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30-도리 예방접종, 아리가 집중하게 해주는 주사 있나요?

천마리학 2012. 11. 14. 05:48

 

 

 

 

*20111130()-도리 예방접종, 아리가 집중하게 해주는 주사 있나요?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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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파티는 사흘 전 일요일에 했지만, 오늘이 진짜 도리의 첫 돌이다.

아침식탁에 둘러앉은 온 가족과 앙드레 아저씨가 짜자자안~ 도리!

해피 버쓰데이 도리!

 

오늘은 휴가로 집에서 쉬기 때문에 아빠와 앙드레아저씨가 도리 데에케어에 데려다주기로 해서 아침에 엄마가 모처럼 홀가분하게 출근하고 난 뒤, 이어서 아빠와 따따 앙드레가 도리 스트롤러를 밀고 집을 나섰다.

“Take a rest, 할머니!”

 

 

 

 

 

 

모두 나간 뒤, 모처럼 할머니는 집에서 쉬기로 했고,

아빠와 앙드레 아저씨는 도리를 데이케어에 데려다 준 후 부터 둘이서 토론토시내 구경을 하며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 7시에 하키게임에 같이 갈 것이다.

 

아침 9시경, 할머니 혼자 있는 집. 샤워를 마치고 홀가분하게 컴 앞에 앉았다. 100여 통이 넘는 이메일이 쌓여있다. 다 지워나갔다.

한국에서의 막내할머니의 집 관리 소식, 성대삼촌의 결혼식 소식, 독일의 언니보살, 그리고 지난 일요일의 돌 파티에 다녀간 재숙이모의 메일 등이 보내어져 있었다.

앙드레 아저씨가 할머니 방을 쓰기 때문에 컴 샤용이 자유롭지 못해서 불편하긴 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앙드레 아저씨는 아빠의 어렸을 때부터의 친구로 가족 같은 분이다. 특히 앙드레 아저씨가 아빠와 함께 식탁을 준비하고, 설거지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는 정말 한국에서의 생활과 다름을 느낀다.

아리 도리 역시 낯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수시로 앙드레 아저씨의 부인 멜라니에게 스마트 폰으로 전화도 하고 사진도 전송하고··· 참 달라진 세상을 경험하며 즐긴다.

앙드레 아저씨에 대하여 특별히 친근감을 가지는 것은 그의 소박함 때문이 아니라 아기 때부터의 아빠 친구로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다는 점이다. 아빠에겐 그런 친구들이 여러 명 있다. 같은 유치원에 다녔고,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고, 어렸을 때 같이 놀면서 쌓아둔 공유하는 추억들이 많이 있고, 지금도 해마다 모두 함께 해외여행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죽마고우들이 아빠에겐 8 명쯤 있다. 수시로 안부 나누고, 서로서로 대부 대모가 되어주고··· 그런 의미로도 아빠는 참 좋은 성품의 사람이고 복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할머니는 흐뭇하기만 하다.

 

 

 

 

카이로프락터 인턴 조이스가 전화가 왔다.

어제 할머니가 인턴 키티에게 허리와 무릎 안쪽이 아파서 걷기가 불편하다고 했더니 한국말을 잘 하는 조이스에게 이야기를 해서 연락이 온 것.

조이스가 있는 병원은 레슬리라서 약간 멀기 때문에 찾아오기에 불편할지를 염려했다. 알아보니 치료비도 지금 하는 곳과 마찬가지로 $5로 할 수 있다고 했다.

할머니만 원한다면 그쪽으로 오라는 것.

할머니 입장으로야 사실 크게 불편하진 않는데, 그래도 한국말을 구사하고 친절하게 배려해주는 것이 고마워 오히려 거절할 수가 없어 가겠다고 했더니 치료내용기록을 트랜스퍼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 다음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내일이 예약일인데 기록이 곧바로 옮겨질지 몰라서이다.

 

 

 

만약 레슬리 쪽으로 간다면 토요일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조이스 근무시간이므로 그 시간에 맞춰야 한다.

그쪽을 가보는 것도 경험할 겸. 그렇게 할 테니 결과를 연락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지금 진료 받는 키티도 크게 불편할 것 없고 거리도 가깝고 교통편도 편리해서 그냥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다, 마침 조이스의 진료를 택한다면 일주일에 한번, 그리고 토요일이어야 하는 것도 걸린다. 지금의 일주일에 두 번이 효과적일 것 같고 또 토요일은 피했으면 좋겠다. 가족 스케쥴이 있을 수 있는 주말이니까.

