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53-센스티브 아리. 엄마의 깔끔은 숨막혀···

천마리학 2012. 12. 27. 12:22

 

 

 

*20111223()-센스티브 아리. 엄마의 깔끔은 숨막혀···

953.

Celsius -1°~-5°, 7:00am 현재 0°, Snow. 

 

오늘도 역시 부산한 시작, 아침전쟁 이후 가까스로 나갔더니 버스가 막 와서 도착하고 있었다.

바람이 세고 차다.

엄마 바지 단 6벌을 줄여달라고 내놨는데 존 아저씨로부터 선물 받은 간단한 재봉틀 사용을 시도했다. 뭐가 맞지 않아서 실밥 뜸이 헐겁게 되고, 그나마 되다말다 애를 먹였다.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짜증만 나서 걷어치워 버리고 손바느질로 시작했다. 역시 간편용 기계는 믿을 수 없다?

 

 

 

온종일 집안 청소와 몬트리올 갈 준비를 하느라고 엄마는 바쁘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몸도 고되겠지만 너무 깔끔을 떠는 것이 할머니에겐 스트레스다. 할머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버큠 소린데 엄마는 어제도 오늘도 마찬가지. 집에 돌아오면 즉지 버큠이다. 오늘처럼 집에 있는 날도 어제 실컷 했건만 또 버큠이다. 할머닌 말도 못하고 견뎌야 한다. 물론 버큠을 자주하고 깨끗한 것이 좋은 것은 안다. 하지만 지나치다.

하여튼 오늘도 할머니가 엄마의 바지 단을 잘라내어서 옆에 둔 조각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벌써 쓰레기통. 바느질을 하다가 옆에 둔 조각들이 없어진다. 할머닌 그 조각들을 모아두었다가 아리 바지의 무릎을 기울 때 사용할 참이었다. 아이를 키우면 필요한 일이다. 하긴 엄마처럼 어디든 약간 낡으면 버리고 새로 사는 좋겠지만 할머닌 그걸 지나친 낭비라고 생각한다. 꼭 노랭이처럼 아끼려고만 해서가 아니라 물건에 대한 예의로도 맞지 않고 생활태도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벌정도 된다면 모르지만!

 

 

 

 

 

 

어느새 가위가 없다. 벌써 엄마는 가위를 찬장 안의 가위자리에 꽂아놓았다. 바느질을 하는데 필요한 도구들이 곁에 있어야하고 그러자면 주변이 좀 어질러지기도 한 법이다. 그 사이에 벌써 낼름 치워버린다. 재봉틀이 안돼서 이것저것 뜯어보다가 작은 드라이버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현관의 기구 상자에 가서 작은 것 한 개를 가지고 온다. !

작은 드라이버 셑트가 손바닥 안에 드는 크기다. 어느 사이즈가 맞을 지 모를 일이니까 상자 째 들고 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달랑 한 개를 들고 왔으니 안 맞는다. 그때부터 할머닌 짜증에, 말하기 두려움에, 누치보기에 돌입한다. 죄지은 것처럼. ··맞는데··· 다른 것··· 어없니? 조심스럽게 입안에서 우물우물, 눈치를 챈 엄마가 그제야 상자를 들고 온다. 정말 심하다. 심하다고 말하면 토라진다. 그래서 입다물어버리고 견뎌내야 한다. 매사 참 잘하는 대도 이렇게 부딪쳐야하는 것, 가족이다?

 

 

 

 

 

 

오늘도 엄마 혼자 아리 도리 픽업을 다 했다. 그동안 할머니는 컴퓨터 정리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연말이니 홀가분한 새해를 위하여 나를 정리하고 청소하자. 그 첫째가 컴퓨터의 파일 정리다. 일이 많다.

아직도 신문정리도 해야 하고··· 시간이 없다.

 

아리를 픽업해온 엄마가 또 재니 선생님으로부터 걱정스런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아리가 오늘 역시 뭔가 우기더라는 것, 선생님이 보고 있었는데도 자신의 실수를 다른 친구가 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우기더라는 것. 물론 사소한 일이다. 또 이야기를 지어서 핑계를 대더라는 것. 지금까지의 아리는 명랑하고 잘 놀고 잘 어울렸는데 어제부터 왠일인지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

소곤소곤, 아리가 눈치 채지 않도록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레고 라이트닝 멕퀸 트럭을 만드느라 몰두하고 있다. 할머니와 같이 하는 작업이었지만 잠시 빠져나왔다.

어제 저녁에 3번까지만 하기로 했는데 할머니가 잠시 다른 일을 보는 동안 벌써 4페이지를 시작하고 있었다. 일찍 자야한다고 달래어도 막무가내. 그래서 4의 앞 두어 장만 한 상태로 그대로 한 쪽에 두고 내일 다시 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느라고 또 잠자는 시간이 늦어져 9시 반 경에 잤다.

 

 

 

 

 

오늘 아침, 740분에 눈을 뜨자마자 또 시작했다. 옷 입어라, 밥 먹어라, 빨리 해라, 스쿨버스 떠나겠다··· 아침 식탁을 준비하면서 연신 할머니가 말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어제 저녁에 만들다 만 레고 라이트닝 만들기 4페이지를 계속 펼쳐놓고 시작하고 있다. 오후에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가 또 같이 해주겠다고 겨우 달래어 아침전쟁을 치렀었다.

저녁에 틈틈이 몬트리올 행 짐을 꾸렸다.

엄마는 이미 어제 저녁에 아리 옷을 다 챙겨 넣은 초록색 가방을 들여놔주면서 할머니 짐을 알아서 챙기라고 할머니방에 들여놨다. 철저한 것은 이미 알지만, 아리옷 챙겨넣은 것을 보니 어디 한달 쯤 지내다 올 짐이다. 좀 적당히 하면 좋겠는데, 너무 심하다. 아니 이건 할머니의 견해로 심하지 본인은 절대 아니다. 매전 여행 때 마다는 물론이고, 평상시 외출에서도 도리의 밀차**에 담아놓는 가방을 봐도 언제나 필요이상으로 가득하고 무겁다. 물론 아기를 키우려면 짐이 많다. 그러나 다이퍼나 약품, 기타 관련 물품들을 적당히 줄여 챙기면 된다. 그런데 언제나 한 달분은 넉넉할 만큼의 분량을 챙겨 가지고 다니니··· 챙기는 건 좋지만 좀 간편하면 좋겠는데, 그런 의견을 말해도 한 번도 받아 들이기는 커녕, 다 필요하다면서 일거에 튕겨버리니 더 말 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정말 숨 막혀.

 

 

언젠가 한 번 짐을 좀 줄여가지고 다니라고 했더니 그렇긴 한데,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또 줄이느라 옮겨놓으면 어디다 두었는지 오히려 해깔릴 거 같아서 그냥 하던 대로 다 챙겨가지고 다니는 것이 편하다고 대답했다. 강박? 필요이상의 강박은 본인을 물론 옆 사람까지도 피곤하게 한다.애구!

그래서 엄마를 변하게 하느니 차라리 할머니가 참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