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35-바꾸어본 픽업시간, 데이케어에 적응된 도리.

천마리학 2012. 11. 21. 04:18

 

 

 

*2011126()-바꾸어본 픽업시간, 데이케어에 적응된 도리.

 935.

Celsius 3°~-2°, 10am 현재 3°. Clear.  

 

 

아침마다 시간전쟁, 아직 어린, 4살밖에 안된 아리에게도 어쩔 수 없다.

815분에 도착하는 스쿨버스 시간에 맞추려다보니 늦잠자고, 꾸물대는 행동들이 아침의 일분일분을 재촉한다.

아침 720분 경이면 잠을 깨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재촉이 잇따르는 시간 전쟁, 피피해라, 옷 입어라, 양말 신어라,··· 그러다 결국은 거의가 다 내 손으로 해주는 일이 되고 말고,

밥 먹어라, 빨리 먹어라,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샤방샤방해라, ··· 하다보니 샤방샤방은 자연 혼자서 대충 하게 되고, 2세에서 7세 사이의 아이들에게서 다른 연령보다 배가 넘는 충치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혼자 하도록 방치하기 때문. 어딘 그뿐인가, 그러다보니 안하고도 했다고 하는 거짓말까지 하게 만들고,

운동화 신어라, 세타 입어라, 모자 써라, 백팩 매라, ···

온통 빨리 빨리다. 한국이 아니어도 빨리빨리가 되고 마는 우리집 아침.

어린 아리에겐 가혹하다.

 

 

 

 

 

저녁때도 마찬가지다.

530분까지인 데이케어에서 대개는 515분경에 픽업을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620, 오자마자 다시 재촉이 시작된다.

팬츠 벗어라, 양말 벗어 세탁기에 넣어라, 티셔츠 벗어라, 손 씻어라, ···

이미 준비된 저녁식사 식탁에 앉히기까지 여전히 재촉이다. 픽업하는 시간부터 어둠이던 바깥은 이미 깜깜어둠. 계절이 계절인만큼 어둠이 5시경이면 벌써 내리는 어둠속에서 여름의 낮과 같은 감정일 순 없다.

아빠 오기 기다리기도 하고, 아빠가 늦어진다고 하면 미리 먹기도 하지만 어쨌든 저녁식탁에서도 와글와글,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하다가, 빨리 먹어라, 또는 이건 싫고 저것도 싫고, 매워! 야끼! 하는 아리에게 그 정도는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굿리더가 되려면 싫다는 소리 하면 안 된다,··· 떠먹이고 억지로 한 숫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이미 식탁을 떠난 녀석에게 마지막 한 숫갈 크게 퍼서 라스트 원! 하며 꼬셔서 먹이고 ····

저녁식사 마치고 나면 대체로 7. 경우에 따라선 8시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홈 워크 하자, 하고보면 아리는 이미 놀이에 빠져있거나 지쳐있기 마련, 영어만이 아니라 한글공부까지 시키다보니 질려있는 아리에게 억지로 숙제는 해야 하니, 자연 독촉하다 못해 강요나 위협이 되기도 하는데,

밖은 밤중이니 어서 자야한다고 발코니 창문 가득 검은 장막을 내리고 있으니.

이 모두가 아리에겐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데이케어에서 좀 일찍 픽업하자! 할머니 생각.

그래서 오늘은 오후 내내 호박부추전과 배추잎 전을 부치고, 오징어볶음을 해놓고, 수실에게 받은 브라우스 단 줄이기와 핑크 청바지 길이 줄이기 해놓고나니 430.

그래도 다른 날의 픽업시간보다 최소한 30분 빠르다.

첫 번째 시도로 30분 빨리해보자 했던 것. 그 시간에 집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하니 450,

아리는 할머니가 가지고 간 스쿠터를 타고 씽씽~ 운동장을 가로지른다.

할머니, 아리 헝그리! 할머니 푸웃! 할머니 푸웃 주 세 요!”

할머니가 백 속에서 쿠키를 꺼내어 준다. 받아서 오물오물 냠냠. 그리고는 씽씽 스쿠터를 타고 어둠속으로 저만큼 사라진다.

조심! 아리 조심!”

~”

저만큼 앞 선 어둑어둑한 거리의 불빛 사이로 아리가 다시 오곤 한다.

할머니, 쿠키! 아이 라이크 잇!”

