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33-코리아 킨더가든, 장미, 제이든 생일파티

천마리학 2012. 11. 19. 00:21

 

 

*2011123()-코리아 킨더가든, 장미, 제이든 생일파티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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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병 두 개의 장미들을 거두어 한 병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꽃잎들을 거두어 디스프레이를 하면서 사진 몇 컷, 찰칵찰칵, 그리고 말렸다.

 

코리아 킹더가든에 간 엄마아빠 아리도리.

돌아오는 길에 아리는 초대된 제이든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기 위하여 제이든 집에 떨어트려 주고, 엄마아빠 그리고 도리는 샤펄스에서 쇼핑하면서 특별할인도 이용하고 포인트도 이용하여 디지털 카메라 한 개를 더 사고··· 1시경에 돌아왔다.

 

그 사이 할머니는 컴작업을 하다가 낙지볶음에 당면을 추가하여 점심준비를 하였다. 낙지볶음은 지난 목요일 저녁 앙드레 아저씨랑 코리아 타운에 갔을 때 한국관에서 테이크 아웃해 온 것이다. 갈비와 반반 시켰다가 너무 매워서 못 먹고 가져왔다. 당면 600g을 추가했는데도 여전히 맵다. 물론 그날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모두 맛있게 먹었다.

 

 

 

 

 

엄마아빠는 3시경에 제이든 집에서 아리를 픽업한 후 아리와 함께 빠트린 쇼핑도 하고, 아리가 좋아하는 챕터스에도 다녀서 놀다가 저녁식사시간 무렵에 돌아왔다.

 

할머니는 초저녁에 싫어하는 공부를 다시 시키기 시작했다.

어제에 이어 <Counting Letters> 복습, 쓰기까지 하게 했다. 물론 억지로다.

아리는 이야기 형식으로 해야 좋아한다. 책을 읽을 때도 따라 읽으려고 하지 않고, 읽어주는 것을 들으려고만 한다.

할머니 생각에는 아리가 스펠을 외워야 하고, 모르는 한국어 글자들을 알아야 하고, 말해야하는 일들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서 하기 싫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는 아니다. 책을 펼쳐놓고 눈으로 읽기도 즐겨 시도했었으니까. 그렇지만 글자를 익혀야하는 요즘 단계에 와선 읽고 쓰기, 그것도 영어만이 아니라 한글까지 해야 하니 소위 어른들이 말하는 공부식이 아닌가. 아이들에겐 공부가 아닌 놀이여야 하는데.

그렇다고 순전히 놀게만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할머니의 교습방법을 바꿔가면서 해득하게 해서 글자를 깨우치는 일이 지금은 중요하다.

 

 

 

 

싫어하면서 겨우 읽기를 마친 후에 쓰기를 하자고 했더니 겨우 끌고 가던 공부 분위기가 그만 깨어져 버렸다. 싫다는 것. 억지로 달래어서 쓰기를 시작했는데 이건 단 며칠 사이에 엉망이다. 알았던 알파벳을 다 잊어버리고 몇 개 아는 단어의 스펠링마저 모른다. 다시 시작했다.

필기체 a부터. 얼마나 지겨워하는지 할머니도 속이 상했다. 겨우 온갖 쇼를 다 해가면서 이를테면 한번 어쩌다 괜찮게 쓰면 잘 했다는 칭찬을 하고, 그러면 아리는 늘 하던 대로 빅 허그를 해온다.

억지로 하니까 노트가 찢어지기도 한다. 서너 줄 쓰다가 멈췄다. 속이 상하지만 억지로 참아가며 분위기 바꿔 기분 좋게.

~ 우리 아리가 잘 하는구나, 이제 조금만 더 연습하면 잘 될 것 같아. 우리 내일 또 하자 응? 매일 조금씩 조금씩 하면 곧 아리는 블레버드에 사는 똑똑장이가 될 거야. 알았지?”

끄덕끄덕.

애고!

오늘 학교에서 뭐 하고 놀았니?”

몰라요.”

아하, 아리도 바보장이구나. 아리는 블레버드 스트리트의 바보장이!”

 

 

 

 

아리가 금방 울쌍이 되어 아니라고 떼를 쓴다. ‘바보장이는 엄청 싫어한다.

