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34-12월4일 아리의 복습, 그림의 주제는 소닉

천마리학 2012. 11. 20. 00:58

 

 

 

*2011124()-아리의 복습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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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요즘 아리의 집중력 키우기와 공부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하는 것에 골몰하고 있다.

초저녁에 싫어하는 아리를 달래어가며 어제 하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Counting Letters>

 

하기 싫어하기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해야지.

쓰는 것을 특히 더 싫어한다.

I am fun and smart.

I am fun and kind.

 

 

 

 

배우는 아리가 힘들게 하니까 가르치는 할머니는 더욱 힘이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참아내는 수밖에.

겨우겨우 한 페이지를 채우고 나니 아리가 먼저 피니시! 하고 외치면서 책상을 떠난다. 떠나는 아리를 붙들고 쓴 노트를 엄마아빠에게 보여주도록 했다. 아리가 쓴 것을 본 엄마아빠가 오버 액션으로 감탄을 한다. 지금까지 지겨워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으쓱해하는 아리.

할머니의 입맛이 쓰다.

할머니의 엄하게 하는 교습방법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할머니도 종종 화가 나고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을 참아내야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는 노릇.

교습방법을 바꿔가면서라도 꾸준이 이 고비를 넘겨 집중하게 하는 새로운 습관과 공부에 대한 묘미를 느끼게 만들어주려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그러자면 또 다시 할머니가 엄마아빠의 눈치를 봐야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아니면 아예 할머니는 손을 떼고 포기해버리든지. 그런데 그것이 또한 어렵다. 가족으로서, 할머니로서 직무유기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에게 앞으로 아리의 공부 가르치는 일에 대해선 전적으로 할머니에게 맡기라고 했다. 아리가 처음 공부 때 알던 스펠마저 다 잊어버리고 쓰기도 못해서 a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했더니 엄마가 두 말도 하지 않고 예쓰!

엄마도 다 새끼를 위한 일이라면 최우선이고, 또 할머니를 꼭 무시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다소 방법이 다르더라도 한 사람이 일관되게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

 

 

 

 

맨 처음 한글공부를 시키기 시작하면서 제법 열심을 냈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실증을 내기 시작하기도 했는데 그 틈새에 몇 번 아빠가 맡도록 내버려 두었다. 할머니가 좀 강하게 나무라며 했더니 엄마가 당장 그걸 꺼렸다. 엄하게 해서 아예 공부하기 싫어하면 어떡하느냐는 것. 하지만 그 정도로 그렇게 되진 않는다. 또 어떻게든 해서 집중력 없고 공부가 하기 싫다는 고비를 넘겨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엄마아빠의 눈치가 보여서 이차저차 시나부로 떠넘겨버렸다. 우선 할머니가 편하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서너 번 아빠 스타일의 맛을 보고 나더니 공부타이밍만 되면 아빠하고 하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는 이부자리 위에 엎드려서 편한 대로, 부드럽게 아리가 읽는 것으로 끝을 내니 할머니보다 훨씬 수월할 수밖에.

 

 

 

 

 

 

하지만 할머니가 보기엔 아니다. 물론 할머니가 참다못해서 좀 목소리도 커지고 다그치고 엄하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 고비를 넘기고 공부에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빠의 그런 태도에 안타까웠다. 사실 아빠로도 그런 시간마저 그저 한 두 번이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중에도 아리는 문득문득 할머니랑 하겠다고도 한다. 잠자는 거야 할머니하고 자겠다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공부가 문제다.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차라리 편해서 좋다, 하고 넘어가려고 할머니 스스로 애를 쓰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그러던 차에 오늘도 아빠는 피곤해하고 엄마는 늘 그렇듯이 아리에게 숙제하라고 한다. 그것은 할머니에게 말하는 간접화법이다. 그 간접화법도 할머니 마음에 안 든다. ! 어떻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