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55-아리는 눈사람 만들기, 도리는 생애 첫눈 위를 걷다.

천마리학 2012. 12. 31. 04:45

 

 

 

*1225()-아리는 눈사람 만들기, 도리는 생애 첫눈 위를 걷다.

 955

 

 

어제의 피로도 풀 겸 또 따따 쟌네집의 풍속대로 늦은 아침식사.

이곳에선 아침이면 벌어지는 아침전쟁이 없다.

어제 저녁에 이어 오늘까지 할머니는 한복을 입었다.

노트북을 처음으로 가지고 왔기 때문에 인터넷을 열었다. 물론 이곳에 맞도록 페트릭이 설정을 끝내주었다.

 

 

 

 

 

쏟아져 들어온 이메일들, 한국의 윤영실이라는 사람의 질문이 또 와있다.

떠나올 때 직접 알아볼 수 있도록 휴론 학교와 부동산 등의 사이트 어드레스를 보냈었는데, 이번에 휴론학교와 로바츠 도서관의 거리 등을 물어왔다.

간단히 답을 보내었다. 퀘백에 연말가족 여행 중이라는 것도 알렸다.

 

 

 

 

 

 

엄마의 메일을 통해서 형섭이 아빠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병문을 하는 메일을 띄웠다. 작년에 내가 세인트 마이클 병원에 입원한 것같이 소장폐색증이라는 것.

멀리 있으니 마음으로 염려만 보낼 뿐이다. 하긴 가까이 있다고 한들 얼마나 살갑게 지낸 형제사이이던가. 또 왕할머니 왕할아버지만 자지러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조차 서글프다.

 

 

 

 

내가 띄웠던 새해인사 카드에 대한 답들이 왔다. 그 중에 형섭이 아빠 소식도 엄마가 보낸 새해인사카드로 연결된 것이다.

은숙으로 부터도 답이 왔다. 카드사진을 보고 설명한 문장을 보면 예리하고 감성적인 것도 나타난다. 그런 사람이 평상시의 의식은 왜 그리 꽁꽁 닫혀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아리는 아빠와 똥똥 달랏이랑 셋이서 집 앞의 정원 나무 아래에 눈사람을 만들었다. 당근으로 코를 박고 바나나로 입을 만들었다. 눈덩이에 물을 뿌려가며 만들었다. 아리는 창문으로 내다보며 사진을 찍는 할머니를 향해 물을 뿜어대기도 했다. 양볼이 빨갛게 달아올라서도 그저 신이 나는 아리.

 

 

 

 

 

 

아리도 그저 방글방글, 잘도 논다.

따따 쟌에게도 잘 간다.

말은 하지 못하면서도 눈의 표정과 응 응? 하는 소리말로 의사표시가 분명하고, 표현이 많다. 호기심이 강하고 욕심이 대단하다. 이것저것 가리키며 만져보려고 한다.

할머니가 발코니 쪽의 창 앞까지 쌓인 하얀 눈을 보여주고, 문을 열고 손으로 만지게 해주었더니 잔뜩 호기심이 발동, 나가자고 한다. 역시 도리답다.

 

 

 

 

 

 

도리를 뒤에서 받쳐 안고 발코니의 눈 위를 걸었더니 너무 좋아한다. 팬스에 싸인 눈을 만져보고 이것저것 가리키고··· 들어오려고 하지 않아서 결국 울기가지 했다. 도리 생애 처음 보는 눈이 얼마나 신기할까?

짬짬이 최문희의 소설집 <크리스탈 속의 새>를 읽었다. 참 잘 쓴다. 잘 쓴 글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무너져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함을 느끼긴 하지만 한편으론 세웠던, 미루기만 했던 그러나 이번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려고 하는 소설쓰기의 계획을 지키려는 의지가 샘솟는다. 어느 구석 빈틈없이 꼭꼭 차있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 와서도 여전히 아리의 잠자는 습관을 위하여 일찍 자러 올라왔다.

더 놀겠다고 보채지 않고 쉽게 따라 올라오는 것이 신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