할머니가 물어보면 킹스트리트 바보장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또 킨스키 바보장이는 몰라요하고 말하고. 그래서 바보장이가 된 거야. 그런데 아리도 지금 몰라요 하고 대답했잖아. 그러니까 아리도 바보장이지.”

노우.”

아니긴. 하지도 않으면서 똑똑장이가 될 순 없잖아. ‘바보장이는 굿 리더도 될 수 없어. 언제나 몰라요 하고 대답하는 사람이 어떻게 굿 리더가 되겠어? 바보장이들은 언제나 아이 던 노우 잉잉잉, 아이 던 라이크 잇 잉잉잉, 하고 맨날 모른다고 하면서 크라잉 크라잉, 그러니까 짜증만 늘고 바보장이가 되고, 그래서 굿 리더도 될 수 없는 거지. 아리도 그렇게 되고 싶어?”

아니요.”

그럼 바보장이들 처럼 아이 던 노우, 아이 던 라이크 잇 잉잉잉 하지 말아야지. 항상 아이 노우, 아이 라이크 잇, 하하하, 방글방글, 용감! 그래야 똑똑장이도 되고 굿 리더도 되는 거지. 그렇게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정말?”

끄덕끄덕.

애고, 어느 세월에?

 

 

 

 

 

 

아참, 아리, 레터의 스펠이 어떻게 되지? 할머니가 잊어버렸어, 엄마야 엄마도 아니?”

할머니는 놀다가도 불쑥불쑥 생각난 듯 묻는다.

, 알아요 할머니, 으음, , 아이, 에이, 으음 ···”

노우, 할머니 할머니 마미 롱(wrong)"

지켜보며 후후후 웃던 아리가 나선다.

그럼 아리가 말해볼까?”

, , , , 으음 이, .”

, 아리가 아는구나. 박수!”

 

도리가 아리방을 몹시 좋아한다. 그리고 아리가 뛰어놀고 소란스럽게 할 때마다 동참하고 싶어 너울거리며 악악 소리도 지르고 이리 저리 기어서 따라다닌다.

그런 도리를 아리는 귀찮아할 때가 있다. 이그,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고.^*^ 웃으며 아리와 도리가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도리의 성깔 역시 만만찮아 보여서 조금 더 크면 아리와 도리가 엄청 시끄러울 거란 예상을 벌써부터 한다.

아리는 방에 들어가 놀면서 문을 닫아버린다.

닫힌 유리문에 두 손을 붙이고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웃기도 하고 재미있어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들어가고 싶어서 앙앙대다가 손가락으로 문을 여는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 그때마다 안에서 아리가 소리친다.

도리, 던 컴 투 마이 룸!”

 

 

 

 

 

아유, 가엾은 우리 도리.

어서 커라.

어서 커서 오빠랑 이야기 주고받으며 함께 놀아라, 알았지 도리?

도리는 말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하는 짓이나 주고받는 말을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 식구들이 이야기하며 즐겁게 웃고 떠들면 저도 끼어드느라 큰소리로 옹알이를 하며 몸짓을 해보이다가 아는 척 하며 끼워주면 좋아서 방글방글이다.

아리가 할머니 귀에 대고 소곤소곤 무슨 말이든 하고 있으면 갑자기 도리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해가며 기울인 자세로 열심히 듣고 있어서 식구들을 웃기기도 한다. 스트롤러나 제 하이췌어의 벨트나 잠금장치 같은 것을 인식하고 있다. 힘과 요령이 부족하여 실제로 해내진 못하지만 그걸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혼자서도 시도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또 약병을 보면 뚜껑을 틀어 여는 시늉을 하고, 스푼을 들고 할머니 입에 떠먹이는 시늉도 하고, 이층에 가고 싶으면 손가락으로 계단을 가리킨다. 놀다가도 장난감이든 오디오기기에서든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들흔들 리듬을 탄다. 할머니가 도리 도리 돌도리 도리 도리~’ 하고 노래를 불러도 몸을 흔들며 손을 젓고 흥겨워 한다.

의사표시도 강하고 분명하지만 센스도 빠르고 인지능력도 빠르다.

엄마아빠는 도리가 아리보다 더 빠른 것 같다고, 아리보다 더 똑똑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때가 있다. 물론 할머니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표현은 삼가자고 보이지 않는 약속과 다짐을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말한다.

아이는 열 번 되는 법이다. 게다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진행이 좀 빠른 편이기도 하다. 속단은 금물이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