내가 영어를 모른다고 엄살을 떨긴 했지만 약간의 불편이 있긴 하지만 대충 다 소통하고 있는 상태 아닌가. 그런데 조이스는 그 점을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나를 생각해서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싹뚝 자르 듯 거절하기가 거북하다.

그런데 조이스의 염려와 친절 때문에 거절하기가 곤란하다.

그래도 당장 내일이 예약일인데, 조이스가 연락은 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빨리 될 것 같진 않고··· 그래서 조이스가 준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내일 12시에나 통화할 수 있다고 한다.

닥터 리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엄마에게 연락했다. 닥터 리에게 지금의 스케줄을 그대로 이어 가겠다고. 그러니 조이스가 혹시 그런 이야기를 해오면 내가 지금처럼 하기를 원한다고 말해달라고. 그리고 예약된 대로 내일 1시에 가겠다고.

 

 

 

 

그런데 오후 늦게 조이스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미 지불한 진료비를 되받는 것을 비롯해서 다 가능하지만 파일을 넘겨받는 것이 언제쯤 가능한 지를 아직은 알수가 없다고. 그래서 잘됐다 싶어 그냥 지금대로 하는게 낫겠다고 하면서 혹시 그렇게 하는 것이 조이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건 아닌지를 먼저 물었더니 전혀 아니라고, 오히려 조이스는 자신이 미처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시작이 되어서 나를 버리고 간 것이 되지 않느냐고, 그래서 최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애를 쓰는 데 사실 자기 병원까지 어머니’(라고 부른다)를 오게 하는 것이 너무 멀어 걱정도 된다고 했다.

내 입장에선 조이스에게 폐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조이스의 마음이 고맙다고. 단 원한다면 키티에게 충분히 나의 증상을 이야기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다음 주 화요일 10, 나의 예약 시간에 와서 키티와 함께 충분히 이야기 하고, 나의 진료를 돕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좋게 일단락 지었다.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오후 5시 경, 할머니는 아빠와 앙드레 아저씨와 함께 아리와 도리를 픽업하여 코리아 타운의 페미리 닥터에게.

엄마는 퇴근하여 그곳에서 직접 만나기로. 예약시간은 545.

도리의 예방접종 주사 2, 짤막한 울음.

아빠의 손가락 점검과 다시 한 번 x-ray 촬영 처방전을 받았다.

할머니의 골밀도 수치 알아보는 것과 허리와 무릎 x-ray 촬영 처방전 받았다.

 

할머니가 닥터 신에게 물었다. 눈을 깜빡! 윙크 하고.

아리가 공부할 때 안 하려고 하고 집중력이 없는데 맞는 주사가 있지요?”

있습니다.” 닥터 신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제 저녁에도 공부하는데 잘 안하려고 하더라구요.”

그럼 지금 한 대 맞죠.”

아리가 얼른 할머니에게 매달리며 잘 하겠다고 한다.

정말 잘 할 거야?”

끄덕끄덕

정말?”

끄덕끄덕, 겁먹은 얼굴.

그럼 아리가 잘 하겠다고 하니까 집에 가서 해보고 또 안 하면 그때 데리고 올게요.”

그러세요.”

~ 마음을 놓는 아리.

 

 

 

 

주사를 맞는 것에 대하여 아리는 용감했었는데 얼마 전 도리의 1차 예방접종 때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아리가 겁을 내며 울었다고 하더니 이상하게 그 때부터 다시 주사를 겁나한다.

앙드레 아저씨를 위해서 한국관으로 갔다.

갈비만 시키려던 것을 할머니가 앙드레에게 한국음식을 고루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갈비 2인분과 낙지볶음 2인분으로 나눠 시켰다. 그런데, 낙지볶음이 얼마나 매운지 엄마와 할머니마저 매워서 입안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앙드레 아저씨와 아빠는 불이 난다고 하고 엄마와 할머니도 매워서 후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갈비를 추가로 더 시키고 낙지볶음은 테이크 아웃으로 가지고 왔다.

 

아리가 너무 설쳐대어서 왁자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아리와 도리, 두 아이 때문에 온 가족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까? 곁에서 함께 하는 할머니도 때론 안쓰럽다.

그게 자식 키우는 일인데, 자식들은 그런 부모의 공을 얼마나 갚나! 할머니 역시 자식노릇 제대로 못하고 사니··· 세상 돌아가는 혈연의 이치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