아리는 할머니의 경고 소리를 들으며 가다 서다 하면서 냠냠 하면서 씽씽 스파다이너 어베뉴를 달려 도리의 데이케어에 도착.

 

 

 

 

아직 엄마가 오지 않은 상태.

스트롤러 파킹장에 건물 내의 회사에서 파티를 하는지 커튼이 쳐져있다. 커튼 안에서 스트롤러를 꺼내어 데이케어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앞 서 가라고 밀어서 들여보내지만 아리는 결국 또 할머니 뒤켠에 서서 따라들어간다.

하이 도리!”

도리가 장난감 장을 짚고 서서 놀고 있다가 할머니 소리를 듣고 바라본다. 전 같으면 그만 울음을 터트릴 텐데 이젠 데이케어에 적응이 되어 울지는 않고 머뭇머뭇 반가움을 표현하면서 몸을 움찔거린다.

 

 

운동화를 벗고 룸으로 들어가 도리를 안고 어루다가 파카를 입히는데 아리가 와서 껴안기도 하고 뽀뽀도 한다. 도리는 좋아서 방글방글 너울너울.

도리를 안고 복도로 나와서 스트롤러에 태우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집에 오니 545. 다른 날 보다 조금 빠르다.

운동화 벗고 양말 벗고, 그리고 손 씻어야지

아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이리저리.

아리, 할머니 말씀 들어야지!”

엄마가 말하지만 아리는 벌써 장난감자동차들을 손에 들고 있다.

아리야, 아빠에게 전화해봐라, 어디쯤 오시는지?”

반은 이미 차려진 식탁 앞에서 할머니가 다시 시켜도 단번에 듣지 않는다.

아리, 빨리!”

할머니가 목청을 약간 돋구어서야 아리가 수화기를 손에 들고, 엄마에게 전화번호를 묻는다. 엄마가 불러주는 전화번호 버튼을 누른다. 받지 않는다. 계속 수화기를 들고 버튼누르기를 하는 아리에게 할머니는 또 말한다.

전화기 제자리에 놓고 조금 기다려라. 그럼 아빠가 아리가 전화한 걸 알고 걸어올 거다. 지금 운전 중이라서 못 받은 걸 거야.”

아리는 여전히 꾸물댄다.

아리, 지금 할머니가 말씀 하셨잖아?”

이번엔 엄마.

아리가 마지못해 수화기를 놓는다.

기다리는 동안에 옷도 벗고 손도 씻고.”

아리가 손 씻고 나올 무렵 아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고속도로가 막혀서 삼사십 분은 걸릴 거라고.

아리, 백팩 가져 오너라, 홈웤 먼저 하자!”

할머니의 제안에 아리가 달가울 리가 없다. 억지로 어루고 유도해서 책상에 앉긴 했지만 할머닌 내심 걱정이다. 어떻게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까 하고.

공부하는 동안 엄마는 도리를 데리고 올라가서 목욕을 시켰다.

 

 

 

 

 

오늘 책은 <Summer picnics>

, 이거 며칠 전에 여러 번 나왔던 거잖아, 아리야 기억하니?”

hats 를 짚으며 말했더니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끄덕인다.

그럼 아주 쉽겠네, 아리가 할 수 있을까? 어디 한 번 보자!”

이렇게 살살 눈치 보며 유도하면, 반은 장난이고 반은 맘에 들지 않는 아리의 너스레에 응답해가면서 분우기 유지.

한 번 읽고는 피니시!’ 외치며 일어서는 아리에게 세 번 반복 읽게 한 후 계속 붙들기 위해서 또 장난을 걸 수밖에.

아리야, 이거 한 번 써보자. 그래야 CK가 며칠 전 할머니에게 맡겨놓은 선물을 받을 수 있지. CK가 아리가 공부를 하면 전해주라고 했거든.”

망설이는 아리. 할똥말똥, 똥이 두 개다.

그래, 안하려면 그만 둬. 그 선물 할머니가 갖지 뭐.”

일어서는 자세를 취하자 아리가 갑자기 소리쳤다.

노우~”

이그, 녀석, 선물은 욕심나나보다. 쿸쿸.

그럼 쓰기 할 거야?”

“···”

에이, 하지 마. 그래야 할머니가 CK의 선물을 갖지.”

느적느적 노트를 편다.

할머니가 노트에 자를 대고

이거 줄 아리가 그을까?”

약간 마음이 동해서 줄을 긋는다.

