기 인형이 놓여있는 것까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 피터 아빠 죠오지는 아버지가 엉덩이뼈 수술을 해서 토론토 근처에 있는 시댁마을의 병원에 가서 없었다. 토요일에나 집에 온다고 했다.

 

 

 

 

 

 

피터는 기타를 쳐 보였고 노트북을 열어놓고 채스 게임을 아리에게 가르쳤다. 모두 방과 후 랫슨에서 배웠다고 한다. 요가도 방과 후 랫슨에서 배웠다고 한다. 또 지하실 놀이방으로 내려가서 레고 기차도 만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잘 놀았다. 아직 어려서 이해가 늦고 생각이 다른 아리를 맞추어가며 끝까지 잘 놀아주는 것이 기특하다. 역시 다르다.

피터는 커다란 기타와 미들사이즈의 기타 두 개가 있었는데, 모니카가 퀘백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악기도 중국산은 재질이나 처리과정이 달라서 음색도 다르고 쉬 망가진다는 것. 급속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쉽게 뒤틀리기 때문이라면서 가능한한 중국산은 악기조차도 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식품, 의류, 기호품 등 모든 생산품 전반에 걸친 중국산의 범람과 불신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펼쳐지기도 했다.

인디언 차, 풀꽃차···, 차 마니아인 모니카가 내놓는 차을 석 잔 이상 마셨다.

선물을 서로 나누고 돌아가면서 허그를 하고···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고 530분경에 피터의 집을 출발하는데 벌써 캄캄하다.

캄캄한 어둠속에 숲은 더욱 검푸르고 집집마다 전등으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아름답다.

차로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7시에 맞춰 따따 쟌이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비일(veal) 연한 송아지고기와 쟈스민쌀밥, 찐 당근 그리고 샐러드.

 

8시경 할머니는 아리를 데리고 침실로 올라와 또 이야기로 재웠다. 어제에 이어 차에 관한 스토리. 아리는 여전히 라이트닝이고, 리더여야 한다. 어제는 왜 칙킥스가 배드가이가 됐는지 이야기를 꾸며댔었다. 아리가 이미 칙킥스를 배드가이로 정해놨기 때문이었는데, 원래는 칙킥스도 좋은 친구였다는 것, 그런데 어느 날이 일을 계기로 친구를 고자질해서 친구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배드 가이가 됐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리가 그 이야기를 계속 해달라고 하는 것. 늘 그렇듯이 어제의 이야기는 다 잊어버렸다고. 칙킥스가 왜 배드 가이가 되었는지를 다시 꾸며대었다. 그런데 아리가 이야기 도중 칙킥스가 친구들로부터 버림받는 장면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벼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칙킥스가 불쌍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칙킥스로 굿가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자기는 모두다 굿가이 친구들이 좋다고 한다. ~ 할머니의 의도가 명중했군!

 

 

 

 

 

 

 

그래서 다시 칙킥스가 좋은 일을 해서 친구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다시 친구가 되는 이야기로 꾸며냈다.

그 이야기가 끝나고도 오히려 고조된 아리는 잠이 멀어져 더 계속해달라고 조른다. 할 수 없이 친구들이 모여서 게임하며 시합을 벌리는 내용으로 이어나가면서 라이트닝 아리가 리더역할을 하게 했다.

할머니가 먼저 지쳤다. 아리는 리더역할을 하고, 모든 경기에서 라이트닝이 이긴 후에야 흡족해져서 잠 잘 포즈를 취했다. 겨우 잠들었다. 휴우~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저녁 눈폭풍이 온다고해서 내일 토론토로 돌아가는 길이 어렵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몬트리올 집에 도착하였을 때 몇방울씩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