여보세요, 할머니가 그으세요, 하면 그으세요. 삐툴어졌잖아요~”

후후후 히히히

세 줄 마다 한 칸씩 볼펜으로 줄긋기를 한 페이지 다 마쳤을 땐 아리의 기분이 많이 풀렸다.

 

 

 

 

 

어떤 걸 쓸까? 아리가 제일 맘에 드는 문장을 하나만 골라 쓰기로 하자.”

“···”

아까 아리가 썸머 슈즈가 페이브릿이라고 했었지? 그걸 쓸까?”

오케이

그런데 아리, 해가 뭐랬지? 아까 아리가 말했는데 할머닌 잊어버렸네.”

아하, , 스펠이 에프 유 엔, 맞지?”

노우, 에스 유 앤!”

? 아닌데, , 아리가 틀렸구나, 할머니가 맞았다아~”

아리가 노우 하면서 자신있게 페이지를 넘긴다.

이거 보세요, 히히

Summer sun 을 펼쳐 보이면서 에스, , 앤 하고 신이 나서 외친다.

! 정말! 이상하다, 아까 분명히 에프 유 앤이었는데?”

이티이스 낫 에스 유 엔. 에푸 유 엔 이즈 펀.”

! 펀 이즈 에스 유 엔.”

 

 

 

 

 

할머니가 우기면 아리가 다시 ‘Summer fun’ 가 있는 페이지를 펼쳐 보이며 의기양양해진다.

그렇구나 정말, 그런데 썸머가 가장 많이 나왔구나. 썸머의 스펠을 아리가 알 수 있을···”

여기까지 말하면서 슬적 손으로 가리려는 시늉을 천천히, 아리가 얼른 볼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춰서 가린다.

있을···?”

에스 유 엠 엠 이 알!”

아리가 외친다.

? 어떻게 알았어? 우리 아리 정말 똑똑장이구나.”

손바닥을 치워 확인하면서 칭찬해주면 아리는 한껏 부푼다. 녀석, 순진하긴!

그럼 아리가 쓰기도 잘 할 수 있겠구나.”

아리가 바싹 책상으로 다가 앉는다. 성공! 할머니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등을 펴고, 등뼈가 구부러지면 안 되지.”

아리가 쓰기 시작한다.

그래, 아리가 좋아하는 썸머 슈즈만 쓰자.”

했더니 갑자기 아리가 돌변했다. 페이지마다 펼치면서 다 쓰겠다는 것. , 이게 왠일!

정말? , 우리 아리 정말 똑똑장이구나. 좋아.”

에스 유 엠 엠 이 알, 할머니가 불러주다가 세줄 쯤 쓸 무렵부터는 아리가 직접 읽으면서 쓰게 한다.

여덟 줄 쓰는데 이렇게 무사히, 즐거운 기분으로 마쳤다.

오늘은 이 정도면 성공이다.후후후.

 

 

 

 

<Summer picnics>

Summer hats.

Summer cups.

Summer shoes.

Summer plates.

Summer foots.

Summer sun.

Summer picnics.

Summer fun.

 

 

 

 

 

어제는,

<Up and down>

Eyes go up.

Eyes go down.

Hands go up.

Hands go down.

Dog goes up.

Dog goes down.

Frog goes up.

Frog goes down.

 

 

 

 

 

홈웤을 마쳤을 무렵 아빠가 도착. 홈웤 다했다고 자랑하는 타임도 주고, 칭찬도 하고 나서 저녁식사.

, 부침개~”

아리가 밥을 안 먹고 할머니 부침개가 최고로 맛있다면서 부침개로만 먹었다.

호박부추부침개와 배추잎 부침개가 엄마아빠 도시락 쌀 것만 남겨놓고 싹 없어졌다.

무엇보다도 아리가 잘 먹어서 좋다.

아이 라이크 슈퍼, 베스트, 빌리언, 딜리언, 할머니 부침개!”

아리는 어려서부터 부침개를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할머니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지, 나이는 먹었어도 철없긴 아리와 똑 같다, 호호호.

 

오늘 30분 정도 앞당겨본 픽업시간이 좋은 것 같다. 내일은 조금 더, 30분쯤 앞당겨 봐야겠다고 했더니 엄마도 찬성.

그런데 엄마가 사무실에서 445분에 나온다는데, 도리 픽업시간과 맞춰 함께 오려면 아리의 픽업시간을 너무 당겨도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하여튼, 앞 당겨보자!